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가 평양노회에 참석해 물의를 빚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언론 보도가 편파적이고, 경찰도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가 평양노회에 참석해 물의를 빚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언론 보도가 편파적이고, 경찰도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리더 훈련을 빙자해 각종 가혹 행위를 종용한 의혹을 받는 빛과진리교회 담임 김명진 목사가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밝혔다. 김 목사는 5월 18일 양평 십자수기도원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황석산 노회장) 임시회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며 평양노회 부노회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언론이 편향 보도로 교회를 공격하고 있다며 노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이번 평양노회 임시회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빛과진리교회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모였다. 김명진 목사는 빛과진리교회 안건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 노회원 앞에서 최근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회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며, 지난 4월 봄 정기회에서 선출되어 맡게 된 부노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하다. 총회장님을 비롯한 총회 산하 모든 성도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 한때 우리와 믿음·비전을 같이했던 이들에게 상처가 있고, (그들이) 교회 떠난 것을 생각하면 사랑으로 그들을 더 보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빛과진리교회 성도들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다시 한번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깊이 고개 숙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일부 언론에서 빛과진리교회와 자신을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성을 가져야 하는 언론이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순수한 우리 행동을 왜곡하고 확대재생산해, 우리 교회를 마치 범죄 집단으로 매도했다. 그 결과 수사 당국은 교회 및 목사 사택과 목양 공간을 압수 수색했다. 아마 기독교 역사상 초유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1급 장애인인 아내의 생활공간도 3시간 동안 수색해 우리를 당혹하게 했다. 어린아이가 자고 있는 일부 교인 집을 포함한 1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담임목사 관련 인물에 대한 출국 금지는 사실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 오해 여지가 생기게 했다. 이 같은 저들의 행태는 우리 교회를 곤경에 처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교계 탄압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빛과진리교회는 지금 어려움에서 낙망하지 않고 성도들의 아픔과 이들의 신앙 위에 지금의 어려움을 거듭날 기회로 삼겠다. 노회의 가장 큰 책무는 지교회를 보호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님의 온유와 긍휼하심을 닮은 노회와 노회원에 간곡히 부탁한다. 이제 막 젊은 청년들로 싹트고 있는 저희 교회를 한 번 더 믿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진 목사는 노회 현장을 떠나면서도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가혹 행위 논란에 대해서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고, 지방 부동산 구입은 "기도원 부지 용도였다"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명진 목사는 노회 현장을 떠나면서도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가혹 행위 논란에 대해서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고, 지방 부동산 구입은 "기도원 부지 용도였다"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날 노회 현장에는 언론사 기자 30여 명이 몰렸다. 김명진 목사는 취재진에게도 "우리 교회는 철저히 압수 수색당했다. 민낯이 드러날 대로 드러났다. 감춘다고 감출 수 없는 정말 참담한 현실에 처해 있다. 궁금한 것이 많으실 줄 안다. 하지만 이미 사법기관에서 이렇게 압수 수색까지 한 마당이기 때문에, 기자님들이 더 이상 궁금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자제해 주시고 사법기관에서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이라도 우리 교회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들어 주시고 공정 보도를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노회가 끝난 이후 떠나는 김 목사에게 가혹 행위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창·하동 지역 부동산을 대거 구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김 목사는 "전혀 아니다. 나중에 밝혀질 거다", "(평창·하동은) 기도원 부지다. 모든 성도가 안다. 흔들리지 않는다"고만 대답하고 떠났다.

