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21대 총선을 맞아 그리스도인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해야 하는지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노동 △경제 △환경 △평화 △교육 다섯 분야를 선정해, 각 분야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기독교인들을 만났습니다. 기독교인은 각 분야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며, 이를 정책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어떤 정당이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편집자 주
영등포산업선교회 최성은 목사는 제도권 밖에 있는 노동자와 이웃을 위해 투표하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영등포산업선교회 최성은 목사는 제도권 밖에 있는 노동자와 이웃을 위해 투표하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노동'이라는 말이 아직도 불편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에서 이 단어가 본래 의미와 달리, 불온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부 정치인은 아직도 노동자 인권이나 노동 관련 정책을 쉽게 정쟁화한다. 이는 국론 분열을 야기해 국민에게 피로감을 준다. 그럼에도 노동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대부분이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는 영등포산업선교회 노동선교부 최성은 목사(37)를 만나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정당들의 노동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1958년 설립된 도시 빈민 선교 단체다. 급속한 산업화 이면에 탄압받고 소외됐던 노동자들과 연대해 왔다. 노동자들 의식을 일깨워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최 목사는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7년간 노동자들 시위 현장 등을 심방하고, 노동자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해 왔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사무실에서 4월 9일 만난 최성은 목사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제도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당과 인물에게 표를 던져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제도권 안에 들어올 수 없는 이웃이 주위에 많다.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특수 고용직, 플랫폼 노동자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단순히 내 이웃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내 상황과 남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성은 목사는 노동정책만큼 진보와 보수가 갈리는 지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21대 총선에 나선 주요 정당 정책을 살펴보더라도, 진보 정당은 필요한 의제를 내지만, 보수 정당은 관심이 없거나 친기업 정책 위주라고 말했다.

주요 정당이 내건 노동정책 가운데는 정의당과 노동당 정책이 눈에 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정의당이 내건 '특수 고용 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을 비롯해, '도급 금지 업종 확대', '산재에 대한 원청 책임자 처벌 강화',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가압류 폐지' 등은 굉장히 눈에 다가온다. 노동당 정책 중에는 '파견법 전면 금지'도 있다"며, 이런 것들이 제도권 바깥에 있는 이들을 위한 공약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15개가 넘는 노동정책을 발표했지만, 아쉬운 지점이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노동자 범위를 확대하고 정리 해고 기준을 강화하자는 내용 등이 있는데,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지난 총선 및 대선 공약과 비슷하다"며 "현 정부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밖에서 투쟁하는 노동단체와 사업장에 다가가지도 않는다. 너무 문을 닫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말 노동자를 위한다면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보여 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보수 정당 노동정책은 부실하다고 했다. 최성은 목사는 "미래통합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민생당도 마찬가지다. 제도권 밖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전무한 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
"특수 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
이번 총선에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을 위해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을 위해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뿐이다.

21대 총선에 나선 37개 정당 중 '제도권 밖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은 정당은 어디가 있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각 정당 공약을 확인해 본 결과, 더불어민주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 4개 정당에서 이런 정책을 볼 수 있었다. 각 정당은 특수 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겠다고 했다. 특수 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먼저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을 제도화하고, 기간제법 등을 개정해 차별 시정 제도를 실질화하겠다고도 했다.

정의당은 이른바 '전태일 3법'을 추진해, 5인 미만 사업장 600만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겠다고 했다. 230만 특수 고용 노동자의 노동삼권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에 대한 보호 입법을 추진하고, 초단시간(4주간 1주 평균 15시간 미만) 노동자의 차별을 금지하고 노동권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및 손해배상 가압류 폐지,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내걸었다.

민중당은 비정규직, 특수 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랜차이즈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초단시간 노동자 주휴 수당 보장,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 폐지, 특수 고용 노동자 및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보장 등을 들었다.

노동당은 파견업 전면 금지를 정책으로 내세웠다. 원청의 정규직 직접 고용 원칙을 강화하고, 별도 사업장이나 고정자본 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노동당은 노무현 정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처음 도입한 125조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특례'가 특수 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해당 노동자들이 산재보험과 기타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특수 고용직과 기간제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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