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평화 너에게 주노라
내 평화를 주고 가니 아무 걱정도 말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평화를 구하는 노래가 목포신항에 울렸다. 신학생들은 항구 초입에서 떼제 찬양을 부르며 걸어왔다. 미수습자 9명이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함이 노래에 묻어났다. 학생들 손에는 현수막이 들려 있었다. "세월호 속에는 아직 아홉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고창석,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님을 기다립니다." 미수습자 가족이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천수만 번 되뇌었던 말이다.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미수습자 가족을 찾았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 200여 명이 4월 17일 아침 전세버스 다섯 대를 타고 목포로 내려왔다. 목포에는 봄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신학생들은 목포신항에서 떼제 찬양을 부르며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신학생들은 깔개 없이 젖은 바닥에 앉아, 3주기 기도회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빈 의자 9개를 단상 앞에 놓았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의 자리다. 저 멀리 녹슨 세월호가 보였다.

인도를 맡은 전이루 목사는 참석자 이름을 한 사람씩 호명했다. 다 부르고 나서 미수습자 차례가 되었다. "조은화 양 왔습니까." "허다윤 양 계십니까." "남현철…박영인…고창석…양승진…권재근…권혁규…이영숙 님 자리에 계십니까." 거친 해풍이 세월호가 있는 곳에서 불어왔다. 전 목사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오고 있는 아홉 사람을 기다리며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김진수 씨(장로회신학대학교)는 하나님이 아홉 명을 품에 안고 나타나 달라며 기도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지금 이곳에서는 다른 말을 할 수도, 다른 기도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하나님 기도합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 세월호 안에 계신 하나님, 아홉 명을 품에 안고 나타나소서.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곧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래도 이 기다림이 너무 힘이 듭니다. 우리 어머님, 아버님 너무 힘이 듭니다. 빨리 나오소서. 나타나소서. 우리의 기도를 제발, 제발 들으소서. 그리고 미수습자 가족에게 내일을, 그토록 기다리는 내일을 주옵소서."

김진수 씨는 하나님이 미수습자 9명을 모두 품고 나타나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학생들은 세월호를 바라보며 기도회를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생명에 다수가 어디 있고
소수가 어디 있나요

미수습자 가족들은 앞으로 나와 발언했다. 다윤 엄마 박은미 씨는 여기 있는 이들과 전국에 있는 많은 엄마·아빠들이 기도해 줘서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했다. 미수습자 가족이 정말 바라는 인양은 9명을 모두 찾는 것이다. 박은미 씨는 미수습자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가도록 기도를 부탁했다.

"저희가 정말 바라는 인양은 9명을 모두 찾는 것이에요. 배가 올라오기 전 저희는 세월호가 올라오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속에 살았어요. 지금도 저희는 두려움 속에 살아요. 남겨지는 가족 없이 반드시 9명을 모두 찾아야 해요.

세월호가 올라온 것도 기적이지만 또 한 번의 기적이 필요해요. 제가 믿는 하나님은 저 세월호 속에서 아홉 명을 안고 계시다고 믿어요. 그래서 아홉 명을 다 찾을 때, 하나님도 저 아홉 명과 함께 우리 곁으로 오실 거라고 믿어요."

미수습자 가족들. 은화 엄마 이금희 씨(사진 오른쪽)는 생명에 다수가 어디 있고 소수가 어디 있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금희 씨는 수색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 안전을 위해 기도를 부탁했다.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을 두 번 다시 만들지 않고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저 배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웃고 떠들고 얘기하고 전화하고 밥 먹던 사람이요. 우리와 똑같은 사람…. 세월호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건 사람의 생명이에요.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해요.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생명에 다수가 어디 있고 소수가 어디 있나요. 한 명 한 명의 생명이 소중한 나라,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책임지는 나라를 소망해요. 세월호 참사가 헛된 죽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9명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진상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해서, 이번 참사가 사회와 국가를 변화시키고 국민 의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날 설교는 김희헌 목사(낙산교회)가 전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지만 아직 부활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찢겨지고 얼룩진 세월호 안에 아직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 미수습자가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미수습자 모두 가족 품에 돌아올 때 비로소 그 가족들은 애도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가족을 모욕하고 가장 중요한 생명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보인 우리 사회가 탐욕과 욕망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도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지 않고 성과에만 탐닉했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황푸하, 시와, 김목인 씨가 미수습자들의 귀환을 바라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찾아 주옵소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설교가 끝나고 학생들은 미수습자 귀환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신학생 9명이 앞으로 나와 한 사람씩 미수습자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조은화 학생의 하나님, 조은화 학생을 찾아 주옵소서. 조은화 학생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허다윤 학생의 하나님… 남현철 학생의 하나님… 박영인 학생의 하나님… 양승진 선생님의 하나님… 고창석 선생님의 하나님… 권재근 님의 하나님… 권혁규 어린이의 하나님… 이영숙 님의 하나님… 찾아 주옵소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학생 9명이 각각 미수습자 한 사람을 위한 기도를 마칠 때마다, 회중들은 "주여 들어 주소서, 주여 들어 주소서" 하고 화답했다.

미수습자 가족들도 성찬식에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집례자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성찬식 시작을 알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홍일 신부(사진 왼쪽)는 미수습자를 위한 떡과 잔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이를 바라보며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찬식에서도 신학생들은 미수습자 9명을 생각하며 떡과 포도주를 나누었다. 집례자 김홍일 신부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식탁은 고난당하는 자기 백성, 특히 9명의 세월호 미수습자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 또한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입니다. 모두 이 식탁으로 나오십시오. 속히 나오십시오."

성찬위원들은 좌우 양측으로 흩어져 참석자들에게 떡과 포도주를 나눠 주었다. 김홍일 신부는 떡과 포도주를 들고 중앙에 섰다. 미수습자 9명을 위한 떡과 잔이었다. 사람들은 좌우에서 떡과 잔을 받고, 중앙에 와서 미수습자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떡과 포도주를 먹었다.

미수습자 가족들도 성찬식에 참여했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 은화 아빠 조남성 씨, 다윤 엄마 박은미 씨, 다윤 아빠 허흥환 씨, 현철 아빠 남경원 씨도 떡과 잔을 받았다.

기도회는 공동 축도로 끝이 났다. 신학생들은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잃은 양 한 마리를 끝까지 찾으시는 예수님의 은혜와 아들을 잃고 우리와 함께 눈물 흘리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미수습자를 품으시고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성령님의 함께하심이, 세월호 속에 있는 9명의 미수습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들 그리고 여기에 모인 우리 모두에게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 라이브 영상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