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 교회에서 '친족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5명이 동시에 등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소속 ㅅ교회는 강남구 도곡동 한 상가 건물에 자리 잡은 작은 개척교회다. 교인 30명 남짓한 작은 교회에서, A·B·C·D·E는 어렸을 때 가족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에 이 사건을 제보한 사람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중 한 명이다. 현직 유럽 선교사 이승훈 씨(가명)는 조카 A가 8월 말 자신을 성폭력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며, 자신은 전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고소당한 사람이 먼저 <뉴스앤조이> 문을 두드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간 자리에서 조카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A는 이 씨가 4~5세 때 자신을 성추행하기 시작해 6세 때는 자신을 강간했고, 그 뒤로는 수영장·영화관 등지에서, 심지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도 성추행했다고 고소했다. A는 최근까지도 관계가 지속돼 왔다며 이 씨를 처벌해 달라고 했다. 이 씨는 조카가 오랜 세뇌와 영적 학대로 없던 기억을 강요당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A가 주장하는 내용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가 상습적으로 발생했다는 기간에 그는 조카와 떨어져 다른 지방에서 살고 있었다. A는 그의 방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했는데, 당시 그런 방이 있는 집에 살고 있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 씨는 조카가 7월 말 갑자기 전화번호를 바꾸고 가족들과 관계를 끊기 시작했다며,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여성들 주장만 놓고 보면 천인공노할 사건이다. 그러나 이승훈 씨가 제시하는 정황과 증거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증언을 의심하게 했다. 그의 말대로 A·B·C·D·E 배후에 있는 교회와 인물들이 극단적 종말론 사상에 빠진 집단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정황도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갑자기 연락 끊고 잠적 후
"아버지가 성폭행", "남동생이 성폭행"
가족이 교회 찾아가도 거부
장로·권사 부부가 대신 나와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올해 4월부터 차례로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 전화번호까지 바꿨다. 지방에서 살다 서울로 간 이들이었기에, 가족들은 이들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됐다.

충남 서산에 사는 강철원 씨(가명)는 올해 6월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아내와 세 딸 B·C·D를 만나지 못했다. 그가 해외에 나간 사이, 아내는 살던 집을 판 뒤 세 딸을 데리고 서울에 가서 잠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씨는 경찰에게 연락을 받았다. 경찰서에서 본 고소장에는, 자신이 세 딸을 4~5살 때부터 성추행하고 강간한 파렴치한 아버지로 묘사돼 있었다.

안성수 씨(가명)는 서울에서 누나 E와 함께 살고 있었다. E는 올해 4월 말, 갑자기 집을 나갔다. 몇 년간 함께 살기로 해 놓고 왜 갑자기 나갔느냐고 묻는 안 씨에게, E는 "너와 오랫동안 성관계를 해 왔는데 이건 하나님 앞에 죄다", "너와의 근친상간 관계 때문에 임신·낙태까지 했다", "이 죄를 멈추고 회개하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어서 집을 나가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E는 교회 권사 연락처를 남기며 앞으로 그를 통해서만 연락하라고 했다.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ㅅ교회. ㅅ교회는 낡은 건물 3층에 입주해 있는 작은 개척교회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A·B·C·D·E가 갑자기 잠적한 뒤, 가족들은 이들과 만나기 위해 서울 ㅅ교회까지 찾아갔다. 그러나 이들은 만남을 거부했다. A는 가족과 만났으나 ㅅ교회 F 장로와 G 권사를 대동했다. 다른 가족들은 여성들을 만나지 못하고 F 장로와 G 권사만 만날 수 있었다. 이 둘은 부부로, 한동안 담임목사가 부재했던 ㅅ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장로·권사 부부는 가족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A·B·C·D·E 모두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이다. 또 학교 선생님과 동급생 등에게도 성폭행을 당해 수차례 임신과 낙태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A·B·C·D·E 모두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해자인 가족과 분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충격적인 말을 듣고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삼촌 이승훈 씨를, B·C·D는 아버지 강철원 씨를 고소한 것이다.

