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수능 사회탐구 영역 스타 강사 이지영 씨(이투스교육)가 학생들을 상대로 사이비 종교를 포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씨는 지난해 '천효재단'이라는 단체가 주최하는 세미나 주 강사로 나섰는데, 이 단체가 사이비 종교라는 것이다. 관련 영상은 1월 3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초 게시된 이후 계속해서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에는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제1회 천효재단 컨퍼런스에서 이지영 씨가 강연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씨는 강연에서, 사람이 온전한 정신으로 살지 못하면 귀신에게 영향을 받게 된다며 '기 치료'를 언급했다. 그는 "기운을 조금 더 잘 다루게 되면 저 사람은 나쁜 기운이 있는 사람, 신에 시달리는 사람,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기운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강의에서 '천효기센터'를 가리켜 "제가 이미 하고 있는 기 센터"라며 "스승님 한 분을 이사장님으로 모시고 재단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 규모를 키워 앞으로 더 많은 장학생을 배출하고, 정신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우주를 관통할 수 있는 청년을 길러 나가겠다"며 그러기 위해 "후계자로서의 사명을 열심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당시 천효재단 컨퍼런스에 '1타 강사' 이지영 씨에게 영향을 받아 참석한 젊은이가 많았다는 참석 후기가 계속 올라왔다. 이들은 각종 '인증샷'을 올리며 "처음 들을 때부터 이상했다", "귀신 강의 듣고 왔다", "사이비 교주와 유착 관계가 생긴 것 아닌가 생각된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지영 씨는 천효재단이 주최하는 세미나에 1회부터 쭉 강사로 참여했다. 천효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이지영 씨가 천효재단에서 강연한 내용은 이상하기는 하지만 종교와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인다. 주최 측 천효재단 홈페이지에도 "천효는 하늘 앞에 효를 다하는 것으로,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도리이자 상식"이라는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천효재단은 사회사업으로 천효 세미나, 천효 장학 사업, 청년부 농촌활동 등을 소개했다. 이지영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매달 천효 세미나 초청 강사로 강의했다.

의심이 가는 지점은 천효재단의 법인 이름이 '천효기독교재단법인'이라는 것이다. 천효재단을 기독교 사이비 종교라고 문제 제기하는 이들은, 천효기독교재단법인이 '기독교'라는 단어를 빼고 천효재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2019년 1월 7일, 천효기독교재단법인에 종교 법인 설립을 통보했다. 이날은 천효재단 홈페이지에 나오는 설립일과 같다('천효기독교재단법인'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는 따로 없다). 천효기독교재단법인이 서울시에 제출한 자료에 나오는 소재지 주소와 천효재단이 홈페이지에 밝힌 주소도 같다.

이 자료를 보면, 천효기독교재단법인은 목표·사업 측면에서 일반 기독교 단체와 다르지 않다. "천효 기독교 정신을 연구하고 참다운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여 사회봉사와 신앙 활동을 통한 선교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면서 세계 복음화에 기여하고 국내·외적으로 천효 기독교 정신의 개척과 성장에 기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선교', '청년 영성 리더십 개발 세미나 및 수련회', '목회자 영성 리더십 개발 세미나 및 수련회', '천효 기독교 정신 개척 및 성장 사역과 연구', '천효 기독교 정신에 관한 교육 및 훈련', '천효 기독교인 자녀 장학 사업' 등이다. 그러나 이지영 씨 강의를 들어 보면, 실상 천효기독교재단법인은 '기 치료'를 이야기하는 곳이다.

이지영 씨는 유튜브 공식 계정에 게재한 '포스트 자본주의를 꿈꾸는 이들에게'라는 영상에서 "내가 하는 어떤 행동과 어떤 생각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좀 큰 생각을 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천효재단은 작년 초 설립됐기 때문에, 아직 교계에 알려지지 않았고 이단성 조사도 없었다. 하지만 이지영 씨가 강연에서 언급한 '기 센터', '기 치료'는 교계에서 유사종교 활동으로 규정한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문수석 총회장)은 2007년, 이승헌 씨의 단월드를 유사종교로 지정했다. 단월드와 연관돼 있는 뇌 호흡, 마음수련 등도 다 같은 계열로, 기독교인은 참여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예장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박형택 소장(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은 2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건강 회복을 빙자해 기 치료하는 곳은 결국 창시자를 신으로 믿게 만든다. 중국의 파룬궁, 한국의 단월드, 천도 수련법 모두 결국에는 본인을 신격화했다"며 '기 치료'를 내세우는 곳은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태영 총회장)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을 지낸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도 과학적으로 검증도 되지 않은 '기 치료' 유사 단체들이 한국 사회에서 계속 문제가 돼 왔다고 했다. 허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종자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권력을 행사한다. 돈이 되는 장사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고 유사한 게 자꾸 자생하는 것"이라며 교인들이 이것을 알고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천효재단과 이지영 씨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천효재단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번호로 연락했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문의 전화가 많이 와 일일이 대답하기 힘드니 궁금한 점을 문자로 보내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지영 씨가 천효기독교재단·천효기센터 설립에 관여했는지 △재단 이름에서 '기독교'를 빼고 활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기 치료는 유사종교 행위가 아닌지 등을 문자로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지영 씨는 논란이 한창인 2월 2일, 자신의 유튜브 공식 계정에 '포스트 자본주의를 꿈꾸는 이들에게'라는 영상을 올리며 "대한민국은 사상과 양심과 종교와 토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라고 썼다. 또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사상, 새로운 철학을 논의하고 찾아보는 시도가 사회를 변화시킨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 세미나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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