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평가와 행위에 대한 평가를 구분하지 않으면 진정한 (동성애) 독재가 시행될 수 있다. 학술 대회, 연구 논문, 언론 보도가 다 금지되는 동성애 신성불가침, 동성애 우상 사회, 독재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일부 서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동성 성행위라는 행위에 대해 반대할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하면 동성애 독재 시대가 온다'는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이 전파를 타고 그대로 흘러나왔다. KBS가 10월 27일 방영한 '엄경철의심야토론'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측 패널로 출연한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는 "동성애 독재 시대가 온다",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동성애 반대를 처벌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측,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조영길 변호사가 반대 측 패널로 출연했다. 조 변호사는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소강석 대표회장)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은 동성애의 선천성·후천성 논쟁, 동성혼 합법화 등 주제를 다뤘다. 하지만 정작 차별금지법이 어떤 법이며 왜 제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깊은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KBS는 10월 27일 '엄경철의심야토론'에서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KBS 엄경철의심야토론 갈무리

조영길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국가에서) 성경적 신념에 의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체포·구금하고 형사처벌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기독교 신념을 믿고 말했다는 이유로 탄압받는다. 차별금지법이 기독교 핵심 주장 중 하나인 '성에 관한 거룩한 진리'를 전할 자유를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가지고 있는 독재적 성향은 서구 국가들 사례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에서 한 목사가 동성애가 부도덕하다고 설교하다가 잡혀갔다"며 차별금지법 도입 후 서구 국가들이 동성애 전체주의화를 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토론 대부분을 차지한 주제는 '동성애는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논쟁이었다. "성소수자는 왼손잡이같이 바꿀 수 없는 특징을 지닌 사람"이라는 금태섭 의원 주장에, 조영길 변호사가 맞불을 놨다. 조 변호사는 "동성애의 선천성·후천성은 과학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최근에는 '동성애 유전자가 없다'는 과학적 결론이 많다. 과학적으로 선천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대세다"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동성애는 고등동물에게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동성애가 집단 내에서 개체 간 공격성을 약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측은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조영길 변호사는 "(동성애 성향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이성애자로 바뀐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탈동성애 사역'을 수없이 하고 있다. 전환 사례를 볼 때, (동성애 성향을) 바꿀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금태섭 의원은 "탈동성애 사례가 많다고 하시는데, 그런 말을 TV에서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이야말로 성소수자들을 억압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퀴어 문화 축제'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이언주 의원은 퀴어 축제를 공공장소에서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시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퀴어 축제에는) 아이가 볼까 걱정될 정도로 '19금'에 해당하는 음란한 장면이 많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유를 가질 수는 없다.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진 분들이 퀴어 축제를 하고 싶으면 공공장소 말고 다른 장소에서 자기들끼리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퀴어 축제 참가자들 행진을 가로막는 개신교인들을 마주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보수 개신교가 동성애 반대에 목을 매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명성교회 세습이나 여의도순복음교회 문제 등 교회 권력이 사회적 문젯거리가 되다 보니, 기독교 지배층이 '동성애'라는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신교의 동성애 반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했다.

토론에는 진중권 교수, 금태섭 의원, 이언주 의원, 조영길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KBS 엄경철의심야토론 갈무리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토론회 방영 다음 날 10월 28일 논평을 발표해,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 전시된 것에 대해 KBS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며 KBS를 비판했다.

이들은 토론회 기획 단계부터 '성소수자 혐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애초 KBS는 토론회 가제를 '동성애, 어떻게 볼 것인가'로 잡고 '대한민국의 풀리지 않는 논란, 동성애'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동성애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묘사했다"고 했다.

패널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영길 변호사는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의 전문위원으로 '동성애 독재', '동성 성행위는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라고 주장해 온 인사이며, 이언주 의원 또한 난민 반대 집회에 참석해 난민 혐오를 선동해 온 인물이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해 온 두 인물을 출연시킨 KBS는 상호 존중의 토론장을 열 의지가 있었는가"라고 했다.

토론회가 역설적으로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보여 줬다고도 했다. 이들은 "존재를 부정하는 목소리 앞에서 소수자들이 토론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장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구조에 있는지를 보여 준다"며 모두가 자기 권리를 평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래는 논평 전문.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 전시된 것에 대해 KBS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더 이상 소수자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절실하다!

- KBS 토론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부쳐

지난 27일 KBS는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이라는 주제로 심야 토론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지 고민하자는 취지로 이루어진 해당 토론을 보면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존재의 찬/반을 논하는 것이 토론이 될 수 있는가? KBS는 공영방송사로서 성소수자의 존엄함을 부정하는 혐오가 공중파에서 노골적으로 전시된 것에 어떠한 책임을 느끼는가?

해당 토론은 기획 단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초 토론을 위한 국민 패널을 모집하면서 KBS는 가제를 '동성애, 어떻게 볼 것인가'로 잡고 '대한민국의 풀리지 않는 논란, 동성애'와 같은 문구를 통해 동성애가 마치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묘사하였다. 이후 주제가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으로 바뀌고 문제 되는 문구가 삭제되었지만 그로 인해 토론이 다루고자 하는 쟁점 자체가 모호해지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패널 구성 역시 문제였다. 반대 의견의 패널로 출연한 조영길 변호사는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전문위원으로 '동성애 독재', '동성애 성행위는 객관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 등 노골적으로 혐오를 선동해 온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패널로 출연한 이언주 의원은 최근 난민 반대 집회에 참석하여 난민 혐오를 선동하는 등, 혐오를 이용해 자신의 지지 세력을 모아 온 인물이다. 공공연히 혐오를 선동하고 차별을 조장해 온 두 인물을 패널로 출연시킨 KBS는 정말로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상호 존중의 토론장을 열 의지가 있었는가.

이처럼 기획, 패널, 쟁점부터가 혐오가 깔려 있던 만큼 이날의 방송에서 토론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혐오의 전시는 예견된 것이었다.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시민 참여자를 포함 다수의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음에도 조영길, 이언주 두 패널은 끊임없이 동성애는 비정상, 부도덕한 것이라는 혐오 표현을 쏟아 냈고, 이미 언론을 통해 검증이 완료된 가짜 뉴스를 들어 사실을 왜곡시켰다. 그럼에도 사회자는 이에 대한 제지 없이 오히려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혐오를 방치하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인권을 신장하며 민주주의 기본 질서의 정착에 앞장선다"는 KBS 방송 편성 규약,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집단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방송법의 정신이 완전히 실종된 이날의 방송 앞에서, 제작진을 비롯한 방송 책임자들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방송 말미 사회자는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어떤 입장으로 토론이 진행될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시간이 이를 해결해 줄 리가 없다. KBS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방송에서 어떠한 차별과 혐오도 없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차별 금지 가이드라인 제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으로 이날의 토론은 역설적으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공중파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논하는데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공공연하게 존엄성을 침해하는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했던 것은,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이 사회에서 소수자들이 겪는 현실이기도 하다. 존재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의견이라는 미명 아래 당당히 이루어지고 그 앞에서 소수자들은 토론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장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 준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차별과 혐오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모두가 평등하게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러한 사회의 기초이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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