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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의 대물림, 성경적으로 죄"
CBS 명성교회 세습 특집 좌담, 손봉호·홍인식·조건호·오총균·이훈희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9.08.30 13:08

CBS가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관련해 특집 좌담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반대해 온 목회자·장로·신학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 조건호 장로(소망교회), 오총균 목사(시흥성광교회), 이훈희 전도사(장신대)가 8월 30일 CBS 특집 좌담에 출연해 그동안 진행돼 온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전망 등을 다뤘다.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이후, 한국교회는?'라는 주제로 진행한 좌담에서 손봉호 교수는 목회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했다. 세습은 비도덕적이며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손 교수는 "막대한 영향을 가진 아버지 목사가 아들을 후임으로 선택했을 때 누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세습은 단순히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인에게 불명예를 안겨 주고 있다. 전도에 방해가 되고,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도 교회 세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명성교회는 부자 세습을 철회할 의지가 없다. 지탄을 받으면서도 세습을 물리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인식 목사는 "만일 제가 100명이 다니는 교회에 있다면 포기하겠다. 그러나 그 교회가 몇만 명 되고, 돈과 권력이 있다면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할 것이다.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홍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부와 권력의 세습이다. 성경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십자가, 고난의 세습뿐이다. 부와 권력이 아닌, 정의·사랑·평화·생명이 세습된다면 어느 누가 반대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은 '미자립 교회' 세습을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봉호 교수는 "세습은 가치중립적이다. 가난한 교회를 물려받으면 오히려 칭찬받아야 한다. 세습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대교회,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교회의 세습이 문제다. 인간은 별수 없다. 힘이 있으면 교만해지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유혹을 받는다"고 했다.

명성교회는 총회 재판국 판결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하나 목사는 2013년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들은 명성교회 반대 운동에 앞장서 왔다. 세습 반대 피케팅, 세미나, '걷기도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왔다. 신학생들이 세습에 저항하는 이유는 '불의'와 관련 있다. 이훈희 전도사는 "목회 세습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을 뿐더러 명성교회 세습이 관철되는 과정이 매우 불의했다. 한국교회 롤모델이었던 명성교회가 이렇게 나오니 신학생들이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내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2회 총회 재판국원으로 활동한 조건호 장로는 이번 재심 판결로 신뢰를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장로는 102회 재판국원 당시 명성교회 주심을 맡았다. 재판 초기만 해도 세습 반대 견해를 가진 국원이 많았고, 바른 판결이 나올 것으로 낙관했다. 시간이 지연되면서 기류가 바뀌었고, 2018년 8월 7일, 8대 7로 명성교회 손을 들어 준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조 장로는 "결과를 보고 제 자신이 황당했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긴 한데, 당시 반드시 하나님께서 진리를 성결케 하실 거란 마음이 있었다. 지난해 9월 103회 총회서 세습을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총의가 849대 511로 나왔다. 이번 재심에서도 올바른 판결이 나와 한국교회뿐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서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변호를 맡았던 오총균 목사는 자녀가 대를 이어 해야 잘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오 목사는 대를 이어 5년간 목회를 한 적 있는데 여러 문제를 겪었다고 했다. 교인들이 자신을 담임목사가 아니라 원로목사 아들로 봤고, 변두리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100% 찬성으로 청빙됐지만, 알고 보니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도 있었다고 했다.

오 목사는 "대를 이어 목회하면 잘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나는 사고를 당해 기존 교회에서 나와 작은 교회로 임지로 옮겨야 했다. 지금 와서 보니 잘한 선택이었다"며 웃으며 말했다.

올해 9월 열리는 예장통합 104회 총회에는 세습금지법을 폐지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미비한 법 때문에 교단이 시끄럽다며 차라리 없애자는 것이다. 오 목사는 "세습금지법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가 공공성·객관성·공정성을 지키고, 교회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세습금지법은 자랑스러운 교단의 선진화법으로 지켜야 한다"고 했다.

"'교회 안정', 하나님나라 가치관 위배
부와 권력의 세습은 맘모니즘
한국교회, 돈부터 상대화해야
유혹·절제 없이 하나님 영광 어려워"

명성교회는 '교회 안정'을 위해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다. 홍인식 목사는 '교회 안정'은 최고의 가치판단이 아니며, 하나님나라 가치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홍 목사는 "명성교회를 비롯한 대형 교회는 안정과 번영을 이유로 세습했다. 안정과 번영은 돈과 관련 있다. 교회 세습에는 돈이라는 우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홍 목사는 "비록 성경에는 세습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원론적 의미에서 부와 권력의 세습도 성경적으로 죄라고 본다. 하나님나라의 가치관을 대체하고 있는 부와 권력의 세습은 맘모니즘이다"고 비판했다.

"세습은 불가하다"는 총회 재판국 재심 판결이 나왔지만, 명성교회는 불복을 선언했다. 손봉호 교수는 "아주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한 교회가 잘되기 위해 기독교 전체가 욕을 먹어야 하는가. 개교회가 잘돼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교회 우상'이다. 한 교회 때문에 다른 교회들이 손해 보는 건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큰 잘못이다. 명성교회가 이번에 생각을 잘 바꿔서 교회도 살고, 한국 기독교도 함께 명예를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명성교회가 사회 법으로 소송을 하거나, 교단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건호 장로는 "명성교회가 쉽게 탈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재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사유가 엄격해 재심 판결을 바꿀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명성교회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법원이 총회의 재심 판결로 확정된 결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식 목사는 명성교회 재심 판결이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봤다. 홍 목사는 "일차적으로 세습을 준비하던 교회들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이번 일로 목회자들이 세습과 목회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손봉호 교수는 "돈을 상대화하자"고 권면했다. 손 교수는 "돈에 대한 유혹을 절제하지 않고서는 절대 성도다운 성도, 교회다운 교회가 될 수 없다. 성경은 돈과 재물에 대한 경고를 많이 한다. 한국교회는 제일 먼저 돈을 상대화해야 한다. 돈에 대한 유혹과 절제 없이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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