친족 성폭력 증거 묻는 말에
"동성애가 올라왔기 때문"

A의 부모가 장로·권사를 만난 자리에는 '성폭력 전문가'라는 ㅅ교회 한 집사가 동석했다. 딸이 오랜 시간 삼촌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부모에게, 권사는 "오래 전 A에게 동성애 증상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동성애라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동석한 집사는 "A에게 동성애가 올라왔다. 동성애 원인을 파다 보니까 뿌리에 외삼촌의 성폭력이 있더라"고 말했다. 동성애는 성폭력당한 기억 때문에 이성을 거부하다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것이 친족 성폭력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A 역시 아버지에게 보낸 메일에서 "내 기억 말고 내세울 수 있는 (성폭력의)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기억보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지금 동성애자로 드러난 것, 이 반응 외에는 그렇다 할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 "동성애는 하나님 앞에 죽을 일이다. 그래서 회개해야 한다. (중략) 나는 피해자임이 분명하고 죄를 행한 것을 보고 죄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썼다.

장로·권사 부부는 여성들이 친족 성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에 무조건 가족과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을 고백했을 때 믿어 주지 않는 부모들이 2차 가해를 행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믿고 고백했기 때문에 자신들만이 피해자들을 회복시킬 수 있다며, 자녀를 집으로 보내 달라는 부모의 부탁을 거절했다.

장로·권사 부부, 목사·교인들과
시한부 종말론, 천국·지옥 체험,
홍혜선 거짓 예언 믿는 집회 참여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비상식적인 상황들을 믿을 수 없었다. 오히려 ㅅ교회와 장로·권사 부부를 의심하게 됐다. 사실 몇 년 전부터 ㅅ교회에 대한 의심의 싹은 자라고 있었다.

선교사인 이승훈 씨는 2016년경부터 조카가 다니는 ㅅ교회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ㅅ교회를 찾아가 보기도 했고, 누나(A의 어머니)에게 주의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11월 18일 기자와 만나 "권사라는 사람이 엄마와 딸의 관계를 '영적 간음'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감이 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것 때문에 나를 고소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ㅅ교회피해자연대(가칭)는 장로·권사 부부가 교인들에게 그릇된 신앙을 통해 거짓 기억을 심고 있다고 주장했다.

F 장로와 G 권사는 ㅅ교회를 개척한 목사 및 교인들과 함께 충청남도 서산에 있는 ㅇ교회 집회를 수년간 자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ㅇ교회는 '성령 집회'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 집회는 극단적 시한부 종말론, 천국과 지옥 체험, 가계 저주론과 귀신론, 직통 계시 등 비성경적인 내용을 설파하는 장이었다. 한반도에 전쟁이 날 거라는 홍혜선 씨의 거짓 예언을 철석같이 믿기도 했다.

B·C·D 세 딸에게 고소당한 강철원 씨는 ㅇ교회에 빠진 아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이 집회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강 씨는 집회 녹취록을 입수해 ㅇ교회가 소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류정호 총회장)에 조사를 요청했다. 강 씨에게 제보를 받은 기성 이단대책위원회는, 2016년 7월 자체 조사 후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이 직접 자신에게 휴거 날짜를 주셨는데, 휴거를 대비하되 9월에 휴거당하는 게 가장 좋다. (중략) 천국과 지옥의 이미지를 보는 신비한 경험을 하면 천국과 지옥을 믿게 된다는 이유로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중략) 어느 교회에는 귀신이 가득하므로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거나, 자신의 사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의 영(귀신)이 들어갔다고 비난하며 축사 사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ㅇ 교회 사역은 가계저주론과 베뢰아 귀신론이 섞인 '신사도 운동'을 모방하는 불건전한 성령 운동이다. 한국교회와 본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왜곡된 성령 운동과 극단적 신비주의 신앙에 빠지게 할 위험이 크다. 우선 말씀과 교단 교리에 따르도록 지도하고 이를 거부할 때는 이단사이비대책특별법에 따라 정죄함(이단성)이 옳다."

