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5월 28일, 한국교회 인권 감수성 증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인권센터(박승렬 소장)는 한국교회가 유독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등) 당사자에게 배타적이고 이들을 혐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5월 2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차별과 혐오의 시대, 한국교회 인권 교육'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박승렬 소장은 "한국교회가 LGBT+를 향한 혐오와 분노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인권센터는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김형완 소장(인권정책연구소), 우삼열 위원장(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 한채윤 이사(비온뒤무지개재단)가 각각 발표를 맡았다. 이들은 자신이 활동해 온 분야에서 바라본 한국교회 모습을 진단하고, 교회가 사회와 발맞춰 가려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한국 사회 반동성애 움직임에
깊게 개입한 한국교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
지금이라도 적극 움직여 달라"

첫 발제를 맡은 김형완 소장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장 체제에 반기를 들고 사표를 낸 뒤 인권정책연구소를 설립했다.

왼쪽부터 발제를 맡은 김형완 소장, 우삼열 위원장, 한채윤 이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형완 소장은 한국 정치인이 인간 존엄성 실현이라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길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그들이 차별받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 정치인들은 '사회적 합의가 안 됐기 때문에 인권조례를 폐지한다'고 발언했다. 이건 정치인이 자기 역할과 책무를 기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약자가 자신보다 더 약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타깃 삼고 경멸하던 것이 증오와 혐오 발언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럴 때 정치인이 적극 나서서 혐오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바로 그런 것이 헌법이 부여한 정치인의 책무인데 마치 자기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행동한다. '당사자들이 교양을 갖춰 서로 존중하고 살아라'는 식으로 치환한다. 그건 정치인의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역할에 아쉬움을 표한 김형완 소장은 한국교회 모습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김형완 소장은 "애초에 서양에서 시작한 '인권'이라는 개념이 기독교에 기반한 자연권 사상에 기초한 것인데, 기독교와 인권이 불화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반기독교적"이라고 했다.

현직 목사이면서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우삼열 위원장은 "동성애나 LGBT+ 당사자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서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품을 것인지 토론을 통해 서로의 관점을 좁혀 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가 그들을 공격하고, 악마화하는 데만 힘을 쏟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삼열 위원장은 지역 사회에서 교회가 논리적 비약이 담긴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충남 인권조례가 폐지 절차를 밟으면서 충남 지역 군 단위에서도 폐지안이 가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고 하는데 인권조례에는 성적 지향, 동성애 이런 내용이 없다. 지역별로 인권위를 만들어 인권을 교육해야 한다는 정도인데, (인권조례 때문에) 에이즈가 확산되고 가정이 파괴되고 나라가 무너진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고 했다.

한채윤 이사도 한국교회에서 반동성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들이 만드는 자료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했다. 그는 "유명한 반동성애 강사가 쓰는 자료를 보면 팩트가 전혀 맞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 조금만 자세히 확인해 보면 사실이 아닌 걸 알 수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별해서 전체를 왜곡한다. 한두 건도 아니고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개신교인 중에는 "혐오가 소명이 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채윤 이사는 이런 개신교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개신교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을 당부했다. 2014년 이후로 한국교회가 반동성애 활동을 더 조직화했는데, 이를 그냥 두고 보기만 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강연 전부터 항의 전화
반대 기자회견 20여 명 참석
항의서 전달 후에도
토론회장 앞에서 통성기도

'반동성애'로 명확하게 포지셔닝한 주류 한국교회에서 인권센터의 토론회는 환영받지 못했다. 교회협 관계자는 아침부터 40통 넘는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고 했다. 반동성애 활동에 앞장서는 몇몇 목사는 강연 당일 아침, 교회협이 입주해 있는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토론회 장소 1층에서는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개신교인 17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토론회장에 참석했던 남성이 "동성애는 죄"라고 외치다 관계자들에 제지당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교회협이 반동성애 싸움을 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회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교회협을 탈퇴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교회협 관계자에게 이홍정 총무에게 보낼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한국기독교회관 2층으로 향했다. 이들은 토론회에 왜 반동성애 진영 사람은 한 명도 없냐며 안에 들어가 토론하겠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장 밖에서 반동성애를 외치는 목사들과 교회협 관계자의 실랑이가 시작될 무렵, 토론회장 안에서는 한 남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이 동성애를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기 때문에 외치는 거다. 동성애는 하나님 앞에 가증한 죄악이다. 지옥에 들어가는 거다. 하나님이 2000년 전에 소돔과 고모라를 유황불로 다 멸망시키셨다. (동성애를 계속하면)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

교회협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한 후 밖으로 나간 이 남성은 다른 목사들과 함께 "회개하라"를 외치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입에서는 "동성애는 죄", "하나님의 심판", "마귀 새끼들"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결국 15분간 대치 끝에 인근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들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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