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천주교와 불교는 미사와 법회를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일부 교회들은 오프라인 예배를 고집해 개신교는 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사회에서는 교회들이 오프라인 예배를 고집하는 이유를 헌금 문제라고 본다. 교회를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돈을 버는 집단으로 생각한다. 어쩌다 한국교회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안타깝지만, 전혀 부인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우리 현실이다.

대부분 교회가 온라인 예배 이후 헌금이 줄었다고 한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가 줄었다. 많은 작은 교회가 수입이 줄어서 월세도 감당하기 힘들고, 목회자 사례비가 삭감되기도 한다.

필자의 교회는 1~2월 오프라인에서 예배할 때는 적자였다가 3월 온라인으로 예배하면서 흑자로 전환됐다. 필자 교회 사례를 통해 한국교회 헌금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 돈(헌금 수입과 지출)이 교회 문제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교회 재정 건강성 없이 한국교회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교회 재정을 더욱 정확하게 기록하면 1월에는 30만 원 정도 적자였고, 2월에는 13만 원 정도 적자였다. 3월은 적은 금액이지만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난민 가족들에게 특별 지원하고도 장부상으로 13만 원 흑자를 보였다. 하지만 건물주가 3월 임차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는데, 이미 3월분이 입금되어 4월에 지급 안 하기로 했기에, 실제적으로 113만 원 흑자로 볼 수 있겠다.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 필자 교회 재정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임차료 감면을 제외한 10만 원 남짓 흑자를 의미 없게 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오히려 헌금이 줄지 않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가?

첫 번째는 투명성이다. 필자 교회는 매월 말 재정부장이 수입·지출 내역, 자산 변동을 상세하게 교인들에게 공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자료를 교회 홈페이지에 올려 두어서 누구라도(교인이 아니어도) 열람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증빙 내역을 요청하는 누구에게도 내용을 공개한다.

두 번째는 자발성이다. 필자가 2년 전 교회에 처음 나왔을 때 신기했던 것은 헌금함에 헌금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목사님들도 장로님들도 헌금을 잘 안 했다. 필자는 그래도 예배에 참석할 때는 헌금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흰 봉투에 이름을 써서 매주 헌금을 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교회 전체 헌금 중 온라인 헌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였고, 헌금함을 통한 헌금은 일부에 불과했다. 주일예배 때는 아니어도, 모든 분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하고 있었다.

교회에서 교인 개개인의 헌금 내역을 아는 사람은 재정부장을 포함해 두 명 정도다. 목회자는 알 수가 없다. 목회자 때문에 헌금을 내거나 목회자에게 시험 들어서 헌금을 내지 않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헌금하는 경우는 없다. 개개인의 형편이나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헌금한다.

세 번째는 책임성이다. 필자 교회에는 목회자가 포함된 운영위원회가 있다. 일반 교인이 운영위원장을 맡는다. 10여 명의 운영위원이 함께 1년 예산을 구체적으로 세워 이 예산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

재정에 대한 교인들의 책임성은 온라인 예배에서 빛을 발했다. 이전에 무기명으로 헌금하던 분들이 거의 같은 금액을 온라인으로 헌금을 했다. 흔히 무기명으로 헌금하는 교인에게 책임성을 갖도록 하고자 가능하면 기명으로 헌금하도록 교육하고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본 교회 교인들은 무기명으로 헌금할지라도 헌금을 기피하려는 의도보다는 다른 개인적 이유로 보인다.

목회자는 헌금 내역도 모르고 헌금 설교도 하지 않는다. 수입이 부족하면 운영위원장(장로)이 연말에 교인들에게 재정 상황을 보고하고 필요를 알린다. 필자가 교회에 온 이후로 딱 한 번 헌금 요청을 들었다. 그달에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헌금이 들어왔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단일 헌금 시스템이다. 필자 교회에는 십일조도 없고, 감사 헌금도 없고, 건축 헌금도 없고, 구역 헌금도 없고, 주일 헌금도 없다. 그냥 헌금만 있을 뿐이다. 구역 예배를 안 한다고 줄어들 구역 헌금도 없고, 헌금함을 돌리는 주일예배 없더라도 줄어들 주일 헌금이 없는 것이다. 헌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헌금 항목을 만들어 내는 교회들이 있다면, 과연 옳은 일인지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한국교회의 뜨거운 감자인 십일조에 대해 보자면 필자 교회에서는 '제도로서의 십일조'는 인정하지 않는다. 교회 운영과 구제와 선교의 책임성을 위한 '십일조의 정신'은 수용한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 헌금 중 십일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알려졌는데, 온라인 예배로 헌금이 50% 이상 줄었다면, 십일조 '형식'만 존재하고 십일조 '정신'이 없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한국교회 대부분이 십일조를 고수하는데, 교회 수입이 줄어들까 봐 제도를 없애지 못하는 '신학적 타협'이 세상과 타협하는 껍데기 신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교회는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설교하면서 교인들에게 헌금을 독려한다. 반대로 교회에 모여서 예배하지 않는다고 재물(헌금)을 드리지 않는 교인들이 교회에 다수 있다면, 참된 신자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목회자가 과연 바른 목회를 하고 있는지, 과연 건강한 교회인지 자문해야 한다.

항상 종교 신뢰도 조사에서 천주교, 불교에 이어 꼴찌를 차지하는 한국 개신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떻게 될지 염려된다. 그야말로 날개 없이 추락하는 형국이다. 이 시기를 오프라인 예배에 따른 교회의 생계 걱정을 넘어서, 한국교회 방향성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정말 그 희망을 보고 싶다.

배상필 / 가정의학과 의사로 서초아가페의원 원장입니다. Vancouver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 석사(Master of Arts in Theological Studies)를 했고, 언덕교회에서 재정부장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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