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충남 인권조례 폐지 운동에 앞장선 충남기독교총연합회(충남기연·전종서 대표회장)가 3월 20일 도내 15개 시·군 기독교 연합회에 "폐지 반대 운동을 한 목사를 제명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뒤, 목사 3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기독교교회협의회(충남교회협) 전 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이상호 목사는 3월 28일 공주시장로교협의회에서 제명됐다. 충남교회협이 충남 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다. 

이상호 목사는 3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예정에 없던 긴급 임시총회를 연다는 연락이 왔다. 가 보니 내게 '(제명) 당사자니까 할 얘기 있으면 짧게 하고 나가라'고 하더라. 다음 날 제명 결의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고난주간인데 수요 예배 직전에 총회를 소집해 내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공문에 의해서 제명한다'고 했다. 아직 제명 사유나 절차가 적힌 공식 문서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상호 목사는 4월 1일 공주시 부활절 연합 예배 때 대표 기도를 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제명 결의로 순서가 취소됐다. 이 목사는 "제명된 다음 날 '아무래도 말이 나올 것 같고, 껄끄러우니 대표 기도를 사양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공주시장로교협의회 회장 김천중 목사는 "충남기연이 지적한 단체에서 활동한 회원을 제명한 것이기 때문에 충남기연에 물어보라"며, 충남기연 공문 때문에 이상호 목사를 제명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충남 인권조례가 폐지된 2월 2일, 충남도의회 회의장에서. 인권조례 폐지 반대 피켓 사진. 뉴스앤조이 이은혜

충남기연 공문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 사람은 이상호 목사뿐이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충남노회 장로회(김용태 대표회장)는 3월 26일, 노회에 A·B 목사를 "엄정하게 처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넣었다. 

A 목사는 충남교회협 총무를 맡고 있다. 장로회는 A 목사가 충남 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것을 문제 삼았다. B 목사는 충남교회협 실행위원으로, 노회 게시판에 '폐지 운동에 교인 동원하지 마십시오. 정치적 주장을 교인에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충남노회 장로회는 진정서에서, 충남 인권조례 폐지 반대 운동을 종교개혁 500주년에 기독인들이 고문당한 것에 비유했다. A 목사와 B 목사에 대해서는 "이단적 행위", "가짜 목사", "인권이 무엇인지 의식조차 못하는 무식한", "상식 이하" 등으로 표현했다.

장로회의 진정서는 다음 달 열릴 충남노회 정기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A 목사와 B 목사는 이때 참석해, 충남 인권조례를 왜 폐지하면 안 되는지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A 목사는 3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작 충남 인권조례에는 동성애 관련 내용이 없다. 많은 노회원이 모르면서 맹목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걸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B 목사는 "인권조례는 헌법에 있는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헌법 내용이 맘에 안 들면 개헌해야 한다고 하는 게 정직한 것 아닌가. 인권조례안 어디를 보고 동성애 옹호라고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기노회 때 질문이 나오면 정확하게 얘기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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