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성서한국(박종운 이사장)이 청년·여성·지방의 관점에서 복음주의 사회 선교 운동을 진단하는 포럼을 열었다. 올해 4월 열린 첫 번째 포럼에 이어 두 번째다. 8월 1일 서울 노원구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진행된 포럼에는 복음주의 교회와 단체에서 온 목사·활동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20~30대 젊은 활동가들이 발제자로 나왔다. 진지한 간사(교회개혁실천연대), 김현아 팀장(기독교윤리실천운동), 최성훈 사무국장(성서대구)이다. 이들은 각각 20대·여성·지방 활동가의 관점에서 사회 선교 운동을 평가했다. 지금까지 수도권에 있는 중년 남성 목회자 중심으로 운동이 전개됐다며, 참여 주체와 활동 의제, 공간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대 활동가가 본 사회 선교

"청년의 자리 없어

각종 혐오·차별 문제로 의제 확대해야"

진지한 간사는 사회 선교 운동이 중년 남성 목회자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진지한 간사는 사회 선교 운동에 청년의 자리가 없다고 했다. 4월 열린 첫 번째 포럼을 예로 들었다. 모든 발제자와 대다수 참석자가 중년 남성 목회자였다. 진 간사는 "첫 번째 포럼에서 발제자들은 '운동 현장에서 청년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청년이 없는 그 자리에서 '청년이 안 보인다'는 의견이 나오는 게 이상해 보였다. 복음주의 진영이 청년들에게 그동안 자리를 내주지 않은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동의 중심에 중년 남성 목회자가 있다고 했다. 진 간사는 지인들에게 한 행사를 소개했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남자 목사가 나와서 설교하는 거 아니야?" 진 간사는 "중년·남성·목회자 구도가 계속되는 건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에서 이들이 권력 계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청년', '여성', '평신도'는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위치에 있다. 이런 구조가 사회 선교 진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선교 운동의 의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지한 간사는 신학대에서, 사회 선교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배웠다고 했다. 과거에는 민주화 운동, 노동운동이 사회 선교 주요 의제였다. 하지만 그런 단체들도 혐오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진 간사는 여성·난민·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차별과 싸우는 것이 이 시대 사회 선교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복음주의 사회 선교 진영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여러 의제를 제시해 왔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 권위와 위계질서가 형성돼 있다. 이런 구조를 해체하고 여성과 청년의 주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혐오와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다양성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활동가 거의 없어

여성은 대부분 사무직
,
출산·육아 병행하기 어려운 구조"

김현아 팀장은 사회 선교 진영에서 여성이 활동하기 어려운 여건이 많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현아 팀장은 복음주의 사회 선교 단체 활동가 중 여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실제 성서한국 이사장부터 실무진까지 모든 구성원이 남성이다. 사회 선교 단체 활동가들로 구성된 성서한국 전국 대회 집행위원 29명 중 여성은 김 팀장이 유일하다. 포럼에 참석한 사람 중에도 여성은 김현아 팀장을 포함해 3명뿐이었다.

김 팀장은 "복음주의 사회 선교 진영에 여성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매번 익숙한 남성 활동가에게 중요한 자리를 내주고, 새 인물을 유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면서 여성이나 새로운 활동가들이 배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활동가가 장기간 근무하며 역량을 키우기도 어려운 여건이라고 했다. 여성 활동가에게 주어지는 보직은 대부분 사무직이고, 급여 수준도 열악하다고 했다. 전문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역량을 쌓고 싶어도, 결혼이나 육아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김 팀장은 여성 활동가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건 고무적인 일이지만, 구색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선배 활동가들이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여성 활동가들이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지방 사회 선교 단체의 어려움

인프라 열악, 운동원·재정 부족

"수도권 단체가 주요 의제 결정"

성서대구 최성훈 사무국장은 지방 조직들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방에서 사회 선교 단체를 운영하는 활동가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성서대구 최성훈 사무국장은 지방 조직이 초기보다 힘이 빠진 상태라며 수도권 중심의 사회 선교 운동이 지방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 사회 선교 운동 붐이 일어나면서 지방에도 성서대구·성서대전, 대구 기윤실 등 지역단체가 설립됐다. 최 국장은 "서울에서 발생한 사회 선교 단체들을 벤치마킹해 지방에도 여러 조직이 만들어졌다. 초반에는 열정이 대단했다. 하지만 지역 현안과 관련한 장기적 비전 없이 의지만 갖고 시작해, 지금은 운동 방향과 의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가 열악하고 운동원이 부족한 점도 지방 조직이 가진 한계다. 세미나를 기획해도 명망 있는 인사가 참석하지 않으면 참가율이 저조하다. 이슈 파이팅에 손과 발이 되어 줄 청년들의 참여도 줄어드는 추세다. 재정 구조도 열악해 풀타임 활동가가 없다. 최 국장은 "성서대구에서 8년간 활동했는데도 50만 원을 받고 있다. 급여를 받는 것만 해도 감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사회 선교 단체들은 모두 표면적으로는 수평적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중요 의제나 활동 방향을 설정할 때는 수도권에 있는 단체가 결정할 때가 많다. 이번 전국 대회 장소도 어떻게 보면 지방 조직을 고려하지 못한 위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자체가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이상한 구조다. 지방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지방 활동가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단체들이 지역단체 상황을 이해하고, 의제를 공유하며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서한국은 8월 2일 세 번째 포럼에서 앞으로의 사회 선교 운동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각 단체 대표·실무자들이 1·2회 포럼에서 나온 지적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대안과 계획을 내놓는다.

포럼 참석자도 대다수가 남성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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