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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신대 종탑에는 9일째 사람이 올라가 있다
"총장 직선제는 학생의 당연한 권리"…이사회는 반응 없어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7.06.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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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 종탑에는 53학번이 기증한 종이 있을 뿐, 사람이 머물 만한 곳은 아니다. 백 씨는 여기에서 8일을 보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채플 종탑으로 올라가는 길은 없다. 수직 사다리를 세 번 타야 한다. 사람이 머물 것이라 예상하지 않은 곳, 거기에 9일째(6월 16일 기준) 고공 농성을 하는 백현빈 씨(기독교교육학전공 학생회장)가 있다. 15일 동안 단식 투쟁하다 병원에 실려 간 이종화 씨(종교철학전공 학생회장)를 이어 투쟁하는 것이다.

백현빈 씨를 만나러 6월 15일 웨슬리채플 종탑에 올라가 봤다.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는 공간이 넓었지만, 화장실이 없으니 씻는 것과 용변 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종탑은 앞뒤로 뚫려 있어 바람이 세게 나부꼈다. 일주일째 제대로 씻지 못한 백현빈 씨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제일 힘든 건 '외로움'이라고 했다. "해 지면 할 게 없어요. 텐트 안에 있으면 LED 조명을 켜도 어두워서 일찍 자요. 그나마도 밤에는 천막이 날아갈 것처럼 바람이 불어서 몇 번 깨요. 아래에 있는 친구들과 수시로 통화하기는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네요." 어제는 어머니가 다녀갔다고 했다. "밥 잘 챙겨 먹어라"와 같은, 집에서 평소 듣던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했다.

그가 종탑에 올라온 이유는 하나다. "총장 직선제라는 당연한 것을 얘기하는 거예요. 부산대·이화여대처럼요. 학생에게 주권이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백 씨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특정 교수를 총장에 당선시키기 위한 시위'라는 프레임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 특정 교수는 이미 총장 후보에서 탈락했다.

백 씨는 무기한 작정으로 채플 종탑에 올랐다. 집에 있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제일 보고 싶다는데, 내려갈 계획이 없어서 고양이와의 상봉도 언제가 될지 모른다. "올라오기 전에는 고공 농성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해 보니 1주일 버티는 것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다음 주에 이사회도 있고 여러 중요한 일들이 있어서 힘을 내려고 합니다."

학생들은 총장 선출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이사회'가 대화 상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종화 씨 단식 때와 마찬가지로 백현빈 씨의 안부를 물어 온 이사는 없다고 했다. 백 씨는 이사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생각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백현빈 씨가 아래에서 기도회를 하는 동문들을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백 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종탑 아래에서는 감신대 동문·재학생 30여 명이 예배를 드렸다. 기도회는 3주째 매일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배웠던 돌림노래 'Dona Nobis Pacem(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를 부르며 예배를 마쳤다. 이들은 '감신대민주화와총장직선제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를 출범했다. 공동대책위에는 학생 단체를 포함해 감신대민주화동문회추진위원회 등 졸업생도 포함돼 있다.

공동대책위는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큰 소리로 외치는 예언자들을 길러 내야 할 감신이, 그저 순종적 전도사 양성 학교로 전락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감신의 영성과 학문, 민주 주권을 회복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2년 전 이규학 당시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나섰던 교수 사회가 이번에는 대다수 참여하지 않아, 공동대책위원회 규모는 크지 않다. 학내 민주화를 주장하며 나섰던 이정배 교수와 송순재 교수가 모두 은퇴하는 등 학교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감신대 비상대책위 한 학생은 "6월 14일 서울연회 강승진 감독이 '현 이사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급박하게 총장을 선출하는 행위를 멈추는 게 맞다'고 말씀하시고 우리 입장을 이해해 주었다"고 말했다. 현직 감독 중 학생들을 공개 지지한 사례는 처음이다. 학생들은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뜻을 모아 학생들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동문들이 백현빈 씨의 말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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