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숙사에 지내는 비기독교 학생에게 새벽 예배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학생이 퇴사를 당했다. 서울신학대학교(노세영 총장)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최영애 위원장)에 새벽 예배 문제를 진정한 문종연 씨를 5월 27일 퇴사 조치했다.

서울신대 일본어과에 재학 중인 문종연 씨는 5월 20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신학대대신전해드립니다'에 인권위 결정문을 올렸다. 인권위는 "생활관은 입사비를 납부한 사람 누구나 입사할 수 있는 시설이지 종교인 양성 특화 시설이 아니다"며, 서울신대에 새벽 예배 참석 강제 규정과 불참 시 퇴사 조치하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권고 이후, 문 씨는 학교와 몇 차례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원만히 진행됐다. 생활관에서는 비신자 학생을 위한 대체안을 마련하고, 동시에 문 씨에 대한 구제안(요한복음 1~15장 감상문 작성)도 제시하기로 했다. 다만 서울신대 소속 교단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류정호 총회장) 의견도 고려해야 하니, 교단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5월 27일 발생했다. 문 씨는 학교 생활관장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5월 28일부터 5월 30일까지 학교에서 교단 총회가 열리니, 인권위 권고 내용 등이 담긴 대자보를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생활관장은 문 씨에게 "대자보를 내리지 않으면, 대체안과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씨는 대자보를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기성 교단 총대들이 대자보를 못 보게 하는 것은 '은폐'에 해당하며,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전화를 끊은 지 2시간 뒤 생활관 관계자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관장단 회의 결과 퇴사 조치가 내려졌다. 지속적인 새벽 예배 결석으로 인한 결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문종연 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5월 29일 총회가 열리는 서울신대 성결인의집 로비에 '총회 대의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게시했다. 문 씨는 "학교가 정작 교단 분들에게 사실관계를 전달하고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이를 회피하고, 학생을 협박하면서까지 이를 은폐하려고 했던 사실을 알아 달라. 학생들을 생활관 이용으로 인질로 삼아 억지로 예배 자리에 앉히는 것과 강제적이지 않은 자발적 분위기와 환경에서 신앙을 나누는 것 중 어느 방안이 과연 이 학교가 앞으로 보여 줘야 하는 모습인지에 대해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새벽 예배 불참이
'공동생활 위험 끼치는 요소'
"학교 건학 이념 부정 아니라
비신자 대체 프로그램 만들라는 것"

문종연 씨는 교단 총회가 열리는 5월 29일, 성결인의집 로비에 교단 총회 대의원들을 향한 호소문을 붙였다. 문 씨는, 학교가 학생들을 억지로 예배에 앉히려 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신앙적인 나눔을 할 수 있도록 대체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문종연 씨는 5월 29일 기자를 만나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새벽 예배에 나갔다. 그러다 1학년 어느 새벽에 설교에서 가인과 아벨 이야기가 나왔다. 하나님이 아벨의 제사는 기뻐 받으시고,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으신다는 취지였다. 그때 '비신자인 나는 가인인가. 억지로 나와서 앉아 있을 거면, 나는 왜 여기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의 건학 이념이나 방향성, 제도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신앙이 없는 비신자를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씨가 인권위에 진정을 넣자, "기숙사에서 쫓겨나게 생겼으니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됐다. 문 씨는 "인권위 진정은 생활관 입사 신청 전인 1월에 넣었다. 휴학 중이던 지난 학기에도 학교와 담당 교수님에게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던 사안이다"고 말했다. 그는 "남양주에서 부천까지 통학하기 어려워 생활관에 들어왔다. 게임 기획자를 꿈꾸고 있는데, 기독교 세계관이나 신화 같은 요소가 게임 기획에서 중요하다.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했다.

"예배를 거부할 거면 왜 신학대학교에 왔느냐"는 질문에, 서울신대가 비신자 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 씨는 "채플이나 신앙 수련회는 구도자 예배 등 비신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관에서는 사람의 수면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새벽에 깨우고 예배에 강제로 참석하게 한다. 심지어 신학과 학생들도 새벽 예배를 힘들어한다"고 했다.

서울신대 생활관 홈페이지에 있는 규정에 따르면, 새벽 예배를 무단으로 4회 이상 불참한 자는 '중간 퇴사 사유자'(공동생활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위험자)로 분류돼 퇴사된다. 이외에도 △버너 등 화기를 이용하는 행위 △절도 △고학번 학생의 입사생 임의 집합(일명 소방 훈련) △스피커 선 절단 등도 퇴사 사유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퇴사하는 이들에게는 입사비도 돌려주지 않는다. 문 씨는 "새벽 예배 불참이 절도와 같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문 씨는 학교의 퇴사 조치와 관련해 교육부 민원 및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만일 내 한 몸 편하고 싶었다면 조용히 합의하고 말았지, 이렇게 공개적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다른 비신자 학생을 위해서라도 대체안 마련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서울신대 입장을 듣기 위해 노세영 총장과 생활관장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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