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로 개정된 총회 선거 규정이 결국 사회법 도마에 올랐다. 배광영·정중헌 목사는 6월 14일 선거 규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97회 총회가 선거법을 고치는 권한을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선거법개정위원회와 실행위원회가 총회 임원 등의 입후보 자격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공포된 선거 규정은 97회 총회가 결의한 내용과 다르다. 97회 총회는 목사부총회장 입후보 자격에 '세례 교인 5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을, 다른 임원 입후보 자격에 '세례 교인 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을 넣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절충형 선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구성된 선거법개정위가 이 조항을 삭제한 채 '총회 활동 경력' 조항을 삽입했고, 실행위는 이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총회 결의가 몇 달 사이에 폐기된 것이다.

배광영·정중헌 목사는 선거법 개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다. 공포된 선거 규정은 2012년 9월 19일(97회 총회 기간) 제7차 개정이 이뤄졌고, 2013년 2월 27일(97회기 2차 실행위) 제8차 개정되었다고 나와 있다. 총회 규칙에 따르면, 선거 규정 개정을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재적 2/3 이상의 결의 후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선거 규정은 선거법개정위와 실행위의 합작일 뿐이다.

만약 선거법개정위와 실행위가 지금처럼 선거 규정을 개정하려면, 총회가 그런 권한을 위임했어야 한다. 총회가 선거법개정위에게 입후보 자격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실행위에게 개정안을 결의해 효력을 발생시키는 권한을 위임한 후에야 비로소 선거 규정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97회 총회는 이런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두 목사는 선거법개정위와 실행위의 권한을 분명히 했다. 선거법개정위가 구성된 근거는 97회 총회에서 절충형(제비뽑기+직선제) 선거 방법을 결의할 때 언급된 '연구 및 시행위원 5인'이다. 5인 위원은 절충형 방식과 관련된 세부 선거 규정을 연구해 마련하도록 위임한 것뿐, 입후보 자격 등 선거 규정을 전반적으로 개정할 권한을 수임하지 않았다. 두 목사는 "입후보 자격은 극히 예민한 사항인데, 총회가 5명에게 이를 개정하도록 전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97회 총회 결의에 따르면, 5인 위원이 해야 할 일은 절충형 선거 방식에 따른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12년간 지속해 온 제비뽑기 방식, 즉 후보자별로 미리 특정 색깔의 구슬을 선택해 봉인한 다음, 총대들이 모두 구슬을 뽑아 많이 나온 색깔에 따라 당선자를 확정하는 방법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방법을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세부적인 절차를 다듬는 일이다.

선거 규정 자체를 개정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구위원 5인으로 충분했던 것이라고 두 목사는 주장했다. 순전히 절차적인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 선관위 2/3 이상의 결의와 총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선거 규정 개정 절차를 모두 밟을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5인 위원은 97회 총회 결의인 '세례 교인 수' 조항을 삭제하고 전혀 별개의 자격 조건 '총회 활동 경력'을 추가하는 등 선거 규정 자체를 바꿨고, 이는 월권행위라고 두 목사는 주장했다.

실행위원회도 마찬가지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했다. 97회 총회는 5인 위원이 절충형 선거제도에 관한 세부적인 방법을 개정해 실행위에 보고한 후 98회 총회부터 실시한다고 결의했다. 이에 따르면 실행위는 5인 위원에게 보고받은 내용대로 시행하는 것뿐, 선거 규정을 개정한 것까지 결의·확정하는 권한을 가지지 않았다.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에 세례 교인 수 조항을 추가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두 목사는 그 이유를, 개교회 연합체인 총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전한 교회에서 시무하는 사람을 총회 행정에 참여시키자는 것으로 봤다. 이는 대표성이 미약한 '정치꾼'이 교단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도 있었다. 규모가 작은 교회를 원천 배제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 조항은 97회 총회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어 결의됐다.

하지만 총회 결의는 한번 시행도 못하고 사장된 채,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총회 활동 경력이 들어왔다. 총회 임원, 상비부장, 공천위원장, 선거관리위원장, 총회 산하 기관장을 역임한 사람만 목사부총회장 후보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두 목사는 "지금까지 총회 행정에 관여한 적 없는 새로운 개혁·대안 세력은 아예 입후보조차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는 기득권자들이 돌아가며 주요 보직을 맡아 교단 행정을 좌우하고, 신진 인사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 목사는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임의로 임원 입후보 자격을 변경한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했다. 이에 기초해 입후보자 등록 안내 등의 공고를 한 것도 위법·무효라고 주장했다. 실행위에서도 선거법 개정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정중헌 목사는 <마르투스>와의 통화에서, "개정된 선거 규정은 총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총회의 권위를 살려야 한다"며 가처분 신청 취지를 밝혔다.

한편, 총회 임원회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임원회는 7월 8일 회의에서 김응선·고광석·이형만·전대웅 목사와 남승찬 장로를 대응 위원으로 선정했다. 선거법개정위 서기였던 고광석 목사는 "선거 규정 개정은 절차적으로 문제없다. 세례 교인 수 조항은 종전 제비뽑기 선거 방식하에 결의됐기 때문에, 절충형 방식에서는 개선될 필요가 있었다"며 승소를 확신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리는 7월 17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