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종교인 퇴직소득세 과세 시점을 2018년 1월 1일 이후로 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법사위에서 한 차례 소위로 돌려보냈던 법안이 변경 없이 법사위로 다시 올라간 것이다. 법사위 전체 회의와 국회 본회의 두 단계만 거치면 이 개정안이 시행된다.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일명 '종교인 과세 완화법'으로 불린다. 종교인 퇴직금 과세 시점을, 종교인 과세 시행일인 2018년 1월 1일 이후 적립분에 대해서만 매기자는 법안이다. 예를 들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목회 생활을 하고 은퇴하는 A 목사의 경우, 1990~2017년 적립한 퇴직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2018~2019년 2년간 적립한 퇴직금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2018년 이전 퇴직금은 면세된다.

'종교인' 과세 완화법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개신교 목회자, 중대형 교회에서 은퇴하며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목회자에게만 유리한 법이다. 이 법안도 보수 교계 연합체 '종교인과세TF'에서 건의했다. 법안은 발의 당시부터 비판을 받았다. 4월 초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 등이 조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해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법사위는 이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보내 논의하게 했다. 법안심사2소위원회는 7월 17일 논의 후 이 법안을 원안대로 법사위에 다시 올렸다. '법안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소위원회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다. 법사위는 17일 오후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정경두 국방부장관 해임 건의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파행했다.

국회는 종교인 과세 시행 1년 반 만에 이들의 퇴직소득세 부담을 완화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소위원회에서 논쟁이 없지는 않았다. 애초 이 법안에 비판적이었던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세 형평성 문제를 놓고 장제원 의원(자유한국당)과 논쟁했다. 핵심은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대형 교회 목회자와 퇴직금이 거의 없는 대다수 목회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였다.

김종민 의원은 "현장 얘기를 들어 보니까 여기에 해당되는 목사님들이 몇 명 안 된다. 대형 교회 퇴직금을 많이 받는 목사님들은 이게 큰 혜택이 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교회 목사님은 (법안이 통과되든 말든) 크게 차이가 없다. 퇴직금이 보잘것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목사님들 퇴직소득이 별로 없는데, 대형 교회 목사님들은 퇴직소득이 몇십억 되는 사람도 있고 십몇억씩 되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런 경우도 봐주자고 하니 저항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종교계나 기독교계에서 크게 반대하지 않는 범위에 대해서, 형평성 문제를 적용하는 방안은 없느냐"고 물었다. 퇴직소득세가 얼마 되지 않는 이들과, 일반인이 보기에 많은 퇴직금을 받는 이들을 구분해 과세하는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그러면 결론적으로 종교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이 관철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장제원 의원은 김종민 의원 말에 강하게 반발했다. 장 의원은 "그렇게 조세하는 게 어딨느냐. 세금 문제를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나. 왜 징벌적으로 하려고 하느냐. 큰 교회 목사님이 죄인이냐"고 따졌다. 장 의원은 김종민 의원에게 "대형 교회 목사면 소급 적용하자는 거냐. 대형 교회 목사님들 과세는 어쩌자는 거냐"고 물었다.

오신환 의원(바른미래당)도 "어느 금액 이상에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조세 형평성에서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시점을 기준으로 전체를 과세하든지, 2018년 1월 이후만 과세하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차등 적용에는 부정적 의사를 표시했다.

논쟁 끝에 소위원회는 법안을 원안대로 올리기로 확정했다. 소위원장 김도읍 의원(자유한국당)은 "법안 심사는 위원 한 명이라도 이의 제기가 있으면 처리하기 쉽지 않은 것이 관례"라며, 발언하지 않은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의견을 물었다. 이 의원은 "다른 분들이 (원안에) 공감하면 내가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내놓으라는 주광덕 의원(자유한국당) 말에, 이 의원은 "일은 또 되게 해야 하니 그냥 가자"고 답했다.

'종교인' 과세 완화법이라지만 수혜 대상은 목회자, 그 가운데서도 근속 연수가 길고 퇴직금을 많이 받는 대형 교회 목회자에 쏠려 있다. 시민단체들은 종교인 과세 도입 논의 시부터 기독교에 대한 특혜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해 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참여연대 "국회는 일부 종교인 위해 일하나"
납세자연맹 "대형 교회 목사 특혜법"

국회가 '종교인 과세 완화안'이라며 여론의 비판을 받던 법안을 다시 법사위로 올라가면서, 대형 교회 목회자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7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법은 소수 대형 교회 목사를 초점으로 하는 특혜성 법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이 성실히 납세를 해야 국가가 운영되는데, 누구만 세금 깎아 주면 세금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나. 이는 조세평등주의 위반"이라고 했다.

김선택 회장은 "2018년 1월 1일 이전에도 많은 종교인이 세금을 내 왔고, 국세청에서도 종교인은 비과세한다는 견해 표명이 없었기 때문에 2018년 1월 1일 이전의 퇴직소득을 비과세하겠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을 가리켜 "대형 교회 목사 편을 들면 선거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낙선시키지 않으면 소수에게 특혜를 주는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19일 성명서를 발표해 소위원회를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모든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가 국민 대다수의 뜻은 저버린 채 일부 소수 종교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복무하면서 부당한 차별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낳게 한다"고 규탄했다.

또 "국회가 2018년 이전의 종교인 퇴직금을 사실상 비과세하겠다는 것은 극히 소수의 종교인에게만 부당한 특혜를 부여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는 일부 종교인에게 국민들과 차별적인 특혜를 주려는 잘못된 조세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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