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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감신대 고공 농성장 찾아 격려
창현 엄마·아빠 "신학교 적폐와 싸우는 신학생들 고맙다"
  • 유영 (young2@newsnjoy.or.kr)
  • 승인 2017.06.21 11:24

세월호 희생자 이창현 군 부모 최순화·이남석 씨가 감신대 학내 사태로 고공 농성 중인 백현빈 씨를 찾아 위로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세월호 희생자 이창현 군(단원고 2학년 5반) 부모 최순화·이남석 씨가 6월 20일, 총장 직선제와 이사장 이규학 목사 사퇴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는 감리교신학대학교 백현빈 씨(기독교교육학전공 학생회장)를 찾아 위로했다. 이날 감신대학생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은 감신대 이사회가 이규학 목사를 이사장으로 다시 선임해 의기소침해 있었다. 세월호 가족의 위로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창현 엄마·아빠는 백현빈 씨가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웨슬리채플 종탑에 올랐다. 13일째 고공 농성 중인 백 씨는 예상치 못한 세월호 가족의 방문을 무척 고마워했다. 창현 엄마·아빠는 백현빈 씨가 종탑에 올라 투쟁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백 씨는 이규학 목사가 여러 윤리 문제로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2015년부터,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한 2017년 6월까지의 과정을 들려줬다. 창현 엄마·아빠와 함께 종탑에 오른 학생은 현재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 박근혜를 물러나게 했는데, 박근혜가 다시 돌아온 상황입니다.
- 와, 그건 생각만 해도 너무하네요. 죽기보다 더 싫은 상황이란 이야기잖아.

창현 엄마는 학생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단번에 이해된다고 말했다. 창현 아빠는 "감신대 이야기를 들으니,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을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교회가 '개독교'라고 비판받는 이유가 목회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젊은 신학생들이 불의에 맞서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고 격려했다.

"기성세대가 불의와 싸워 정의로운 세상을 물려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을 젊은 세대가 이뤄 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고맙고요. 신앙 후배들에게 막중한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해요. 백현빈 학생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창현 엄마는 종탑에 있는 종을 세 번 울렸다. 창현 엄마는 종을 치면서 권력과 독선에 취한 이들이 깨어나도록 매일 종을 울려야겠다고 말하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감신대가 깨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창현 엄마가 종을 울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창현 엄마와 아빠는 저녁 7시에 시작된 24번째 학생 기도회에도 참석했다. 기도회에는 학생 20여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이사회 개최를 막기 위해 예정된 이사회 장소를 찾았던 학생들이었다. 이규학 목사가 이사장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기도회에 참석한 학생들 표정은 어두웠다.

대표 기도자 노승혁 씨는 눈물을 흘리며 "단식하던 이종화 학우와 고공 농성을 벌이는 백현빈 학우를 말릴 수 없었다. 그리고 이규학 목사의 복귀도 막을 수 없었다. 불의에 맞서시는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라고 탄식했다.

말씀을 묵상하고 나누는 시간에도 탄식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이사회를 막으러 다녀왔다. 지금까지 가 본 장소 중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이었다. 신학교 이사회를 왜 최고급 호텔에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창현 아빠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대 학생들도 처절한 싸움으로 총장 선출 직선제를 이뤄 냈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다. 학교도 총장이 학생의 신임을 얻어야 제대로 된 학교다. 처음 싸울 때가 힘들다. 한 발 내디디면 뜻을 함께할 많은 사람이 동참할 것이다. 세월호 가족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창현 엄마는 학생들에게 본을 보여야 할 감신대 이사회를 질책했다. 기득권을 독점한 이들이 신학교의 적폐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적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돌이키지 않으면 결국 청산되어야 할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학교 이사회와 한국교회가 스스로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면, 신학생이 나서서 하지 않는다면, 비기독교인에게 청산당할 날이 올지 모릅니다. 이제 신학생들의 움직임에 교수와 학생이 더 많이 동참해야 합니다. 총장 직선제가 안 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투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한 걸음 내디딘 것입니다. 불의에 맞서 계속 싸워 줄 것을 부탁합니다."

기도회에서 감신대 학생들을 격려하는 창현 군 부모 최순화·이남석 씨. 뉴스앤조이 유영

24번째 기도회를 연 감신대 학생들. 뉴스앤조이 유영

기도회 중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 뉴스앤조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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