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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탈퇴자들, 이만희·김남희 상대로 집단소송
'사기 포교'에 속아 노동 투입 손배소…추가 소송 제기할 피해자 모집 중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1.08 10:29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 탈퇴자와 피해 가족들 모임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홍연호 대표)가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유관 기관으로 알려진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전 대표 김남희 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시작했다. 신천지 피해자들이 교주를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은 처음이다.

이들은 12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용을 설명했다. 소송은 크게 두 가지다. 전피연과 피해자 일부가 함께하는 형사소송과 서산 지역 탈퇴자들이 주도하는 '종교 사기로 인한 피해 배상' 소송, 일명 '청춘 반환 소송'이다.

형사소송은 이만희와 김남희가 신천지에서 활동하는 것 외에 별다른 노동 없이 어떻게 수백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얻을 수 있었는지 자금 출처를 밝혀 달라는 것이다.

'청춘 반환 소송'은 일본 통일교 탈퇴자들이 통일교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일본에는 통일교의 불법 전도 행위와 그를 바탕으로 한 사기 판매 행위에 심각성을 느끼고 법적 대응을 위해 만든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全国霊感商法対策弁護士連絡会라는 조직이 있다. 어떤 물건이 병을 치료하는 데 효험이 있다거나 미래에 복을 가져다준다는 등의 말로 속이고 고가에 파는 '영감 상법'霊感商法 소송을 대리하는 단체다.

'영감 상법'이 가능한 이유가 '불법 전도 행위'에 있다고 보고, 이 불법 전도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해 달라는 게 이른바 '청춘을 돌려줘'라는 청춘 반환 소송이다.

일견 낭만적으로 들리는 청춘 반환 소송은, 일본에서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통일교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종교의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성인을 상대로 전도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별로 변호사들이 자료를 공유하며 대응 논리를 세워 갔고 마침내 연달아 승소하게 됐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12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천지의 포교가 사기성이 짙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전피연 홍연호 대표는 1월 2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소송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홍 대표 역시 딸을 2년간 신천지에 '빼앗겼던' 경험이 있는 아버지다. 홍 대표와 전피연 관계자들은 2017년 일본을 방문해,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와 일본에서 이단·사이비 대책을 연구하는 일본컬트협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에게 통일교의 종교 사기 방법은 물론 청춘 반환 소송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일본 통일교 탈퇴자들 승소 판례 

"종교 교리인지 모르고 세뇌당하면

오류 지적해도 이탈하기 힘들어"

신분 속여 접근하는 신천지도 이와 비슷

탈퇴자들은 신천지가 신분을 속이고 접근한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포교할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 소속인지 밝히는 게 상식인데, 신천지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신분을 철저히 감춘다. 탈퇴자들은 일본 법원이 통일교의 이런 전도 행태를 위법으로 인정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일본 통일교 탈퇴자들은 1987년 3월, 삿포로지방법원에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통일교를 상대로 '위법 전도 소송'을 제기했다. 통일교가 종교 단체임을 밝히지 않은 채 사람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성경 공부 등으로 특정 교리를 세뇌해 입교하게 하고, 이후 장시간 가혹한 노동에 투입해 시간적·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불법 헌금 권유, 합동결혼식 무효 등 통일교 관련 판결 외에 순수하게 전도의 불법성만 다퉈서 인정받은 판결은 대략 다섯 건이다. 판례는 얼마 없지만, 소송 한 건당 통일교 탈퇴자 수십 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1998년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1999년 소송에서는 통일교에서 합의금을 받고 끝났으나, 이어지는 판결에서는 탈퇴자들이 연달아 승소했다.

