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가 재개발 문제로 조합과 다투고 있다. 전 목사는 이전하는 대가로 563억 원을 달라고 조합에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가 재개발 문제로 조합과 다투고 있다. 전 목사는 이전하는 대가로 563억 원을 달라고 조합에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06년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되어 장위뉴타운이라고 불린다. 장위뉴타운은 1~15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1~2구역처럼 완공된 곳도 있지만, 갈등 중인 곳도 있다.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가 위치한 장위10구역이 대표적이다.

기존 10구역에는 600여 세대가 살았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떠났다. 2020년 6월 현재 이곳에는 사랑제일교회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전광훈 목사 측은 장위10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 측에 보상금 563억 원을 요구하며 버티는 중이다. 조합 측은 보상액이 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6월 16일 장위10구역 주변 일대는 한산했다. 낡은 건물 주위에는 노란 천이 덮인 철골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연식이 있어 보이는 연립주택들은 모두 비었다. 주택가 골목에는 이전 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각종 폐기물이 나뒹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민 99%가 떠난 마을은 인적이 드물었다. 골목에서 유일하게 만난 60대 여성은 다른 마을에 볼일이 있어 지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장위10구역은 쓰레기와 악취로 뒤덮였지만, 사랑제일교회 주변은 달랐다. 비교적 청결했고, 쓰레기 더미도 보이지 않았다. 교회 주변에는 햇빛을 가로막기 위한 검은 차양막이 달렸다. 방송 시설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주위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곳곳에 '사랑제일교회 강제 철거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마을 곳곳에 강제 철거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랑제일교회 측은 마을 곳곳에 강제 철거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사랑제일교회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다.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한 보상금은 84억 원. 이를 근거로 조합은 법원에 84억 원을 공탁하고, 점유 이전을 구하는 명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토지수용위원회가 제시한 금액보다 약 7배 많은 563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배당 이전에 따른 교인 감소와 재정 손실, 교회 건축 등을 전부 포함해 내놓은 가격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언론은 과대 보상금을 노린 '알 박기'라며 전 목사를 비판했다.

전광훈 목사는 6월 7일 일요일 설교 시간, 알 박기 논란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전 목사는 "재개발한 교회들 사례를 토대로 책정한 금액이며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좌파 빨갱이 언론은 나와 관계된 모든 일을 다 왜곡시킨다. (그래서) '뉴타운 하는 데 알 박기 하면 되느냐'는 헛소리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조합은 5월 14일 1심 명도 소송에서 이겼다. 조합은 이를 근거로 6월 5일 교회를 강제 철거하려 했지만, 사랑제일교회 교인들 저항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전 목사는 "판사들이 멍청해 교회 구조를 모른다. 그쪽(조합) 손을 드는 판결을 했다. 2심을 다시 신청했다. 내가 당사자니까 직접 변론하러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항소와 동시에 조합 측의 강제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전광훈 목사는 재개발 문제를 정치화하기도 했다.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애국 운동한 것밖에 없다. 나와 우리 교회를 물리적으로 없애 버리려고 (조합이) 500명을 데리고 와 철거를 시도했다. 교회는 건드리면 안 된다. 재개발 공사하면 우리는 다 철탑에 기어 올라가 저항할 것이다. 교회는 태초부터 교회다"고 말했다.

조합의 강제 철거 시도 이후로, 사랑제일교회는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혹시 있을 철거를 대비해 매주 목·금 1박 2일 철야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주간에는 학생들을 비롯한 교인들이 교회를 지킨다.

"560억 요구는 말도 안 돼,
목사가 정치하더니 세게 나가"
안식교 측은 약 20억에 청산
교회 측 "협상 안 하면 끝까지 저항"
장위10구역 예상 조감도. 200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 측은 사랑제일교회에 무상으로 종교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위10구역 예상 조감도. 200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 측은 사랑제일교회에 무상으로 종교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정대로라면 장위10구역조합은 올해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가야 했다. 전광훈 목사 측이 반발하면서 공사는 지연되고 있다. 양측 갈등을 지켜보는 인근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 목사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만난 공인중개사 A는 "그 건물 평가액은 80억 정도인데, 560억 요구는 말이 안 된다. (조합이) 교회에 공짜로 종교 부지를 준다고까지 했는데, 너무 과한 요구다"고 했다. 이어 "나도 교회 다니고 하나님 믿는다. 근데 그 목사님은 정치하시더니 세게 나가는 것 같다. 너무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니까 조합도 상대하기 싫어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다 부수고 공사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 B는 "전형적인 알 박기다. 조합이 (사랑제일교회에) 종교 부지도 공짜로 주겠다고 했고, 공사 기간 예배 장소도 따로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된다. 500억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금액이다. 지금 조합원이 400여 명 정도 되는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조합원 1인당 1억 2500만 원을 교회에 갖다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상식이 없다. 이래서 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위10구역에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안식교) 건물도 있었다. B는 "이 교회는 군말 없이 청산하고 나갔다. 여기는 500억을 요구한 적도 없다. 교회가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할 생각을 해야지 하나님 이름 팔아서 장사하려면 안 된다. 교회가 아니라 도둑이다"고 말했다. 안식교 측은 약 20억 원을 받고, 지상 3층 건물을 청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관계자 C는 "장위10구역 주민 99%는 이주했는데, 교회 하나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 지역 조합원들이 반대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반대하는 사람 대부분은 외지에서 온 교인이다. 주말마다 교회 와서 철거 반대 집회를 한다. 오히려 불쌍한 사람은 조합원들인데, 하나님 믿는 사람들이 잘못 편을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철거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교회 한 장로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에는 목사님뿐만 아니라 부교역자들,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청교도영성훈련원 관계자 등이 공동으로 지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상을 타당하게 해 줘야 하는데, 조합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교인들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교회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구 금액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장로는 "모든 일을 할 때는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나. 원만한 조율을 위해서 목사님이 그렇게 (563억 안을) 던진 것이다. 조합도 처음에는 종교 부지를 공짜로 주겠다고 우호적으로 나오더니, 이제 와서는 말을 바꾸고 소송으로 끝내려 한다. 교회는 2심에서 지더라도 3심까지 갈 예정이다. (조합이) 협상에 적극 임하지 않으면, 교인뿐만 아니라 대국본까지 나서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전광훈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장위10구역 주민 99%는 마을을 떠났다. 동네 곳곳에 쓰레기와 폐기물이 쌓여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위10구역 주민 99%는 마을을 떠났다. 동네 곳곳에 쓰레기와 폐기물이 쌓여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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