[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기독대학교(이강평 총장)에서 2017년 2월 파면된 손원영 교수는 3년 5개월째 교문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법원에서 학교가 손 교수를 부당하게 파면한 것이라고 두 차례 판결했고, 이사회도 지난 4월 복직을 결정했지만 그는 여전히 학교 밖이다.

이사회 결의와 다르게 이강평 총장은 손원영 교수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다. 손 교수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 더해 '이단'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학교와 관계없는 외부인의 공격을 받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몇몇 교계 인사가 갑자기 "손원영 교수는 자유주의 신학자로 이단성이 있다"며 서울기독대 앞에서 복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에 일부 학생까지 가담해 손 교수를 이단으로 몰고 있다.

손원영 교수와 그의 복직을 바라는 이들은 7월 6일 서울기독대 앞에서 복직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 그러자 학교 직원 일부와 서울기독대대학원총원우회 회원들은 '이단 행위 한 손원영 씨 복직 반대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손 교수 일행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학교 정문 안쪽에서 확성기 등을 이용해 소음을 내며 방해했다.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는 학교에 복직해 진정한 '환원 운동'에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는 학교에 복직해 진정한 '환원 운동'에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서울의 한 카페에서 7월 8일 만난 손원영 교수는, 개운사 불상 복구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게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의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에는 <연꽃 십자가>(모시는사람들)라는 책이 들려 있었다. 자신의 파면과 법적 투쟁 과정을 엮은 것이다. "누군가 '기억보다 중요한 게 기록'이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 듣고 그간의 모든 자료를 모으고, 관련 글을 써 엮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손원영 교수가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 한국불교태고종 열린선원에 가서 설교한 전문이 실려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데 굳이 왜 또 가서 설교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절이라도 불러만 주면 가서 복음을 전해야 하는 게 기독교인의 사명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손 교수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어느 순간 '이단'으로 몰렸다. 뜬금없이 반동성애 세력이 개입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는데.

학교가 내 복직을 반대할 명분이 그것밖에 없었다. 1심에서 법원은 설령 내 발언과 행동이 학교 구성원 정서에 반하는 면이 있더라도 파면은 과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니 항소심에서 '이단' 카드를 들고나왔다. 학교 측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내가 이단이라는 증명서를 발급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 날 전광훈 목사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발언이 알려졌다. 한기총이 발급한 이단 확인서는 권위를 잃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신학위원회, 권위 있는 이단 연구가 허호익 교수님이 나의 신앙이 '정통'이라는 탄원서를 작성해 주신 덕에 승소할 수 있었다.

학교는 지금도 나를 이단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올해 1월, 갑자기 기자회견을 시작한 이들도 이단 카드를 들고나왔다. 내가 지난해 불교 선원에서 설교한 내용을 왜곡했다. "손원영이 예수를 보살이라고 했다"는 식이다. 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맥락은 전혀 살피지 않고 허위 주장만 반복한다. 목사라는 사람들이 조금만 공부하고 읽어 보면 알 만한 문제들을 왜 이렇게까지 곡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손원영 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7월 6일 서울기독대학교 앞에서 빠른 복직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교수 복직을 반대하는 이들은 교문 안쪽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손원영 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7월 6일 서울기독대학교 앞에서 빠른 복직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교수 복직을 반대하는 이들은 교문 안쪽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열린선원에서 설교하면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설교 내용을 이 정도로 왜곡하면서 이단 몰이에 나설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열린선원에 가서 설교하게 된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평소 이웃 종교와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실천할 기회가 왔다. 학교와 같은 동네에 있는 열린선원에서 매해 성탄절 법회를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웠는데, 마침 그곳의 법현스님이 설교자로 초대해 주셨다.

