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인권을 기독교의 적대적 대상으로 표현한 기독교 콘텐츠 회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업체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A사는 1999년부터 기독교 서적과 음반, 문구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종합 쇼핑몰을 운영해 왔다.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줄 만한 글과 영상, 음악 등을 제공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 계정에 성경 문구가 적힌 그림 혹은 저명한 개신교인의 인터뷰 영상도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A사는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 다음 날인 6월 2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 장의 그림을 게시했다. 그림에는 "바벨탑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요? 교만? 아니에요. (중략) 바로 인권이에요. 우리가 하나님 같이 될 수 있어, 모든 인간의 인권이 신격화되는 것이 바벨탑 사건의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구는 A사가 <철인>·<이기는 자>(규장)의 저자 다니엘 김 대표(예수세대운동)의 설교를 일부 인용한 것이다. A사는 김 대표의 글을 그림과 함께 게시했다. 글에는 마치 김 대표가 인권을 하나님나라에 위배되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나와 있었다.

"우리는 인권이 마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하나님나라는 인권 아니에요. 주 다스리시네에요."

"인권이 진짜로 인정되면, 바벨탑 사건이 일어납니다. 복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생기기 시작해요. 각자의 언어가 생기듯 생각이 다 달라져요.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이것이 바벨탑이에요."

"하나님의 나라는 절대로 인권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주인님 되시고,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것. 주 다스리시네요."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A사와 다니엘 김 대표를 비판했다. 100여 명이 글을 공유하고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사랑을 기초로 한 예수님의 포용과 관용, 인내를 평가절하하는 발언이다", "기독교 대표 사이트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채 인권의 가치를 폄훼한다", "오늘날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고 있다면, 그들의 인권을 찾아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다. 우리의 이웃들을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다"는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A사는 하루 만에 해당 글을 삭제했다.

해당 이미지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A사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는 A사에 해당 게시글을 올린 경위와 삭제한 이유를 물었다. 홍보·미디어 책임자는 6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의 실수라고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담당자가 게시물을 전담하고 있는데, 개인적 관점에서 글을 올렸다가 문제가 되어 삭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나라를 강조하려 했지 인권을 부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책임자는 "해당 게시물은 다니엘 김 선교사의 설교를 그대로 넣은 것이다. 하나님 중심으로 살 것인지 인간 중심으로 살 것인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는데, 인권이라는 구체적 단어가 들어가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복음·신앙·영성 등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든다. 인권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그런 단체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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