빛과진리교회는 이날 오전 공식 보도 자료를 내고 경찰이 강압 수사를 자행했다고 규탄했다. 교회는 "경찰이 소수의 이탈자들이 지목한 피고소인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하면서 성경책까지 가져갔다. 성경책을 조직적인 가학 행위의 증거로 여겨 가져간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러한 전방위적 압수 수색이 정통 장로교회에서 자행된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진 목사와 리더 2명을 출국 금지한 데 대해서는 "김명진 목사는 빛과진리교회에 재직 중인 당회장이며, 여성 피고소인 2명은 가정주부다. 해외 도피 우려와 개연성도 없으며, 흉악 범죄자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노회원들 갑론을박
"자기 자식 감싸듯 할 일 아냐"
"여론에 휘둘리면 안 돼
김명진 목사, 몰랐을 수도"
평양노회는 빛과진리교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 일부 노회원은 김명진 목사를 두둔했다. 교회 문제를 당회에 맡기거나, 김 목사가 일군 일들을 단번에 판단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빛과진리교회 문제를 최초 보도한 <평화나무>를 조사해 달라는 목사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평양노회는 빛과진리교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 일부 노회원은 김명진 목사를 두둔했다. 교회 문제를 당회에 맡기거나, 김 목사가 일군 일들을 단번에 판단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빛과진리교회 문제를 최초 보도한 <평화나무>를 조사해 달라는 목사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김명진 목사가 노회에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평양노회는 빛과진리교회 문제를 철저하게 살펴보겠다며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조사위원은 강재식 목사(광현교회), 박광원 목사(가산교회), 한혜관 목사(애일교회), 이우희 장로(영암교회), 김용환 장로(왕성교회) 등 5명으로 구성했다.

평양노회 정치부에 속한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는 "빛과진리교회 문제는 우리 노회만의 문제가 아니고, 감싼다고 감싸질 성질도 아니다. 이미 총회에서도 임원회가 여러 번 열렸고 총회장이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김명진 목사는 평양노회 소속 목사이기 때문에 우리 노회가 먼저 보고하든지 치리하든지 해야 할 일이다. 마냥 자기 자식 돌보듯이 허물이 있어도 감쌀 수 있는 그런 성질이 아니다"며 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노회원은 조사위원회 구성을 반대했다. 배철호 목사(온백성교회)는 "교회 문제는 먼저 교회에 치리권이 있다. 이런 문제가 있으면 당회에 소를 제기하고 노회에 항소하고 총회까지 가면 된다. 이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언론을 탔다고 정신 잃고 어떻게 할 줄 모르고 그러면 안 된다. 당회 조사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남일 목사(큰무리교회)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나도 청년 대학 부서를 맡았을 때, 리더 선배가 후배들을 데려다 놓고 얼차려를 줬는데 이를 한참 후에 알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들이 일어난 거다. 김명진 목사 사건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교회 일을 하다 보면 아는 일도 많지만 모르는 일도 많다. 그가 일군 일들을 짧은 센텐스 하나로 치부하고 그 정도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안 될 일이라고 본다. 고생할 텐데, 기도로 힘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일 목사(요엘교회)는 "이번 건은 원고와 피고 양쪽을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평화나무> 쪽에서 문제를 일으켰는데, 조사위원들이 <평화나무>가 믿을 수 있는 단체인지 같이 조사해 달라"고도 주장했다.

평양노회는 지난 7일 김종준 총회장이 빛과진리교회 문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데 발맞추어, 노회 차원의 성명서를 19일 교단지 <기독신문>에 내기로 했다. 성명서에는 △노회 소속 교회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 △빛과진리교회에 대한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 등의 입장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의 압수 수색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사위원회는 21일 1차 모임을 시작으로 빛과진리교회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강재식 목사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을 포함해 신학적인 부분까지 조사하겠다. 특히 고린도후서 6장을 근거로 가혹 행위가 이뤄졌다는 부분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신학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철저히 조사해서 빠른 시일 내에 노회에 보고할 것이다. 피해자들도 만날 것이고 (이 사건을 먼저 보도한) <평화나무>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나무>도 조사해 달라는 일부 노회원 발언에 대해 "<평화나무>까지 조사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개혁연대는 십자수기도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평양노회에 김명진 목사를 면직하고, 노회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개혁연대는 십자수기도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평양노회에 김명진 목사를 면직하고, 노회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편, 노회가 열린 십자수기도원 입구에서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남오성·박종운·윤선주·최갑주)가 평양노회에 △김명진 목사 처벌 △김명진 목사 부노회장직 박탈 △피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열었다. 개혁연대 고문 방인성 목사는 "한국교회를 부끄럽게 하며 전도를 가로막고 예수의 모습을 왜곡하는 종교 집단은 이단·사이비와 같다"고 규탄했다.

빛과진리교회 교인 10여 명도 이날 노회 장소에 나타났다. 이들은 '빛과진리교회를 지켜 주세요'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게시하고,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이 출동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으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교인은 기도원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열고
일부 교인은 기도원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열고 "교회를 지켜 달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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