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가 열렸다. 올해로 여덟 번째다. 참석자들이 희년을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가계 부채 1000조 원 시대. 장기 채무자에게 재무 상담과 경제 교육을 해 온 제윤경 상임이사(희망살림)는 가계 빚이 십 년 동안 꾸준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약 350만 명, 그중 114만여 명은 갚을 능력조차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가계 부채 심각성을 알리고 생계형 채무 불이행자를 돕기 위한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8월 31일 열렸다. 생계형 채무 불이행자란 생활 안정을 위해 빚을 냈지만,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어 장기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한 사람들을 말한다. 예수살기·평화누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희년함께·희망살림 등이 공동 주관한 연합 예배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희년함께는 교회가 희년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자는 취지로 2007년부터(당시에는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추석 연휴 전 주일을 희년 실천 주일로 지켜 오고 있다. 매년 넝마공동체·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등 사회 약자들과 함께한다. 이날 참석한 교인들은 희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희년은 성경에 등장한다. 사회 안전망 제도와 유사하다. 유대인들은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째 해가 되면 희년(Jubilee)을 선포했다. 이때에는 모든 노예가 해방되고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토지와 집이 본래 소유주에게로 돌아간다. 구약학자 김근주 교수(느헤미야 기독연구원)는 성경에서 희년이 정기적으로 실행되었다는 기록은 나와 있지 않지만, 노예 해방과 부채 탕감 등 부분적으로 실행된 사례는 등장한다고 말했다.

▲ 희년 실천 주일은 성서에서 말하는 희년 정신을 기억하고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 참석자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경호 목사(희년함께 공동대표)는 개회 기도에서, 사회가 여러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부채로 인해 병들어 가고 삶이 망가지고 있다고 했다. "예수께서 이 땅에 내려와 희년을 선포하고 우리를 종이 아닌 친구로 대했듯이, 우리가 서로를 자유롭게 하고 부채를 탕감하자"고 기도했다.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속박으로 억압당하지 않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 희년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사회가 되길 간구했다.

▲ 설교를 전한 박득훈 목사는 교회가 채무를 갚지 못해 고통받는 이들의 친구가 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설교를 전한 박득훈 목사(평화누리 공동대표)는 교회가 부채 탕감 운동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나라의 최고 가치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가 채무를 갚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빚을 탕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예배에는 부채 탕감 운동을 하는 제윤경 상임이사가 빚을 양산하는 현 실태를 증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나 일본의 금융기관은 장기 채무자들이 정상적인 신용 생활을 하도록 채무액과 부채 상환 기간을 조정하는데, 국내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손실 처리하고 대부 업체에게 원금의 약 5% 가격으로 팔아넘기고 있다. 제 상임이사가 상담을 하며 만난 대다수 장기 채무자들은 이자로 이미 원금 이상의 금액을 상환했거나 빚을 갚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런데 국내 기관은 특별한 조치도 없이 채무자들을 평생 빚 독촉에 시달리게 한다.

제윤경 상임이사는 "기독교인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희망살림과 희년함께에 후원금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다. 후원금은 대부 업체로부터 장기 연체된 부실채권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이들은 매입한 채권을 모두 파기하고, 채무자에게 '당신의 빚이 모두 탕감되었습니다'는 편지를 보낸다.

이날 희년함께·희망살림은 부채 소각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2차 '빚탕감 프로젝트'로 200명이 넘는 채무자들의 14억 6000여만 원의 채권을 매입해 파기했다. 가장 최근 진행한 3차 프로젝트에서는 채무자 50명의 빚 1억 9000여만 원을 탕감했다. 채무자의 어려운 처지를 공감한 한 대부 업체가 부실채권을 무료로 양도했다.

▲ 이날 희망살림·희년함께는 채권 소각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최근 진행한 3차 빚탕감 프로젝트에서 채무자 50명의 2억여 원의 빚을 탕감했다. 제윤경 상임이사(사단법인 희망살림)가 한국 사회 내 가계 부채 문제와 부채 탕감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참석자들이 종이를 찢고 있다. 대부 업체가 보내는 빚 독촉 딱지다. 부채 탕감 운동은 장기 채무자들에게 빚으로부터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 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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