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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교회도 다니고 감사 헌금도 했다는데
[기자수첩] 최순실 다니던 A교회 방문기…무당·우상숭배라고만 할 건가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10.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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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사상 초유 '국정 농단' 사건의 주인공 최순실이 귀국했다. 언제나 비밀스럽게 행동했던 최 씨는 귀국도 비밀스러웠다. 언론을 따돌린 그는 변호인 입을 빌려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 수색하느냐 마느냐 하는 비상시국에 최 씨는 또 한 번 국민을 우롱했다.

교계는 최순실·최태민과 계속 선을 그었다. 한술 더 떠 박근혜 대통령 역시 피해자라며, 지금이야말로 기도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글이 나돌았다. 한국교회 구성원들 바람은 10월 28일 저녁 처참히 무너졌다. <시사IN>은 최순실이 기독교에 귀의했으며 그가 다니던 교회에 감사 헌금을 내던 교인임을 보도했다

10월 30일 주일, 그가 다녔다는 교회에 가 봤다. 사이비 교주의 딸, 한 나라 대통령을 쥐락펴락하던 사람, 그러면서도 가족의 축복을 바라던 사람이 다니는 교회는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A교회는 강남 유명한 대형 교회들과 다르게 아담했다. 동네에 하나씩 있을 법한 예배당 정도 크기. 입구에서 주보를 받아 들고 2층 본당으로 향했다. 예배 시간 10분 전인데도 350석 규모 본당은 썰렁했다.

   
▲ 화창한 주일 오전, 최순실이 감사 헌금을 냈던 A교회를 찾았다. 최순실이 한국에 준 좌절감에 비해 교회는 평온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민족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시는…"

오전 11시, 예배는 시작됐다. 교회들이 흔히 취하는 전통적인 예배 형식이었다. '주기도문송'으로 예배가 시작됐다. 참회의 기도를 올리고 다 함께 사도신경을 외우면서 신앙을 고백했다.

대표 기도도 별다를 게 없었다. 교인들이 예배 시간에 하나님을 만나게 해 주시고, 주님 원하시는 대로 복된 주일을 보내게 해 달라, A교회가 지역사회 구원의 방주가 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기도는 "민족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으로 시작됐다. 부정과 부패, 사탄의 문화와 우상과 미신을 물리쳐 달라는 내용. 대표 기도하는 목사는 최순실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교인들에게 하늘의 신령한 복을 허락해 달라고 기도했다.

분명 이 교회는 최순실이 다녔던 교회다. 딱 한 번 우연한 기회에 왔던 것도 아니다. 그는 꾸준하게 이 예배당을 드나들었고, 설교를 들었으며, 감사 제목을 꾹꾹 눌러쓴 봉투를 헌금함에 넣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 딸이 잘되고 가족이 화목하며 복을 받게 해 주심에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설교 시간, 최순실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사실 관련 내용을 언급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목사는 자기를 비우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워야 한다고 설교했다.

최순실이 온 나라를 들쑤셔 놓고,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에 가득 찬 지난밤을 보냈는데도 교회는 평온했다. 주보 목회 칼럼 속 "백성 된 신자로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때"라는 글귀만 눈에 띄었다.

"헌금한 건 맞지만 나머진 소설"

예배를 마치고 본당 뒤에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던 담임목사에게 신분을 밝히고 최순실과 관련해 한마디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헌금한 사실은 맞지만 그 외에는 소설"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묻자 그는 "사실과 다르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

교회 식당에서, 화장실에서 교인들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다들 최순실, 정유라 모녀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

교인 300명이 넘고 최순실 모녀가 교회만 왔다 갔다 했다면 정말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평범한 교회에 다니는 평범해 보이는 교인이, 사실은 대통령을 좌우지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예배당을 나서는 길. 또 다른 뉴스를 접했다. 최순실이 독일 도피 생활 당시 찬송가 구절을 적었다는 보도였다. 한국교회는 최태민·최순실과 선을 긋고 무당·미신·우상숭배 세력으로 치부한다. 최순실을 '악령'이라고 말하는 목사도 나왔다.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최순실과 그 딸은 주일예배에 참석하면서 복을 빌었던 사람들이다. 적극적으로 선을 긋거나 모른 척 언급하지 않으려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교회는 이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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