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 개신교가 세간의 인식만큼 근본주의 성향이 강하지 않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김영주 원장)은 신앙관과 동성애·남북문제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국 20~69세 남녀 1000명(개신교인 800명, 비개신교인 200명)에게 묻고, 그 결과를 4월 9일 발표했다(표본 오차 신뢰 수준 95%에 ±3.1%).

기사연은 "이번 설문을 통해 일부 보수(극우) 개신교 지도자들에 의해 왜곡된 보수적 신앙관이, 일부 정치 세력에 의해 악용돼 양산되는 사회 갈등과 분열의 실체를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밝혀내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응답자 72% '10년 이상 신앙생활'
1주일 최소 1번 이상 예배 참석
타 종교 가르침 선하다 58%
"한국 개신교, '배타주의' 아닌 '포괄주의'"

먼저 개신교인 800명을 대상으로 신앙관을 묻는 조사가 진행됐다. 응답자 중 58.1%가 교회를 다닌 지 20년이 넘었다고 응답하는 등, 전체 70% 이상이 10년 이상 신앙생활했다. 1주일에 최소 1번은 예배에 참석한다는 비율도 응답자의 72.2%였다. 자신의 신앙심이 깊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명 중 1명에 그쳤다. 보통이 44.9%, 깊지 않다는 응답은 21%였다.

 

타 종교를 바라보는 인식과 성서무오설에 대한 입장 등 '근본주의 신앙관' 문항에서는 △타 종교 가르침에도 진리가 있다 △타 종교 가르침도 선하다 △타 종교 가르침에도 구원이 있다 △성서에도 오류는 있다 등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 연령대별로 조사가 이뤄졌다.

'타 종교에도 진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47%가 그렇다, 23.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타 종교의 가르침도 선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58%, 응답 보류가 30.6%, 그렇지 않다가 11.3%로 나타났다.

'타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부정 응답이 긍정 응답을 앞섰다. 그렇지 않다가 45.6%를 기록했고, 그렇다는 응답은 28.4%, 응답 보류는 26.1%였다.

'성서에도 오류는 있다'는 항목에, 그렇다는 응답은 20.1%, 보류 29%,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50.9%가 나와, 기독교인 절반 정도가 성서무오설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와 교인들의 사회참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서는, 지지한다는 응답이 48.5%, 보류가 35.5%,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6%로 나타났다. '구원은 개인의 영혼 구원이다'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비율은 62.6%, 보류 25.5%,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11.9%였다.

 

기사연은 "앨런 레이스에 따르면, 타 종교에 대한 태도를 배타주의(exclusivism)-포괄주의(inclusivism)-다원주의(pluralism)로 나눌 수 있는데, 설문 결과를 통해 한국 개신교는 포괄주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일부 목사의 '배타적 신앙관'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신앙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성애, 개신교·비신자 인식 갈려
'AIDS 원인이다' 신자 45.2%, 비신자 23.5%
'커밍아웃해도 관계 유지한다'에
개신교 32.7%, 비신자 38.5% 찬성

동성애를 주제로 한 조사에서는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갈렸다. 개신교인은 대체로 절반 정도가 동성애를 죄로 보고,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성애를 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신교인은 매우 그렇다 28%, 그렇다 25.5% 등 죄로 여긴다는 응답이 53.5%였다. 반면, 비개신교인은 매우 그렇다 5.5% 그렇다 13% 등 18.5%에 그쳐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동성애를 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20대 개신교인은 40.1%, 30대 개신교인 51.9%가 동성애를 죄로 여긴다고 응답했다. 20대 비개신교인과 30대 비개신교인은 각각 10.8%, 10.3%만이 동성애를 죄로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느냐'는 질문과, 나아가 'AIDS와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느냐'는 질문에서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차이가 드러났다. '동성애는 질병으로 본다'는 질문에 개신교인 긍정 비율은 45.2%(매우 그렇다 21.1%, 그렇다 24.1%)에 달한 반면, 비개신교인은 23.5%(매우 그렇다 4%, 그렇다 19.5%)였다.

'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 된다'고 보는 개신교인은 55.1%(매우 그렇다 24.6%, 그렇다 30.5%)였고, 비개신교인은 35%(매우 그렇다 9.5%, 그렇다 25.5%)였다.

'지인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개신교인은 32.7%가, 비개신교인은 38.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성별로 나눠 보면, 개신교인 중에서는 남성(27.6%)보다 여성(38%) 사이에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높았다.

 

'개헌 찬성' 개신교인 55.8%
'통일 필요성'은 개신교인 더 높아

개헌과 남북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은 개신교인·비개신교인 모두 높게 나타났다. 개신교인은 55.8%(매우 그렇다 13.6%, 그렇다 42.2%), 비개신교인은 65%(매우 그렇다 14.5%, 그렇다 50.5%)를 기록했다. 개헌하면 안 된다는 응답은 개신교인 9%, 비개신교인 4.5%로 낮았다.

개헌 시기는 6·13 지방선거가 적기라는 응답(개신교인 35.2%, 비개신교인 41.9%)이 높았으며, 개헌 범위는 통치 구조 외에 기본권 등도 고치는 포괄적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응답(개신교인 56%, 비개신교인 69%)이 높았다. 통치 구조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개신교인 42%, 비개신교인 55%)를 가장 선호했다.

 

남북통일 찬반을 묻는 항목에서는 개신교인이 비개신교인보다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한다고 응답했다. 개신교인은 57.3%(매우 그렇다 21.1%, 그렇다 36.2%)인데, 비개신교인은 46.5%(매우 그렇다 14.5%, 그렇다 32%)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개신교인 계층에서는 20대가 55.8%, 30대 50%, 40대 57.9%, 50대 63.2% 등 전 연령대에서 고른 찬성 의견이 나왔지만, 비개신교인 계층에서는 20대 27%, 30대 43.6%, 40대 53.2%, 50대 58.3% 등 연령이 낮을수록 통일에 찬성하지 않는 경향으로 나왔다.

'한반도 평화 위협 요인'은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모두 북한의 핵 개발(개신교인 50.1%, 비개신교인 45.5%)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꼽았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도 역시 북핵 문제 해결(개신교인 49.2%, 비개신교인 52%)을 꼽았다. 한반도 문제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개신교인 40.9%, 비개신교인 38.5%)-미국(개신교인 26.8%, 비개신교인 28.5%)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사연 박재형 연구실장, 신익상 박사(성공회대), 이상철 박사(한신대), 송진순 박사(이화여대)는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신학 해석 및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을 작성해 10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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