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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안전공원 땅값 떨어진다는 사람들, 그래도 이해해요"
[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안주현 군 엄마 김정해 씨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04.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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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니까 아픈 몸을 이끌고 3년 동안 싸워 왔다는 김정해 씨. 뉴스앤조이 현선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안주현 군의 엄마 김정해 씨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416합창단과 416가족극단 단원인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꼴로 연습과 공연에 나간다. 3주기를 앞둔 최근에는 일정이 몰렸다. 4월 10일부터 3주기인 4월 16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내내 행사였다. 충남-서울-안산-경남-서울-안산을 계속 돌았다. 결국 몸이 버티지 못했다. 3주기 기억식과 부활절 연합 예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쓰러진 것이다.

"어제 퇴원하고 나왔어요. 하루 누워 있으니까 좀 나아졌어요." 18일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만난 김정해 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김 씨는 오후에도 일정이 있다고 했다. 부천에 있는 중학교에서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차라리 나와서 뭐라도 하는 게 낫거든요. 집에만 있으면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은 불편해요. 다른 부모들도 아픈 몸 이끌고 여기까지 왔어요. 3년 전부터 팽목항·국회·광화문광장·청운동주민센터…. 계속 밖에서 지냈잖아요. 지금은 목포신항을 지키고 있고요. 괜찮을 리 없죠. 그래도 부모니까 포기하지 않는 거죠.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요."

변한 건 없다

3년이 지났다. 대통령이 구속되고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됐다. 해양수산부는 선체 내부 수색을 시작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지만 정작 세월호 가족에게는 3년 전과 같다고 김정해 씨는 말했다. 미수습자 9명이 선체 안에 남아 있고, 사고 원인 규명에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김정해 씨는 이번 3주기 때 예년과 달리 많이 울었다고 했다. 올해 3주기 행사에는 2주기보다 몇 배나 많은 참석자가 방문했다. 대통령 후보와 정당 관계자들도 대거 몰렸다. 김정해 씨는 이제 와서 얼굴을 비추는 그들이 야속했다. 그들도 자식 있는 사람들이라면, 희생된 아이들을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세월호 가족이 지난 3년을 풍찬노숙하며 지냈을까.

3월 10일 헌법재판소 앞. 대통령 파면 소식을 듣고 김정해 씨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현선

음악 재능 있던 아들
꿈 잇는 동생

아들 주현이는 손재주가 많았다. 무엇을 만들거나 악기를 다루는 데 능숙했다. 중학생이 된 주현이는 기타를 치고 싶어 했다. 엄마는 반대했다. 공부해야 하니 대학생이 되면 치라고 했다. 하지만 주현이는 이모에게 졸라 연습용 기타를 받아 냈다.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독학으로 기타를 배우고 실력을 뽐내는 주현이를 보자 김정해 씨 마음도 바뀌었다. 수학여행에서 장기 자랑 대회에 나간다는 말을 듣고는 고가의 기타를 선물해 주었다.

"주현이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좋은 기타도 선물해 주었죠. 수학여행 앞두고 매일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과 연습하고 그랬는데. 참 대견스럽고 기특했어요.

주현이는 로이킴의 '봄봄봄'과 장범준의 '벚꽃엔딩'을 좋아했어요. 노트에 자작곡을 쓰기도 했어요. 주현이가 대학생이 되는 모습을 보면 참 좋았을 텐데…. 기회가 되면 주현이가 좋아했던 가수들에게 곡을 불러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에요."

주현이 꿈은 동생이 이어받았다. 동생은 원래 미술에 재능이 있었다. 전국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도 많았다. 하지만 형이 세상을 떠나자, 동생은 음악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형의 못다 이룬 꿈을 대신하려는 듯이. 지금은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해 전자 기타를 배우고 있다.

안주현 군이 학교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김정해

아들의 빈자리는 시민들이 채워 주었다. 김정해 씨는 416합창단과 416가족극단을 하면서 많은 시민에게 힘을 얻는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면 시민들은 앞으로 나와 가족들 손을 꼭 쥐어 주거나 안아 준다고 했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유가족들에게는 울림이 크다.

"시민들이 많이 안아 주시고 '힘내'라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정말 많이 말씀해 주셨어요. 저희보다 더 분노하고 아파하는 분들도 만나요. 그런 말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말 커요. 그분들에게 힘을 얻고 지금까지 버티며 싸울 수 있었어요."

그중에는 세월호 참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역 문화제 행사에 왔다가 게스트로 온 세월호 가족을 처음 만난 것이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가족들의 공연과 발언을 보고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4월 11일 삼일교회 세월호 음악회에서 김정해 씨와 한 참석자가 서로 껴안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 씨는 416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는 3월 6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 농성장에서 열렸던 삼성전자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 문화제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10년째 차가운 도로 위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분들은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하시는 거잖아요. 저희는 그나마 부스도 있고 지자체 도움을 받고 있는데, 그분들은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싸우고 계신다는 게 너무 죄송했어요. 사실 참사 이전에 저는 먹고사는 데만 급급해 주변 일에는 무관심했거든요. 이렇게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그리고 부정부패와 싸우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세월호 가족들은 현재 416안전공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을 성찰하고 기억해,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심한 반대에 부딪쳐 공원 설립은 차일피일 연기되고 있다. 김정해 씨도 아파트 반장을 하면서 쌀쌀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다시 상처받는 유가족


"제 주변에 안전공원에 혐오감을 가진 분이 많아요. 같은 아파트 어머니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안전공원 얘기를 꺼내면 거부감부터 드러내요. 어떻게 봉안 시설 옆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겠느냐, 집값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단순한 봉안 시설이 아닌데도 말이죠. 911테러 이후 뉴욕시 중심에 만들어진 그라운드제로와 같은 사례를 소개해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아요."

올해 2월, 안산 시민을 대상으로 416안전공원 공청회와 토론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안전공원 이야기는 하지 않고 보상금부터 운운했다. 유가족들은 보상금을 많이 받았으니 다른 땅 가서 그 돈으로 지으라는 것이다. 가족들은 주민들 말에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일부 지역 주민은 땅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416안전공원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현선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이 그런 말을 하니… 무어라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만약 자기 자식이었다면 그렇게 말할까요. 자기 일이 아니니까 그러는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요. 아마 제가 그분들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우리 사회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요. 416안전공원 설립은 이런 시민 의식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 같아요. 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이 계속해서 주민들 의견을 구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저도 제가 사는 동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언론도 안전공원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전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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