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에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한국 과학의 건강성을 담보할 대안을 모색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창조과학 연속 기고'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인 글들을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미시시피의 호스트마이어 교수(Mark Horstmeyer)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ACGR(The Association of Christian Graduate Researchers)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는 한국을 주축으로 활동하는 것 같다. 제휴 기관이 대부분 한국 대학과 단체들(한동대, 한국창조과학회, 명지대, 숭실대)이기 때문이다.1) 박성진 교수가 그다지 활동적이지도 않은 ACGR을 끌어오면서까지 의도했던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 단서는 2013년 8월 4일부터 5일에 걸쳐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국제 창조과학 컨퍼런스(ICC) 참석 후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호스트마이어와 박성진 교수의 사진이 게시된 이 글에는, 학회에 참가했던 미시시피주립대 대학원생의 후기가 있다.

창조과학자들을 잔뜩 만나 흥분한 이 학생은 한편으로는 신선한 충격을 느끼면서도,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토로하고 있다. 즉 "대부분 참가자들이 연세가 많은 분이었고, 젊은 청년들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지지세를 잃고 있는 한국의 극우 야당처럼, "창조과학 운동의 진원지인 미국에서조차도 다음 세대 창조과학자의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가지 다짐을 한다. 즉, "성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진화론을 무너뜨릴 다음 세대 사역자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나 또한 성경이 사실임을 전하는 다음 세대 창조과학 사역자가 되도록 주님 앞에 성실하게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이다.2)

하필이면 박성진이 공부했던 미시시피주립대에서 온 이 학생이, 현대 과학을 거부하고 자신의 신앙에 편협하게 매몰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박성진 교수의 영향일 것이다. 박성진은 2007년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되었다. 이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연구·언론·법률·기업·행정·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1세대 창조과학자들의 뒤를 이을 젊은 다음 세대들의 대대적인 양육이 필요하다. 일반대학의 크리스천 교수들과 네트워킹을 하여 그 밑에서 연구와 학위를 취득하고, 각 분야에 흩어져서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여호수아와 같은 인재들을 키워 내야 한다. ACGR은 이것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3) 이 말들을 정확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로 박성진 장관 후보가 창조과학회와 자신의 강의,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 온 이 같은 발언들이, 그가 공직 후보자가 되어서는 안 될,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전체 과학자의 1%도 안 되는, 그마저도 생물학자는 별로 없고 대부분이 기계공학자나 심지어 신학자로 이루어진, 창조 신앙을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이 사이비 집단이, 전체 과학계를 진화론의 노예로 매도하는 현실에 대해 좀 냉정하고 차분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토머스 쿤(Thomas Kuhn)은 설명 불가능한 실험 결과들이 누적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 일종의 '종교적 신앙'과도 같은 과정을 따라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쿤의 이론이 모든 과학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에 불과했던 과학자 집단의 이론이 결국 과학계 전체로 확산되었던 사례가 과학사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라부아지에(Antoine Laurent Lavoisier)가 대부분의 화학자가 믿고 있던 플로지스톤 가설을 기각할 때, 생물학이 정립되던 시절에 생기론이 기계론에 의해 대체되던 과정에서, 그리고 볼츠만(Ludwig Boltzmann)의 통계역학과, 이후 등장한 양자역학이 물리학자들 사이에 퍼져 나갈 때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창조과학이 그런 혁명의 과학이 아니라고 섣부르게 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피상적으로 비슷하다고 해서, 근본원리까지 같은 건 아니다. 위의 사례들에서 소수 이론에 불과했던 과학 이론들이 결국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경쟁하는 이론들의 대립 속에서, 속속 발생하는 기존 이론으로 설명 불가능한 여러 데이터를 훨씬 명료하게 잘 설명해 냈고, 그것을 넘어 기존의 이론이 예측하지 못하던 새로운 현상들도 훌륭하게 예측해 냈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은 이런 작업들을 통해 진화론과 대립하고 있는 이론 체계가 아니다. 창조과학은 진화론이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 들추고 흠집 내는 것으로만 가능한 이론 체계이며, 스스로의 연구 프로그램 부재는 물론, 진화론보다 지구의 역사를 더 잘 설명할 그 어떤 능력도 지니고 있지 못하다. 과학자 사회가 모조리 편협한 신앙에 사로잡힌다면 모를까, 철저한 동료 평가에 의해 유지되는 과학 출판 시스템은, 창조과학이 주장하는 사이비 이론을 출판하지 않는다. 창조과학자들은 그래서 자기들만의 학술지를 만들고 끼리끼리 모여 축제를 연다. 창조과학자 중 그 누구도, 국제진화생물학회나 유전학회에 나와 자신의 창조과학 이론을 발표한 전례가 없다. 비겁한 집단이다.

과학계에서 이단 혹은 사이비로 받아들여지는 창조과학을 적극 받아들이고, 버젓이 홍보하며, 특히 후학들에게 이를 가르친 교수가 있다. 제대로 된 과학자들의 국제 학술 대회에 나가 발표할 용기도 없으면서, 자신이 공부했던 미국 대학의 한 백인 교수를 권위로 내세워 한국의 좁은 우물에서 과장을 일삼은 인물이다.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모든 과학 지식 체계를 부정했고, 이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혁신적인 이론도 만들지 못했으며, 창조과학을 통해 자신의 종교적 신앙을 학문적 성과에 억지로 투영했다. 이런 학자의 개인적 연구 활동까지 억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박성진의 임명은 이런 사이비들이 한국의 공직에 대거 투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훗날 긴 겨울 촛불을 들고 자신들을 지지하기 위해 거리에 선 과학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그 무지를 사죄할지 지켜보겠다.

*출처: [창조과학 연속 기고 - 6] 창조과학자의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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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 급진적 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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