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동성애를 연구하고 관련 서적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에서 면직·출교 선고를 받은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가 상고를 거부했다. 예장통합 대전서노회 재판국(심만석 재판국장)은 지난 8월 19일 허 교수가 저서 <동성애는 죄인가>(동연)와 몇몇 공개 강연에서 동성애를 옹호했다며 최고형인 면직·출교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총회에 상고하면 총회 재판국에서 이 사건을 다시 다루게 되는데, 허호익 교수는 상고하지 않았다. 허 교수는 9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자가 역사적·신학적으로 동성애를 조명하는 책을 썼다고 출교하는 교단에 목사로 남아 있는 게 불명예다. 내가 개인의 잘못으로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면 어떻게든 끝까지 싸워 명예를 회복하겠지만, 이번 판결은 전혀 그런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호익 교수는 현재 예장통합에 일고 있는 반동성애 광풍 때문에 상고해도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허 교수는 "교단 신학교 전직 총장들이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에 참여하고, 예장통합 노회장과 임원들이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을 발표한다. 학문적 성찰이나 토론은 고사하고 자기들 주장과 다른 의견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데 총회나 노회에 더 기대할 게 있겠나"라고 말했다.

교회 세습을 비판해 온 자신에게 동성애 옹호자라는 누명을 씌우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허호익 교수는 "'세습은 반대하면서 동성애는 옹호한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내가 상고하면 앞으로 열릴 총회에서 이것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 그 모든 것을 고려해 상고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익 교수는 예장통합이 교류하는 세계 교회들 가운에 동성애를 이단이라고 하는 곳은 없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목사를 면직·출교하는 교단으로 남을지 말지는 이제 교단이 결정할 일이다. 직영 신학교 교수가 동성애 관한 책 하나 썼다고 쫓겨났다고 하면 예장통합이 협력하는 WCC 계통 교회가 이를 어떻게 보겠나"라고 말했다.

그동안 예장통합은 "동성애는 죄지만 동성애자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해 왔다. 허호익 교수는 교단 헌법 시행규칙이 이 공식 입장과도 상호 모순적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하는데,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상고를 포기한 허호익 교수는 앞으로도 책으로 말하겠다고 했다. 허 교수는 "나는 학자이기 때문에 일련의 재판 과정, 그동안 여러 단체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정리해 <동성애는 죄인가> 개정 증보판을 낼 예정이다. 책으로 역사에 남기면 후대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익 교수는 9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고 거부 이유를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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