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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생명권이자 생존권, 신권과 대립하지 않는다"
교회협, 인권 정책 협의회…각종 차별 난무 현실 속 교회 역할 고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6.04 20:15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민주화 운동가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인권'을 주제로 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김근태 전 의원, 박종철 열사 등이 고문받았던 대공분실은 경찰청 인권센터, 박종철기념관 등으로 활용돼 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인권기념관 부지로 내정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박승렬 소장)는 6월 4일 민주인권기념관 예정 부지에서 '모두의 존엄과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인권 정책 협의회를 열었다. 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대공분실로 사용된 현장은 사람을 가두고, 고문하는 데 최적화돼 있었다. 1층부터 5층까지 출구 없이 연결된 철제 나선형 계단, 빠져나갈 수 없는 고문실의 작고 기다란 창문, 마주보지 않도록 엇갈린 구조로 된 방을 둘러본 참석자들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정책 협의회 참석자들은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한 509호를 둘러보고, 남영동 대공분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고문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투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좁고 기다란 창문으로 설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회협 인권센터가 인권유린 현장에서 인권 정책 협의회를 연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시대에 발맞춰 인권은 증진되고 있지만, 한국교회만큼은 더디기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국가인권위원회 정문자 상임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와 차별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혐오 표현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우리 사회 깊숙이 스며 있는 구조적 차별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혐오와 차별은 다양한 차이에 기초하는 '공존'의 가치를 파괴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고 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형완 소장(인권정책연구소)은 장소 때문에 과거 경찰에게 취조받던 기억이 떠올라 힘들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 출범할 때부터 함께했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좌파 성향'으로 낙인찍혀 2009년 인권위를 떠나야 했다. 당시 전문위원·상임위원·자문위원 등 60여 명은 정부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무더기로 인권위를 떠났다.

김 소장은, 교회가 인권과 관련한 잘못된 뉴스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 소통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목사가 강단에서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하면 구속된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유통된다. 인권은 우리 사회에서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인권 정책이 실현되고 있다. 교회가 이 같은 인권 전국화 추세에 맞춰 꾸준히 열린 대화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문자 상임위원(위)은 올해 인권위는 혐오와 차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형완 소장은 교회에 소통을 확대하는 플랫폼이 되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회 각 분야에서 인권 증진을 위해 힘쓰는 이들도 나와 발표를 이어 갔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고, 차별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한국 사회가 보여 준 난민 혐오에 소수자 혐오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소수자 개인을 개인으로 대하지 않고, 집단으로 여겨 그들에게 역차별을 당한다는 논리를 설파한다고 했다.

소수자를 집단화해 개인을 지우는 문제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수 교계는 사활을 걸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 왔다. 미류 상임활동가(인권운동사랑방)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될 때마다 사람들은 동성애 '반대'에 익숙해져 갔다. 교회가 특정 존재를 공공연히 부정할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류 활동가는 혐오 표현의 해결책으로 대응 발화를 꼽았다. 잘못된 발언을 들었을 때 가만있지 말고 무엇이든 말을 해야 혐오 선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류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은 한국 사회 각종 혐오 선동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소수자 혐오도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

교회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교회 교육에서 찾는 시각도 있었다. 이은경 교수(감신대)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한국교회 인권 교육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를 교육하기 위한 교재를 만들 때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집필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에 맞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현실과 방향을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현장에서 소수자들을 직접 만나는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한국교회가 혐오 혹은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차별 발언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권은 신권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누군가의 생명권이고 생존권"이라고 말했다.

충남인권조례 폐지 반대 활동을 했던 우삼열 목사(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고통받는 사람들 앞에서 어떤 응답을 할지 답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우 목사는 "한국 개신교는 점점 유대교의 율법주의처럼 변질되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이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교회는 사회에 무엇을 보여 줄 것이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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