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올해 한국과 일본의 <크리스천투데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계기로 '재림 그리스도' 의혹을 받고 있는 장재형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목사에게 법적·도덕적 하자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재림주 의혹을 받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와 관련한 단체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단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어디로 가는지, 자신들이 재림주로 믿는 장재형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특히 <크리스천투데이>는 마치 정통 기독교 언론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으나, 과연 그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뉴스앤조이>는 지난 한 달간 취재한 구체적인 내용을 시리즈로 풀어놓는다. 먼저는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다. - 편집자 주

일본 탈퇴자들은 "다비데 목사 지시에 따라 대출을 받고, 교회에 헌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이단·사이비에 잘못 빠졌다가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다. 사람을 신으로 받들었다가 가족·사회와 단절되고 금전 피해까지 입게 되는 것이다. 이단·사이비 전문 매체 <현대종교> 탁지원 소장은 "시한부 종말을 앞세운 이단들은 천국의 상급을 강조하며 물질을 갖다 바치도록 만든다. (피해자들은) 맹목적 신앙과 믿음에 빠져 노동력도 착취당한다. 이단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고 했다.

재림주 의혹을 받는 장재형 목사를 따랐던 일본 탈퇴자들도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 수년간 장재형이 세운 교회와 단체에서 활동하다 생각지도 못한 '빚'을 안게 됐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앞서 <뉴스앤조이>가 보도했듯이, 일본 탈퇴자들은 70강 성경 강의를 통해 장재형을 '재림 그리스도' 내지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장재형과 추종자들은 포교된 이들에게 목사·간사 등의 직책을 맡기고 '헌신'을 강요했다.

탈퇴자들에 따르면, 장재형 그룹에는 '노아의방주'라는 개념이 있다. 방주는 3층으로 돼 있는데, 층마다 담당하는 일이 달랐다. 1층은 '경제 사역'으로 초콜릿 판매 등 각종 영업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2층은 '문화 사역'으로 <크리스천투데이>와 같은 기관에서 일한다. 3층은 '선교 사역'으로 교회·전도 활동을 한다.

배고픔·생활고 시달려
"다비데 목사, 헌금 내라고 지시"
학생론으로 150만 원 대출받아 헌금

한 탈퇴자가 작성한 '노아의 방주' 그림. 1층은 경제 사역, 2층은 문화 사역, 3층은 선교 사역을 의미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002년 발을 들인 탈퇴자 B는 문화·선교 사역을 병행했다. 2004년에는 몇 달간 일본 <크리천투데이>에서 기자로도 활동했다. 당시 일본에서 장재형 목사가 통일교 출신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B는 "다비데(장재형) 목사 지시로, 취재할 때 동경소피아교회(현 동경사랑의빛교회)에 다닌다는 걸 밝히지 않았다. 교계가 우리를 이단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다비데 목사가 우리에게 큰 교회에 출석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장재형을 재림 그리스도로 믿는 것과 별개로 B는 배고픔과 생활고에 시달렸다. 돈이 들어올 때마다 교회와 공동체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B는 "다비데는 늘 헌금을 바치라고 하거나, 시설이 좋은 사무실을 임대하라고 했다. 빚내는 것은 하늘에 부를 쌓기 위한 신앙이라고 가르쳤다"고 진술했다.

대학생이던 B는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버텼다. 헌금을 바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학생론'으로 15만 엔(한화 약 150만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회사에는 노트북을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교회에 헌금했다. B는 "돈이 없어서 숙주를 볶아 먹거나 빵 쪼가리를 먹고 버텼다. 직장에 취업한 다음에는 월급 1/3에 해당하는 7만 엔을 꾸준히 헌금했다"고 말했다.

장재형이 지목한 상대와 성혼식을 올렸을 때는 25만 엔을 교회에 헌금했다고 말했다. B는 "한 커플당 50만 엔을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우리는 절반씩 냈다. 나는 저금통장에서 25만 엔을 찾아 현금으로 헌금했다"고 말했다.

카드로 1000만 원 대출받아 헌금
돈 못 갚아 독촉 전화 시달려
"전도해서 양들에게 돈 지불하게 하라"
신분 감춘 채 다른 교회 출석

장재형을 재림주로 믿고 목사 안수까지 받은 C도 100만 엔(한화 약 1000만 원)을 대출받았다고 털어놓았다. 2004년 그에게 성경 강의를 가르친 김 아무개 선교사가 카드를 만들라고 종용했다. 그 카드로 생전 처음 대출을 받았다. 카드 빚을 갚지 못해 매일같이 독촉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C는 "나중에 대출받은 걸 부모님에 들켰다. 결국 부모님이 전액 상환해 주셨다. 나 스스로도 한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재형에게 목사 안수를 받았던 C는, 교회 월세 35만 엔을 내기 위해 가족에게 100만 엔을 빌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예배당에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장재형과 추종자들의 지시에 따라 쓰던 공간을 계속 임대했다고 말했다.