2001년 6월 삿포로지방법원은, 신분을 속이고 전도한 뒤 교리로 세뇌하는 행위가 종교의자유에 따른 포교 행위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봤다. 어떤 종교인지, 가르치는 것이 종교 교리인지 모르고 세뇌당한 뒤에는, 제3자가 객관적으로 설명해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종교 교리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이것을 보편 진리로 수용한 사람에게 나중에 그것이 특정 종교의 교리임을 밝힌다 해도, 이미 그 교리를 진리로 받아들여 믿고 있다면 제3자가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그 오류를 지적하며 과학적·논리적으로 설득한다 해도 그 종교의 교리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본인 신앙의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삿포로지방법원은 2012년 3월 재판에서도 "신앙을 받아들일 때는 공평하고 건전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비와 사실을 혼동한 상태에서 신앙을 전한다는 것은 신비에 귀의한다는 인식도 없이 신앙을 심어 주는 것으로서, 이는 곧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아닌 예속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부당한 전도 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봤다.

'청춘 반환 소송'은 전도의 불법성에 주목한다. 신분을 속이고 접근해 교리를 주입하면 세뇌 당한 뒤에는 빠져나오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 판례를 근거로 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002년 8월 도쿄지방법원도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전도 행위, 전도된 신자를 각종 활동에 종사시키거나 헌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그것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목적에 근거하고 있어야 하며 그 방법과 결과가 사회의 통념에 비추어 볼 때도 정당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위 사건들은 모두 통일교에 문제가 있다고 확정됐다. 한국 신천지 탈퇴자들은 이 논리를 근거로 신천지의 전도 행태에도 위법·사기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천지 역시 처음에는 기성 교회 교인들에게 성경 공부를 빌미로 접근하지만, 나중에는 이것이 기성 교회에서 말하는 교리와는 전혀 다른 신천지만의 교리임을 알게 되고, 알게 된 후에는 이미 세뇌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신천지 탈퇴자들이 증언하는 '팀 포교'

"한 사람 미혹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합작,

피해자 증가 두고 볼 수 없어 소송 시작"

한국 탈퇴자들은 신천지가 사기 포교로 사람을 미혹하고, 그 사람을 미혹하기 위해 여러 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미혹 대상자를 철저하게 속이는 방법을 취해 왔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A는, 사는 곳은 지방이지만 서울의 한 서점에서 신천지 교인을 만났다. 그는 교리에 세뇌될 때까지 만난 사람들이 모두 기성 교회 소속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탈퇴자 B는 직장 동료가 신천지 교인임을 숨기고 접근해 미혹된 경우라고 말했다. B는 "괜찮은 상담사를 소개받았는데 혼자 가기 힘드니까 같이 가자"는 동료의 말에 속아 신천지 전도사를 만나게 됐고, 그것이 교리를 공부하는 센터까지 이어져 신천지 교인으로 지내다 탈퇴했다고 전했다.

전피연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가 신분을 속이고 접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것이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신천지는 신분을 철저히 속이고 접근했다. 뿐만 아니라 포교 대상자 한 명을 놓고 팀을 이뤄 각자 역할을 분담해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짜고 치면서 그 사람이 넘어올 때까지 전도한다. 이런 행태가 사기성이 짙다고 보고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춘 반환 소송'에 임한 피해자들은 사기 포교에 속아 신천지에 발을 들인 뒤에는 교회 일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예배에 빠지면 집요하게 괴롭히기 때문에 생업까지 팽개치고 예배에 참석해야 하며, 각종 헌금을 강요받고, 이만희의 설교가 담긴 DVD를 강제 구매해야 했다며, 이렇게 허비한 세월과 돈을 산정해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신천지 때문에 가정이 파괴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만에 하나 패소하게 되면 신천지에 역공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홍연호 대표는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 통일교 역시 처음부터 승리했던 건 아니지만, 유사한 사례가 계속해서 쌓이고 변호사들이 단체를 설립하면서까지 반박 논리를 만들어 대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은 이제 막 시작이고, 앞으로 긴 싸움이 될 것이라며 신천지를 탈퇴한 이들이 더 많이 소송에 참여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문의: 0505-350-0011, ppark0510@hanmail.net(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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