한 대학생 선교 단체도 ㅇ교회 성령 집회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서산과 가까운 지역 세 지부의 간사 18명이 이 집회에 빠져, 학생들에게 비성경적 내용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이 선교 단체는 2016년, 간사들이 이상하다는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벌였다. 당시 작성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집회에서는 극단적 종말론, 천국·지옥 체험, 그릇된 천사관 등을 이야기했으며 간사들은 이를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대표간사를 중심으로 해당 지부 간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ㅇ교회의 집회에 1년 반 이상 매주 정기적으로 한 차례 이상 혹은 두 차례에 걸쳐서 훈련을 받아 왔으나 이것에 대한 공식적인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내용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ㅇ교회 집회와 연관된 이후 발생한 극단적 신앙 형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단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니 ㅇ교회 집회와 교류를 끊고 천국과 지옥의 체험에 의존하지 말 것에 대해서 권고했으나, 해당 간사들은 이 권고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ㅇ교회 집회와 관계성과 그 가르침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선교 단체는 2016년 4월, 집회에 참석한 간사들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지부 대표간사 2명을 정직, 간사 14명을 견책에 처했다. 하지만 이들은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역 중지 선언과 함께 면직을 요구했다. 결국 단체는 간사들을 모두 면직했고, 이들은 2016년 8월부터 다른 선교 단체를 세워 사역하고 있다.

이처럼 ㅅ교회 장로·권사 부부와 교인들이 자주 다닌 집회는 이단성이 강한 곳이었다. 세 딸에게 고소당한 강철원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ㅇ교회 집회에 대해 제보한 것을 아는 장로·권사 부부가 나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딸들을 심리적으로 조종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ㅅ교회 입구. 왼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4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작은 예배당이 나온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가족들, 노회에 대응 요청
노회장 "이단 조사 요청 가족 우리 교인 아냐,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절차 밟을 것"
권사는 취재 거부

현재 이승훈 씨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강철원 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ㅅ교회 교인들에게 친족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가족은 셋이다. 가족들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ㅅ교회피해자연대'(가칭)를 결성했다. 가족들 중 일부는 8월 중순, ㅅ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ㅅ노회 시찰회에 상황을 알렸다. 9월 초에는 다른 가족들이 노회에 찾아가 대응을 요청했다.

가족들은 노회가 ㅅ교회의 이단성을 밝히는 데 적극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 노회는 지난 정기노회에서 담임목사가 공석인 ㅅ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했고, 교회가 청빙한 김 아무개 목사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앞으로 교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임시당회장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아무개 노회장은 11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노회가 교회를 이단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게다가 조사를 요청하는 가족들은 우리 교단 교인도 아니다. 외부인이 우리 교단 교회 이단 조사해 달라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추이를 지켜보다가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총회에 이단 조사를 요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회는 당회장이 공석인 ㅅ교회에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한 유 아무개 목사가 교회와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유 목사는 11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ㅅ교회 장로·권사 부부는 노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회 지도를 따르며 순종하겠다고 했다. 거부했다면 모를까, 순종하겠다고 하니 교회가 청빙한 김 목사가 목양을 맡고 나는 행정적인 부분을 담당할 예정이다. 앞으로 드러나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교회 이단성 문제가 제기되면, 노회는 조사대책위원회 등을 꾸려 필요한 절차 등을 밟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ㅅ교회는 예전처럼 주일예배 및 매일 기도회 등을 이어 가고 있다. F 장로와 G 권사 부부, 가족과 연락을 끊은 A·B·C·D·E도 여전히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G 권사는 11월 25일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언론들이 처음에는 피해자 편이라고 접근하다가, 나중에는 다 우리가 이단이라고 한다. 기자들을 못 믿겠다. 행여 취재에 응하고 싶어도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장로님과도 의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11월 27일 재차 G 권사에게 연락했다. G 권사 대신 전화를 받은 남성은 신분을 밝힌 기자에게 "앞으로 전화하지 말라. 또 전화하면 신고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 취재 가능 여부 △자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가족들을 장로·권사 부부가 대신 만난 이유 △동성애를 친족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한 이유 △이단성이 있는 ㅇ교회 집회를 오래 다녔고 ㅅ교회에서도 유사한 집회를 한 이유 등을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이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