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학생들이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사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감신대 비상대책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학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이규학 목사(인천제일교회)가 감신대 이사장직을 사퇴한 지 2년 만에 이사장 자리에 복귀했다. 후임 유지이사 임명권도 모두 확보했다. 학교를 독점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2년 전 퇴진한 그가 복귀하면서 학생들과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감신대 이사회는 6월 2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사장직무대행 이규학 목사를 지지하는 이사는 그동안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으나,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이사회에서 새로 선출한 이영민 교수(협성대)와 전명구 감독회장의 이사 취임을 교육부가 승인했고, 이 둘이 이규학 목사에게 협조하면서 이 목사는 이사회 개회는 물론 의사 결정까지 뜻대로 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이규학 목사를 반대했던 이사 9인도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이규학 목사는 이날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이사장 자리에 다시 올랐다. 이사회는 자체 논의해 선출할 수 있는 유지이사 8명에 대한 임명권도 이규학 목사에게 일임했다. 앞으로 총장 선출 등의 현안도 이규학 목사 측이 주도권을 잡고 풀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을 문제로 사퇴한 이규학 목사가 이사장에 오르고 이사 임명권까지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 목사 쪽 일부 이사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절차를 준수해서 규정대로 이사를 뽑아야지, 이규학 이사장에게만 전권을 주면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총장 선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후보에는 이환진 총장직무대행을 포함해 세 명이 지원했고, 이 중 과거 총동문회장을 지낸 한 목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규학 이사장 측은 이사회 개최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승인을 받은 이사들을 포함해 합법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규학 목사를 반대해 오던 이사 9인 중 한 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규학 목사가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최악을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명구 감독회장은 개방이사로 들어올 사람인데 교육부에 박종천 전 총장 후임으로 신고했더라. 맘에 맞는 사람 뽑으려고 절차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한다. 회의 장소도 마음대로 바꾸고 이사 선임 권한까지 틀어쥐었다"면서 분개했다. 9인 이사회 측은 이날 이사회의 불법성 여부를 따진 뒤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고공 농성과 단식투쟁 등으로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던 학생들은 이사회의 일방적 결의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학생들은 이날 이사회 예정 장소로 알려진 호텔 내 중식당을 찾았으나, 이사회는 연찬장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학생들은 이사회가 끝나고 나서야 이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규학 이사장 측 한 이사는 "포괄적으로 팔레스호텔이라고 했지 구체적인 장소를 명시한 건 아니다"라며 하자가 없다고 했다.

이사회는 회의 장소로 예고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회의를 했다. 학생들은 이 사실을 몰라 회의가 끝날 때까지 이사들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사진 제공 감신대 비상대책위

한 학생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단식투쟁했던 이종화 학우와 고공 농성 중인 백현빈 학우에게 너무 미안하다. 온몸에 힘이 없고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들은 학생들을 마주친 자리에서도 별 얘기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규학) 이사장이 회의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며 대답을 피했다"고 했다.

이사회가 6월 초, 총장을 한 달 내로 선임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에 7월 안으로는 새 총장이 뽑힐 것으로 보인다. 재학생들은 학생이 배제된 졸속 총장 선출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반대 투쟁 수위나 마찰이 더욱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 학생은 "앞으로 동문들에게 더욱 동참을 호소하는 등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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