무슨 설교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들이 친숙한 언어로 설교를 구성해 보기로 했다. 명색이 신학교 교수인데, 가서 어떻게든 예수를 전해야 하지 않겠나. 어떤 이들은 내가 종교다원주의자라고 오해한다. 사실 나는 복음주의자에 가깝다. 복음 전파에 불타는 사람이다.(웃음) 그래서 '예수 보살과 육바라밀'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교육학에는 '재개념주의 접근'이 있다. 듣는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라는 것이다. 나도 어떻게 하면 불자들이 예수를 더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불교의 육바라밀에 비유했다. 불자의 언어로 예수를 해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나를 공격하는 이들은 설교 전문의 맥락은 무시하고 "인류의 구원자 예수가 보살인가"라며 그 비유 하나만 가지고 나를 이단으로 만들었다. 예수를 육바라밀에 '비유'한 것인데 "예수가 육바라밀이란다"고 주장하더라. 하도 이 글 가지고 시끄러우니까 학계에서 직접 이 설교가 이단성이 있는 게 아니라는 글까지 써 주셨다. 책에 이분들 글도 함께 실었다.

- 이강평 총장 측은 계속 불교와의 교류를 문제 삼고 있다. 복직을 위해서라면 당분간은 굳이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공이 기독교교육이고, 그중에서도 종교교육이다. 한국종교교육학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1993년부터 2017년까지 기독교인에 의한 훼불 사건이 무려 407건이다. 어떤 분이 석사 논문을 쓰면서 그동안 보도된 것들만 가지고 통계를 내셨다. 그런데 2016년 개운사 사건 이후 한 건도 없다. 나는 이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 대화하려는 제스처만 있어도 장벽과 오해를 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 종교를 잘 이해하려면 지금보다 더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 나는 종립 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공교육에서도 교양·인성 교육 차원에서 종교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종교에는 분명히 좋은 속성과 나쁜 속성이 있다. 종교의 나쁜 속성을 잘 알지 못하면 이단·사이비에 빠져 인생을 망치게 된다. 종교 언급 자체를 터부시하는 상황에서는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를 이해하기 힘들어 서로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신학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걸 부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 재판에서 승소하기까지 3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학교에서 쫓겨나니까 먼저는 주변 사람들과 교류가 끊겼다. 그들이 날 안 만난다기보다 내가 그들에게 혹시나 피해를 줄까 봐 선뜻 만나자는 말을 못 하겠더라. 그럼에도 파면 이후 재판 과정에서 연대해 준 이들에게는 진심으로 고맙다. 연대의 힘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했다. 책에도 썼지만 인생의 밑바닥에 내려간 듯 외롭고 고독할 때 기꺼이 벗이 돼 준 이들 덕에 버틸 수 있었다. 힘들 때 곁에 서 있어 주기만 해도 힘이 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 준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손원영 교수는 파면부터 법정 소송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담은 <연꽃 십자가>를 펴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손원영 교수는 파면부터 법정 소송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담은 <연꽃 십자가>를 펴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복직을 위한 모든 법적 요건은 마련됐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가더라도 총장을 비롯한 일부 학생·직원의 적대는 여전하다. 힘든 날들이 예상되는데 굳이 학교에 돌아가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면.

총장 측은 내가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신학 노선과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 '성서로 돌아가자'는 '환원 운동'(restoration movement)을 주요 이념으로 출발한 곳이다. 서울기독대는 설립 이념인 환원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가. 말로만 환원 운동을 주장하지, 실제로는 철처히 배제와 차별의 원리만 따르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 경우만 놓고 봤을 때도 환원운동을 주장하는 이들이 얼마나 배타적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기독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었다. 신학적으로 다양성을 보장하고, 자유롭게 학문을 연구할 기회를 주던 곳이었다. 현 총장이 장기 집권하면서 학내 분규가 심화하고, 총장에게 반기를 든 교수들은 재임용이 거부되거나 나처럼 파면됐다가 법원에서 무효 처분을 받았다.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경쟁력을 잃었고 대내적으로는 사랑과 진리의 환원 정신을 잃었다. 미움과 분쟁만 가득 차 있다. 학교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역시 거의 죽었다. 복음 전도와 교육을 위한 협의 대신 더 큰 장벽을 치고 무고한 교수를 죽이려고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로 돌아가 서울기독대를 다시 살리고 싶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를 진정한 '그리스도의 교회'로 살리는 운동에 앞장서고 싶다.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뜻을 같이하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맡겨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며 진정한 환원 운동을 펼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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