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회원님들께

샬롬! 최근 메르스로 인해 국가적으로 위중한 상황 속에서 6월 9일(화) 오후 7시~10시 30분 청계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생명-가정-효 페스티벌'은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중략) 에이즈 전문 의사에 의하면 메르스 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가 결합될 경우 바이러스 변종이 일어나 슈퍼 바이러스가 되어 국가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동성애 축제 개막식이 취소되도록 꼭 기도해 주십시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가 2015년 6월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에스더 홈페이지도 "에스더기도운동 문자 회원들에게 6/6(토) pm 9:47에 문자 전송된 공지 내용"이라며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메르스가 유행하던 때,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 퀴어 문화 축제를 문제 삼은 것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가 결합해 '슈퍼 바이러스'가 된다는 내용의 문자는 개신교인들의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 나갔다. 당시 일반 언론이 이 같은 내용을 '괴담'이라 부르며 사실 확인에 나설 정도였다. <이투데이>는 2015년 6월 18일 '에이즈 결합 땐 재앙…메르스 괴담 또 기승'이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TV는 2015년 6월 25일 '에이즈·메르스 결합하면 대재앙?…괴담 또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두 언론은 모두 에이즈 확진으로 이어지는 HIV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는 구성하는 세포가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가 섞일 수 없다는 전문가들 입장을 실었다. HIV 바이러스는 레트로바이러스과이고 메르스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과로, 두 바이러스는 아예 과가 다르기 때문에 결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름이 '바이러스'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결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HIV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는 감염 경로도 다르고, 과도 다른 바이러스다. 이름이 '바이러스'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섞이지는 않는다.

<한겨레>가 가짜 뉴스로 지목한 '메르스와 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창궐 우려'에 대해 에스더와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는 같은 해명을 내놨다. 한가모가 블로그에 올린 해명은 다음과 같다.

8. 메르스, 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창궐 우려

"메르스 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창궐"은 에이즈 관련 전문가(의사)가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이며, 에스더가 만든 가짜 뉴스라는 한겨레의 보도는 허위 사실임.

한국일보는 2018.4.4.일 자 보도에서 "한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 내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동시에 두 개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동시감염에 대한 가장 좋은 자료는 HIV와 간염과 같은 더 심각한 바이러스의 연구에서 나온다"라고 하였다.
* 출처: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80403/1171005

또한 국민일보 2015.2.15.일 자 보도는 "여러 명의 성 파트너"로 섞인 '변종 에이즈 바이러스' 발견…공격성 강해 3년만에 에이즈 발병"이라는 타이틀 기사를 내보냈다.
*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9151341

에스더와 한가모가 "에이즈와 메르스가 결합하면 슈퍼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은 건 세 가지다. ①에이즈 관련 전문가(의사)가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 ②<한국일보> 기사 ③<국민일보> 기사다.

①에 대한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에스더와 한가모 모두 "의사인 에이즈 관련 전문가"가 이 같은 내용을 말했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언제 어떤 방송에서 누가 어떤 취지로 한 말인지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두 단체는 아직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해명 자료 ②는 <한국일보> 기사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여기서 말하는 <한국일보>는 한국의 <한국일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이름이라 혼동할 수 있으나 두 매체는 전혀 다른 언론사다. 에스더와 한가모가 해명 자료로 든 <한국일보>는 북미에 지사를 둔 <미주한국일보>다. 게다가 이 기사는 누가 작성했는지도 나와 있지 않다.

<미주한국일보> 기사는 두 가지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경우 어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주목할 점은 두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결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 감기 바이러스는 100여 개가 있는데 어떤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설명한다.

여기서 HIV 바이러스의 동시 감염이 예로 나오는데 HIV의 두 가지 유형 HIV-1과 HIV-2에 동시 감염되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동시 감염이 주는 좋은 예다. 반면 HIV와 C형 간염에 동시 감염되면 상태가 악화한다고 한다. 기사의 결론은 "두 개 이상의 감기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면 상태가 악화하는 게 아니라 오래 지속할 수 있다"였다.

해명 자료 ③ 역시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이나 한가모와 에스더의 주장처럼 "에이즈와 메르스가 결합하면 슈퍼 바이러스"라는 내용도 아니다. <국민일보> 기사는 HIV 바이러스에 여러 아형(subtype)이 있는데 이 아형들이 몸 안에서 섞여 변종이 되면 다른 아형보다 더 빠르게 에이즈로 이행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 어디에도 에이즈와 메르스가 결합한다는 내용은 없다.

한가모가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에이즈와 메르스가 결합하면 슈퍼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가짜 뉴스를 설명하지 못한다. 체액으로 감염되는 HIV 바이러스와 호흡기로 감염되는 메르스는 외부에서 결합해 슈퍼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서울대 오명돈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 6월 10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두 바이러스는 들어가는 세포가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가 섞일 수 없으므로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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