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개혁교회 출신 철학자이자 신학자이며 법학자인 자크 엘륄은 "기독교가 성경대로 바르게 선포된다면 기독교는 많은 수를 얻지도 못하고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대가와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동의를 얻기 위해 그들의 기호를 맞추고 그들을 매료시켜야 한다니!"라고 탄식했다. 칼 마르크스 말대로 한국 개신교는 아편의 종교가 됐다. 하나님나라 복음은 성경을 바로 알고 기뻐하고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파스칼은 <팡세>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은 드물다. 믿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미신에 의해서다"고 말했다. 미신을 믿으면서 참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사도 바울 당시에도 '다른 복음'(갈라디아서)이 있었듯, 오늘 한국교회에도 '다른 복음'이 있다.

한국교회는 성경을 믿지 않고 대중의 기호와 욕망을 충족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인간의 비위를 맞추려 얼마나 애를 쓰는지 모른다. 목사는 교인에게 부담스러운 설교를 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형 교회가 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됐다.

한국교회는 지금, 보수주의 삼형제 때문에 비성경적 믿음이 횡행하고 있다. 첫째는 근본주의요, 둘째는 세대주의요, 셋째는 경건주의다. 경건주의는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 면이 어느 정도 있다. 이 세 가지 특징은 지금 이 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죽은 다음의 종말에 관심을 갖게 하면서 몸을 등한시한다. 영·하늘만 중요시하고, 땅의 문제는 무관심하다. 이것이야말로 변종 기독교 아닌가.

그러면서도 죽어서 좋은 곳 가고 이 땅에서 잘 먹고 잘살기 원하니, 기독교 신자가 욕심쟁이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한국 보수주의 교회는 스스로 착각에 빠져 행복해하는데, 실상 그럴까. 이들은 미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미래에 관한 말씀을 매우 적게 하셨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수님 말씀에는 '오늘 이 땅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리스도인의 미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열린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인간상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습, 갑질, 뇌물 등으로 사회에 논란을 일으키는 그리스도인이 있다. 한국교회의 일반적 수준을 보여 주는 듯하다.

예수님께서 부자 청년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예수님께서 부자 청년을 받아들이고 "내가 부자를 전도했노라" 하시며 가시는 곳마다 함께 다니면서 그 청년에게 간증하라 했으면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왜 그런 방법을 쓰지 않고, 부자 청년이 슬퍼하며 돌아가도록 만들었을까.

한국 보수 교회는 축자 영감逐字靈感을 믿는다고 말한다. 축자 영감이란, 성경이 쓰일 때 낱말마다 하나님이 간섭하셔서 글자 하나하나 일점일획이라도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그들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실제로 행동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리스도인이 예수님 말씀 중 몇 가지만 실천해도, 한 달 혹은 1년 안에 일대 혁명이 교회와 사회에 일어나 그만큼 전도도 잘되리라 확신한다. 그런데도 한국교회 보수주의자는 오히려 예수님 말씀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으니 놀라울 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 아닐까.

누가 한국교회에서 좋은 그리스도인인가. 주일성수, 십일조, 목사님께 순종, 새벽 기도를 하는 것으로 100점짜리 교인으로 평가받는다. 참 희한하다. 성경 어디에 이런 말씀이 있는지 궁금하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으로 착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가 정말 성경을 믿는다면, 갑질 문화가 없어지고 가난한 자를 향한 배려가 훨씬 늘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가족주의와 권위주의가 없어져서 정의가 펄펄 살아 움직일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섬기는 자가 으뜸이라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예수님 믿는다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옹졸하고 이기적인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답답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지, 딴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나만 그런 것일까.

게다가 한국교회가 윤리적으로 심각하게 타락하다 보니 얼마나 많은 욕을 먹고 있는지 모른다. 가나안 교인이 100만여 명이라고 하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10년 전만 해도 신학교를 가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몇 년 전부터 소위 좋다고 하는 신학교마저 숫자를 다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교회 쇠퇴와 부패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과거 기독교는 콘스탄티누스에 이르러 인정받게 되고 영광의 종교가 됐다. 그때부터 기독교는 부패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흑역사로 얼룩져 있다. 해방 이후부터 미국은 노골적 개입을 통해 우리를 자기 나라처럼 제 맘대로 부리고 있는데, 한국 보수 교회는 미국을 앞장서서 옹호하고 있으니 희한한 일이다. 보수 기독교의 태극기 집회에 왜 성조기까지 휘날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존심이 없는 나라가 됐다.

성경은 신자라면 십자가 복음을 분명히 알고 급진적 제자로 이 땅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수님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래디컬한 분이시다. 예수님은 무력적·정치적 의미에서 혁명을 원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모든 영역에서 혁명가시다!

예수님은 우리가 이 땅에서 혁명적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불을 지르기 위해 오셨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서 펄펄 뛰는 뜨거운 심장을 갖고 생명의 향기를 내뿜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박철수 / 목사, 한국복음주의연합 지도위원, 성서한국 이사, <축복의 혁명>·<하나님나라>·<두 개의 십자가>(대장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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