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각자도생, 적자생존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죽음' 혹은 '죽임'이다. 죽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 평범한 노인으로 늙을 수 있을지 걱정했던 한 청년의 질문에, 백소영 교수(강남대)는 "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하나님이 허락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서로를 보살피는 '생존 공동체'를 이룰 때 가능하다고 했다.

백 교수는 8월 2일 성서한국 전국 대회 셋째 날 저녁 집회에서 '우리, 서로를 건설하는 이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지난 강연에서, 하나님이 지은 고유의 '나'를 발견하고 나면, 공동체에서 오랫동안 유의미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던 '너'를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나'와 '너'가 만나 앞으로 어떻게 '우리'를 이루며 살아야 할지 성경 속 공동체를 예를 들며 설명했다.

성경 속 생존 공동체
사사 시대 이스라엘 사회
"각자 재능으로 서로 돕는,
모두가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

백 교수는 교회가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생존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백소영 교수가 처음 제시한 예는 사사 시대다. 사사 시대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이집트를 탈출하고 처음 건설한 사회다. 이집트는 왕과 귀족, 성직자가 평민들 위에 군림하는 수직 사회였다. 엄격한 위계 아래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위해 하나님은 '사사 시대'라는 새로운 계약 사회를 만들어 줬다.

왕이 없는 사회였다. 하나님이 유일한 왕이었다. 백 교수는 이를 "인간이 결코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할 수 없었던 사회"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항구적인 지도자를 세우지 않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필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지도자로 삼았다. 성별이나 신체 조건, 사회적 지위 등을 따지지 않았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재능 사회를 꿈꿨다. 특정 계층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일부를 배제하거나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사회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으로 서로를 돕는, 모두가 서로를 필요한 존재로 여기는 평등한 공동체였다."

초대교회가 중시한 가치
'서로가 함께', 권위·소유 나누기
"결핍·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 없어야"

백소영 교수는 지난 3일 동안 '나', '너', '우리'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기독 청년들이 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제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러한 정신은 초대교회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백소영 교수는 사도 바울이 성경에서 '서로'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신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가 쓴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분도출판사)를 일부 소개하며, '서로 함께'는 초대교회의 중요한 가치였다고 설명했다.

"서로를 위하여 같이 걱정하고(고전 12:25), 서로 화목하고(살전 5:13), 서로 선을 행하고(살전 5:15), 서로 사랑으로 섬기고(갈 5:13), 서로 남의 짐을 져 주고(갈 6:2), 서로 사랑으로 참아 주고(엡 4:2), 서로 죄를 고백하고(약 5:16), 서로 용서하며(골 3:13),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약 5:16), 서로 친교를 나누며(요일 1:7), 서로를 건설하는(살전 5:11) 사람들의 이름이 '교회'다."

초대교회 주요 운영 원리 중 하나는 권위를 나누는 것이었다. 로마는 신분제 사회였다. 귀족이나 부유층은 누구나 종을 부리고, 남성은 여성을 소유물로 여겼다. 그러나 초대교회는 달랐다. 백 교수는 "교회에서 주인과 종,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형제', '자매'라고 불렀다. 이는 시대 질서를 거스르는 혁명과 같다. 예나 지금이나 상대의 재능을 발견하고 인정하며, 나와 동일한 존재로 대하는 것은 자신의 이해와 경계를 뛰어넘는 일이다"고 말했다.

소유를 나누는 일도 초대교회의 중요한 운영 원리였다. 백 교수는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이 교회에 열심히 헌금하고 있지만, 그것이 소유를 나누는 일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교회에 갖다준다 해도, 다른 이를 착취해서 모은 재물이라면 하나님은 기뻐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성경에는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사람으로 삭개오가 등장한다. 그는 예수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그동안 다른 이의 재물을 빼앗았다고 고백한다. 이들에게 돈을 네 배로 돌려주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백 교수는 "이런 삭개오에게 예수님은 '너의 집에 구원이 이른다'고 말했다. 이때 구원은 또 다른 말로 생존이다. '소유 나눔'이 제대로 작동하는 공간에는 적어도 결핍과 굶주림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교회가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성만찬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빵과 잔을 나누며, 서로 책임지는 공동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백소영 교수는 대회에 참석한 청년들을 둘러보며 '거룩한 부담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일간 '나', '너', '우리'라는 키워드로, 기독 청년들이 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강연으로 청년들이 또 다른 짐을 떠안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하나님은 부담을 주기 위해 우리를 창조하지 않았다. 물론 마음대로 막살라는 말은 아니다. 자기 존재를 하나님에게 열고, 주의 말씀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내 의지와 주님의 뜻이 서로 충돌할 때, 어떤 방식으로 살지 끊임없이 기도하고 고민해야 한다. 설령 여러분이 자기 뜻을 고집한다 해도, 하나님은 그 선택을 존중하고 기다린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

거꾸로 사회 선교라는 목표에 경도되어 독선과 배제의 방식으로 공동체를 이끄는 일도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백 교수는 본회퍼가 쓴 <신도의 공동생활>(대한기독교서회)을 인용했다. "그리스도교적 사귐 자체보다, 그리스도교적 사귐에 대한 자신의 꿈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비록 그가 인격적이고 정직하게, 또한 매우 진지하고 희생적으로 사귐을 생각할지라도 결국 그리스도교적 사귐을 파괴하는 사람이 된다."

"교회는 각 구성원 사이 공간을 그리스도의 공간으로 남겨 놓은 공동체다. 개인의 목표와 비전에 사로잡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무작정 떠미는 건, 바로 이 그리스도의 공간을 침범하는 일이라고 본회퍼는 지적한다.

우리의 삶은 큰 바다와 같다.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방향만 명심하자. 우리가 모두 하나님이 주신 고유의 재능을 받은 존재라는 사실과 서로를 세워 주고 단 한 사람도 버리지 않는 생존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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