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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서 열린 에이즈 혐오 행사
대전 교계 단체 주최, 염안섭 원장 강연…봉사 활동 시간 때문에 청소년 대거 참석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12.02 13:11

대전광역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에이즈 퇴치·예방 캠페인'. 행사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으로만 가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세계에이즈의날(12월 1일)을 맞아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관련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거리에서 혹은 지역 단위 보건소에서 HIV/AIDS가 어떤 병인지, 어떻게 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홍보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같은 날 대전광역시 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세계에이즈의날 행사는 HIV/AIDS 인식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최 단체는 퍼스트코리아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연합(퍼스트코리아)이었다. 지난해 12월 대전 지역 교회들이 동성애·이슬람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설립한 단체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퍼스트코리아가 주최한 '세계에이즈의날 맞이 에이즈 퇴치·예방 캠페인'에서는 가장 중요한 HIV/AIDS 예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한국교회가 반동성애 운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HIV/AIDS를 끌어들였던 것처럼, 동성애와 HIV/AIDS를 연관시켜 HIV/AIDS에 낙인찍기를 반복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주 강사는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었다. 염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그동안 해 왔던 말들을 반복했다. △동성애는 성 중독 △동성애를 성소수자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 △동성애를 인정하면 수간, 시체 성애, 기계 성애 등 각종 이상 성애까지 인정 △에이즈는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무서운 병 △에이즈를 치료하는 데 국민 세금 투입 △에이즈 주된 감염 경로는 남성 동성애라고 주장했다.

행사의 주요 강사는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었다. 염 원장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계를 말하기만 해도 처벌받는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염안섭 원장이 평소 교회나 각종 교계 행사를 돌며 하는 강연 내용과 다를 게 없었다. HIV/AIDS가 현재 의학적으로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치료만 잘 받으면 바이러스 전파력이 '0'에 가깝다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언급은 쏙 빼고, 동성 간 성 접촉과 HIV/AIDS 관계만 부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에이즈 혐오 논리다.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이날 유독 '차별금지법'을 많이 언급했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뭐냐. 성소수자 행태에 대해서 건전한 비판이나 반대를 했던 사람들은 만약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면 싹 다 저랑 강의 끝나고 감옥에 가야 하는 거다. 차별금지법 핵심은, 이미 동성애가 합법이고 자유인 대한민국에서 동성애와 기타 성소수자의 기이한 행태와 에이즈 감염의 명확한 경로가 되는 동성애라는 내용을 말을 하거나 건전한 비판·반대를 하게 되면 싹 다 처벌하겠다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다."

<뉴스앤조이>가 여러 차례 팩트 체크를 했지만, 한국에서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은 그런 법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관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법이다. 징역과 벌금을 언급한 조항은, 차별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불이익을 줄 때 취하는 조치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동성애 반대 강연하면 차별금지법 때문에 감옥 가야 한다"는 말이 여전히 사실인 것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행사에는 설동호 대전광역시교육감, 이은권·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염안섭 원장의 강연을 들은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으로서 차별금지법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우애자 시의원, 유병로 교총회장(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염 원장의 강연을 듣고 느낀 바가 많다며, 에이즈 퇴치와 예방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참석자 약 300명은 대부분 개신교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박경배 부총회장을 비롯 지역 목회자가 대거 참석했다. 대전 지역 교계 단체 회장, 기독교 방송사 대표 등이 참석해 박수를 받았다. 주최 측은 행사장 입구에서 참석자들 이름, 전화번호, 기관을 써 달라고 부탁했는데, 기관에는 교회가 주를 이뤘다.

행사에는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참석한 청소년이 많았다. 봉사 활동 인증을 받기 위해 온 학생들은 야광조끼를 입고 인근 거리를 돌며 유인물을 배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청소년도 상당수였다. 야광 조끼를 입은 청소년들이 행사장 안내, 접수, 유인물 배포 등을 맡고 있었다. 퍼스트코리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남승제 목사(주가사랑하는교회)가 운영하는 지역 아동 센터에서 낸 자원봉사 활동 공고를 보고 온 이들이었다. 복수의 청소년은 "봉사 활동 시간이 필요한데 1365(자원봉사포털) 게시물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청소년 80명가량은 행사가 끝난 뒤 두 그룹으로 나뉘어 퍼스트코리아가 만든 유인물을 배포했다.

HIV/AIDS 예방과 퇴치를 위한 행사라고 했지만 정작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HIV/AIDS 예방을 위해서는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안전한 성관계'가 필수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각종 행사에서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거나, 의학·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날 행사는 동성애와 에이즈를 연관시키는 데만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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