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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어 지방선거까지 등장한 '동성애' 사상 검증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 각 정당에 동성애 찬반 질의…교계 단체들도 참여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8.04.20 14:56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반동성애 진영이 지방선거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지역에서 각 정당 후보들을 대상으로 동성애 사상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혼 허용 여부 등을 묻는 정책 질의서를 일방적으로 보내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다. 각 후보가 답변한 내용은 부산시민에게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알리겠다고 했다.

정책질의서는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건부연)가 보냈다. 건부연은 동성애와 동성혼 합법화 반대를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출범했다. 부산 지역 종교·시민단체 97개가 참여하고 있다. 교계에서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 부산기독교여성협의회, 부산복음화운동본부, 부산기독교동성애대책위원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건부연의 정책 질의서는 10가지 문항으로 단순하다. 모두 객관식이며, 반대·유보·찬성에 표시하게 돼 있다. 질문 내용은 철저히 반동성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군대 내 항문 성교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 6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 차별 금지'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병관리본부가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련성을 홍보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이 대표적이다.

건부연은 일방적으로 질의서를 보낸 후, 4월 20일(금)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공문에는 "후보자의 답변이 당선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염두에 두고, 성실하게 답변하라"는 문구도 있다. 건부연은 후보자가 답변을 하든 안 하든 그 결과를 인터넷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건부연 공동상임대표 이성구 목사
"동성애는 창조질서와 교회 파괴"
부산 지역 정당 관계자 "대응 가치 없어,
혐오와 차별 문화 사라져야"

건부연 공동상임대표 이성구 목사는 동성애를 허용하면 사회질서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건부연 공동상임대표 이성구 목사(시온성교회)는 4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각 정당 후보가 동성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책 질의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깨뜨리는 심각한 문제이자 한국교회를 파괴하는 시금석이다. 동성애가 허용되면 다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 정당 후보를 정책이 아닌 동성애로 검증하는 게 합당하느냐는 질문에, 이성구 목사는 "그 사람이 무슨 사상을 가졌는지 확인해야 우리가 투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연히 (동성애에 대한)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 선거 때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동성애를 허용하면 사회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에 대부분 후보도 동성애를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구 목사는 "기독교인이라고 아무거나 포용해서는 안 된다. 소수면 소수끼리 살아야지, 왜 다수를 지배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동성애가 허용되면 일부다처제가 부활하고, 교회에서 (동성애 비판하는) 설교도 못할 것이다.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오도록 더 열심히 동성애를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건부연은 각 정당 후보의 정책 질의서를 취합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 발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동성애에 사활을 건 건부연과 달리, 부산 지역 주요 정당들은 이번 정책 질의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당 관계자는 "정책 질의서 때문에 다른 정당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질문 자체가 악의적이다. 어디에 사용하려고 저런 질의서를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건부연이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인지 모르지만, 차별을 조장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 축제라고 불리는 선거에서 혐오와 차별을 바탕으로 한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려 주고 싶다. 그런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사상 검증이 아닌 정책을 바탕으로 판단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동성애를 이용한 사상 검증은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4월 20일, '8천만민족복음화대성회'와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주최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독교 공공 정책 발표회 당시, 보수 교계는 대선 후보자들에게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이슬람 반대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건부연이 부산 지역 정당 후보자들에게 돌린 정책 질의서.

건부연의 동성애 사상 검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는 "정책 질의를 빙자해 혐오로 가득 찬 질의서를 후보들에게 보내고 답변을 요청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선거를 방해하는 혐오 선동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고, 상호 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뿌리로 하고 있다. 성소수자도 민주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는 "성소수자의 기본적 인권을 부정하는 혐오 선동은 그 어떤 민주주의의 가치에 비추어 봐도 인정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예비후보는 정책 질의를 빙자한 혐오 선동에 답변하지 말고, 기본적 인권 수호 의무를 밝혀 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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