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교회 전준구 목사(사진 오른쪽)가 재정을 유용한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로고스교회 전준구 목사(사진 오른쪽)가 재정을 유용한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끊이지 않는 성폭력 의혹을 받아 온 로고스교회 전준구 목사가 재정 유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전준구 목사 반대 교인 측은, 전 목사가 목회 활동비와 선교비 등을 임의로 가져다 쓰고 회계 자료 등을 폐기했다며 6월 초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서울남연회(최현규 감독)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전준구 목사의 재정 의혹은 2018년 10월 열린 감독 선거와 맞물려 있다. 당시 서울남연회에 소속한 한 권사는 선거를 앞두고 감독 후보자인 전 목사에게 금품을 제공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전 목사를 교단 선거관리위원회에 고소했다. 성 추문에 이어 재정 의혹까지 터지자, 로고스교회 장로들은 교회 재정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과정은 원활하지 못했다. 감사들 요청에도 전 목사가 회계 자료 등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로고스교회 한 장로는 6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듭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2018년 자료만 잠깐 보여 줄 뿐, 2016·2017년 자료 등은 아예 볼 수 없었다. 심지어 (감사를 앞두고) 교회 사무실에 있는 재정 업무 담당 컴퓨터가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 교인 측은 전 목사가 재정 감사를 방해하려고 의도적으로 자료를 감추거나 폐기한 것으로 봤다.

재정 자료 열람이 제한된 상황이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회는 전 목사의 목회 활동을 지원하고자 2017년 1월부터 매달 목회 활동비 500만 원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전 목사는 2018년 구역회 결의 없이 3회에 걸쳐 임의로 활동비 총 1억 4100만 원을 받았다. 반대 교인 측은 "거액의 목회 활동비를 받고 있는데도 현금으로 또 활동비를 받아 갔다. 전 목사는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증빙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교비 수령 문제도 지적했다. 전 목사는 2018년 한 해 동안 해외 선교사 4명을 지원하겠다면서 11회에 걸쳐 현금 8200만 원을 가져갔다. 반대 교인 측은, 선교사는 해외에 있으니 계좌로 이체해 주면 되는데 왜 현금으로 받아 갔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인 카드도 문제가 됐다. 전 목사는 2018년 한 해 법인 카드로 1억 6000만 원을 썼다. 반대 교인 측은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했지만, 전 목사는 응하지 않았다.

종교인 과세 피하려
퇴직금, 퇴직 연금 16억 미리 지급
"절차상 하자, 환수해야"
사모는 매달 300만 원 수령
반대 교인 측은 전 목사가 목회 활동비와 선교비 등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 목사 측은 연회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반대 교인 측은 전 목사가 목회 활동비와 선교비 등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 목사 측은 연회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반대 교인 측은 전준구 목사 퇴직금도 문제 삼고 있다. 로고스교회는 2017년 12월 구역회에서, 전 목사에게 퇴직금 7억 원에 퇴직 연금 8억 1000만 원을 합친 16억 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종교인 과세를 피하고자 미리 정산한 것이다.

반대 교인 측은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담임목사 신상과 관련한 안건은 감리사나 장로회장이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데, 당시 구역회를 전 목사 자신이 직접 이끌었기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급한 퇴직금과 퇴직 연금도 환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준구 목사 아내도 감사 지적 사항에 포함됐다. 로고스교회는 어린이를 돌보는 선교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 목사 아내는 선교원 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매달 30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 교인 측은 "선교원 일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받았다. 2010년부터 원장 행세를 해 왔는데, 지금까지 3억 7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선교원을 직접 관리해 온 전 목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교인 측은 그동안 교회 감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전준구 목사의 금권 선거 의혹을 계기로 감사를 제대로 하려 하자, 전 목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했다. 한 장로는 "불투명한 재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16년·2017년 자료도 보자고 하니까 (전 목사는) '지나간 건데 뭘 보려 하느냐'고 하더라. 우리는 재정 감사에 비협조적인 담임목사에게 상당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교단법뿐만 아니라 사회 법으로도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전준구 목사 측은 재정 의혹과 관련해 현재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전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미 연회에 고발이 된 상황이다. 우리는 연회에서 모든 걸 소명할 것이다. 그전에는 인터뷰하지 않겠다. 저쪽처럼 외부를 끌어들이거나, 댓글로 선동하지 않겠다. 교단 심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짧게 말했다.

서울남연회는 전준구 목사 재정 고발 건을 다룰 심사위원회를 7월 7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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