C의 삶도 궁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식사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전도를 나가기 위해 전철을 탈 때는 '무임승차'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 온 김 선교사는 무임승차를 대놓고 했다. C는 "김 선교사가 '이게 다 하나님나라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장재형도 신자들의 궁핍함을 알았지만, 물질을 지원하기는커녕 압박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C는 "다비데 목사가 '돈이 없는 이유는 신앙이 없어서다. 전도해서 양들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하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그 말을 믿었다. 내가 신앙이 없어서 돈도 없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C 역시 문화 사역의 일환으로 일본 <크리스천투데이>에서 일한 적 있었다. 그는 장재형이 모든 운영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디자인부터 기사 내용, 경영까지 전부 확인하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C는 "다비데는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해서 회의할 때마다 즐겨 마셨다"고도 했다.

C는 줄곧 일본에서 논란이 되어 온 <크리스천투데이>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다비데는 (<크리스천투데이> 직원들에게) 큰 교회에 출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동경소피아교회에 다닌다는 사실을 감춘 채 다른 교회에 출석했다. 천국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신분을 감췄다. 죄책감은 없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다비데의 가르침을 확장하기 위해 존립하는 게 아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비즈니스)이지 사역은 아니다. 기사를 많이 써서 기존 교회로부터 신용을 얻고, 다른 교회와 공동체를 연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다비데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크리스천투데이> 전 직원 A는 "금전 피해를 입었다는 탈퇴자들의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금전 문제의 중심에는 장재형 목사가 있었다. 탈퇴자들은 모든 일은 장재형 뜻대로 이뤄진다고 했다. 탈퇴자 D는 "모든 권력은 다비데 목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거나 타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D는 장재형 그룹을 부정적인 의미에서 '블랙 교단'이라고 칭했다. 신자들은 장재형이 세운 <크리스천투데이>, 베레컴, 크로스맵, 교회 등에서 무보수로 일했으며, 계약서를 쓴 적도 없다고 했다. 수입이 없으니, 생활도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수양회(수련회)를 가거나, 사역처를 이동하거나, 한국이나 미국 올리벳대학을 갈 때마다 드는 여비는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고 했다.

D는 "모든 지시는 다비데가 했는데, 관계자들은 얼버무리려 한다. 다비데 목사가 (문제에) 연루되는 걸 막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거짓말도 신앙적이고 옳은 일로 여긴다"고 했다.

장재형을 '특별한 존재' 정도로만 인식했던 E는 공동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교회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국인 여성 선교사가 월세를 대신 내 달라고 요청했다. 5~6회 정도 일부 지원해 줬는데, 왜 신자가 도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E가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한 곳은 일본 <크리스천투데이>였다. E는 "<크리스천투데이>는 수익을 공동체에 헌금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동체는 늘 가난했고 임대료 문제에 시달렸다.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늘 궁금했다"고 말했다.

일본 <크리스천투데이> 출신 A도 기자를 만났을 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월급이 안 나오거나, 적게 나오거나, 늦게 나올 때가 많았다고 했다. 사장은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중에 공채로 들어간 직원 7명이 이사회에 공식 항의했고, 그제야 밀린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일본 <크리스천투데이> 전 직원
"금전 피해 호소 끊이지 않아,
다비데 목사가 직접 나서 해명해야"

탈퇴자들 증언을 종합해 보면, 장재형이 세운 교회와 단체들은 돈 문제로 자주 삐걱거렸다. 장재형과 추종자들은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요했고, 탈퇴자들은 고된 삶에 지쳐 공동체를 뛰쳐나왔다.

탈퇴자들을 인터뷰해 온 A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가 만난 탈퇴자만 30명이 넘는데, 대다수가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아직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상당수가 20대라는 점이다. 대부분 100~500만 엔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사역을 담당했던 신자들 중에는 사무실 월세를 내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많았다. 모두 다비데 지시로 이뤄진 것들이다. 재림주 의혹뿐만 아니라 왜 이런 금전 피해가 끊이지 않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다비데 목사는 해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일을 수치스럽게 여겼다. 사람을 신으로 받든 것에 대한 자책감과 짧지 않은 시간을 장재형과 추종자들에게 허비한 것에 대한 분노를 안고 있었다. 이들은 장재형과 추종자들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공론화하길 바라고 있다.

B는 "다행히 지금은 많이 치유됐다. 아직 그곳에 친한 친구들이 남아 있다. 그들은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나와 보면 알 것이다. 그건 '가짜 행복'이다. 다비데 목사 이야기가 공론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퇴자들은 장재형과 추종자들의 행태는 인권침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C는 "(그들은 신자들을) 잘 유도해서 세뇌하고 빚을 지게 만들었다. 천국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인권침해 사실이 더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E는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공동체라고 말했다. 그는 "분명 건전한 공동체가 아니었다. 일찍이 탈퇴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12월 5일, 탈퇴자들의 정신적·금전적 피해 의혹에 대한 인터뷰 질문지를 장재형 목사와 연관 있는 단체들에 보냈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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