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10월 30일은 종교개혁 499주년 기념 주일인 동시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 파동 이후 처음 맞는 주일이다. 최근 최순실 씨가 압구정 한 교회에 출석했다는 사실과 내로라하는 주류 교단 목사가 최 씨 부친 최태민 씨의 대한구국선교단에 깊숙히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최태민은 목사가 아니다"라고 선 긋던 목사들도 난감한 처지가 됐다.

목회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30일 각지 교회 설교 시간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정리해 봤다. 대부분 최순실 사태를 한국교회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자는 내용이었다.

▲ 최순실 씨 국정 개입 사태에 목회자들은 저마다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영화 '파괴된 사나이' 스틸컷)

"나라와 위정자 위해 회개하자"…"탄핵 절대 안 돼"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설교 시작과 함께 무거운 표정으로 "대한민국이 총체적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권력자 주변 몇 사람이 대한민국 전체를 혼돈에 빠뜨렸다고 했다.

이영훈 목사는 "문제가 있다고 돌만 던지는 게 답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우리 모두 문제를 바로잡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영적 지도력을 회복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당부했다. 교인들에게 함께 회개하고, 예수 믿는 사람부터 개혁하자고 말했다.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도 설교를 시작하며 최순실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탄핵과 하야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최성규 목사는 "종편 방송 보면 다 죽일 놈 죽일 년이다. 종편에, 거리에 나와 떠드는 사람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벌써 공중분해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우리나라가 6·25 전쟁, 보릿고개, 민주화 시기를 다 이기고 여기까지 왔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헌정 질서는 중단되면 안 된다, 탄핵도 하야도 안 된다. 그러나 바꿀 것은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교인들에게도 따라 하게 했다.

주여 삼창과 함께 나라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한 후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불렀다. 그 후 설교 본문으로 들어갔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도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 던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설교했다.

▲ 소강석 목사는 올해 3월 국가조찬기도회에 설교자로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데 앞장선 그는 30일 설교에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 소강석 목사 "우리 기도가 얼마나 부족했으면…"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도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꺼냈다. 소 목사는 "특별히 저는 지난번 국가조찬기도회에 초청돼 설교를 전한 목사"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3월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테러 방지법 제정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예언자적인 메시지만 증거할 뿐 아니라 위정자를 격려하느라 제사장적인 메시지도 증거한 목사이기 때문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종교 지도자인 본인도 잘못과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예전 한국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는데 요즘은 잘 안 한다고 했다. "우리 기도가 얼마나 부족했으면 이러한 난국을 맞겠는가"라면서, 일이 이렇게 된 데는 그리스도인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비판도 비판이지만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올 선생 말씀이 내 가슴을 쳤다.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며 시국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물론, 우리 모두가 잘못했다고 한 것은 잘못했다고 끊을 것은 끊어야 한다고 선지자의 외침을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비판만 하면 어떻게 하나. 비판 못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우리는 제사장적인 가슴으로 기도하며 이 시대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상처와 위정자와 모든 지도자의 상처를 품고 그들을 치유할 의무와 사명이 우리 교회와 종교 지도자에게 있다고 저는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로 다시는 사술과 사교가 이 땅에 판치지 못하도록 우리가 기도해야 하고 어서 빨리 국가가 안정을 되찾도록, 우리가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능력을 믿는다며 우리부터 자성하고 나부터 책임지고 회개하며 하나님께 기도해야 한다고 믿는다."

▲ 올 3월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문제 있는 곳엔 기독교인" 개탄

하나님 말씀 따라 실천하지 못하고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무늬만 크리스천으로 살아온 한국교회 현실이 오늘의 사태를 낳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들이 말씀 따라 행동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고 지적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예수 믿는 사람에게, 설교하는 이 목사에게 책임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장로 대통령 두 번 배출한 나라의 현주소라며 개탄했다.

"저는 지금 청와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일들에 대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국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거 아니냐. 분명 청와대 안에 교회도 있고 예수 믿는 사람도 있을 텐데, 어디에 꼭꼭 숨어 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주일만 되면 주차가 안 되고 동네 주민에게 폐 끼칠 만큼 모이는데 예배 끝나면 기독교인들 전부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국가가 어떻게 이런… 상상초월이다. 예수 믿는 우리와, 설교하는 목사 책임 없다 말할 수 있는가?"

이찬수 목사는 한국교회가 '유람선'이 아닌, 항상 긴장하는 '전투선'이 되자고 당부했다.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도 설교 중 최순실 씨 얘기를 꺼냈다. 그는 "목사로서 이런 일들 가운데 어떤 목사와 어떤 교회가 이 사람들과 관계돼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졸여진다"고 했다. 성경에 "우리의 행실을 통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 돌리라"고 했는데 굵직한 사건마다 믿는다는 사람들이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자유롭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는 듣고 잊어버리는 자가 아니요 실천하는 자니 이 사람은 그 행하는 일에 복을 받으리라"라는 야고보서 1장 25절 말씀을 인용했다.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사태로 국정은 마비 상태가 되고, 국민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개탄했다.

김 목사는 "'순실'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며, 하나님의 공의는 반드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돌들이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시대라 지적했다. 김 목사는 타락한 종교는 마성적인 성질이 있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람들 마음을 붙잡아 노예로 만든다며,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사이비 영성'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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