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드리는 기도에서 우리는 고백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네 그렇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빛이 어디 있습니까?"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말했다. 침묵이 흘렀다. 예은 아빠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빛이 있어야 어둠을 이기죠. 우리가 아무리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그렇게 믿는다고 고백해도, 정작 빛이 있어야 어둠을 이길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연합 기도회가 11월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살갗을 파고드는 수능 한파에도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교인 6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추모 공간 '기억과 빛' 전시관 앞 야외에서 기도를 올렸다.

예은 아빠는 검찰이 최근 착수한 세월호 참사 재수사가 마지막 기회라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은 아빠 말대로 사람들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빛은 지난 5년간 세월호를 제대로 비추지 못했다. 세월호 가족과 그리스도인들이 매달 광화문광장과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이유다. 이번 예배는 올해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기도회였다.

세월호 가족들을 대표해 나온 유경근 씨는 "우리가 빛이 되어야죠. 나는 빛이 안 되면서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아무리 고백해도 말뿐이지 않겠습니까. 내가 빛이 되어 어둠을 물리치겠다는 각오와 실천과 행동이 뒤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검찰은 11월 11일,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임관혁 단장)을 출범하고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올봄부터 전면 재수사와 특별수사단 설치를 주장해 온 416가족협의회도 성명을 내, 검찰 결정을 환영하고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예은 아빠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당부했다.

"경빈이와 우리 아이들이 바로 지금 그 당시 끔찍했던 기억을 우리에게 다시 보여 주고 들려주는 건, 엄마·아빠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겁니다. 검찰이나 정부에 주는 기회가 아니고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과 엄마·아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 겁니다.

지금까지 드린 말씀은 사실 제게 하는 말입니다. 스스로 다그치는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준 마지막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지 않고 반드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겠습니다. 그 길에 우리 그리스도인 여러분도 함께해 주길 바라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와 여러분이 스스로 빛이 되는 길이고, 그럴 때 그 빛이 어두움을 모두 몰아낼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사람들은 빛이 되어 어둠을 물리치겠다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가 '아니, 지금 당장'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한 순간에 스러지고, 게다가 그 생명의 여섯 배에 달하는 또 다른 고귀한 생명이 매년 일터에서 스러져 가고, 49년 전 전태일의 절규에도, 26년 전(1993) 해상 참사에도, 1년 전 김용균 군의 비극에도, 지금도 그런 사태가 지속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절대로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우리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바라는 것은, 그 사회를 평범한 모든 사람이 일상의 소소한 삶을 소중히 하면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바꾸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더 늦기 전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그 진실 규명 위에 정의가 이뤄지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삶을 누리는 평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여기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함께 연대하는 모든 이가 그 한 마음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