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실행위원회가 2월 27일 회의에서 97회 총회 결의 조항을 삭제한 채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회의에서는 총회 임원 자격 세례 교인 수 조항에 대한 격론이 오갔다. ⓒ마르투스 이명구

98회 총회부터 적용할 총회 선거 규정이 97회 총회 결의 조항을 삭제한 채 개정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실행위원회는 2월 27일 회의를 열어, 지난해 9월 총회에서 결의한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 중 '세례교인 500·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을 삭제한 선거법개정위원회의 개정안을 그대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총회 결의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실행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세례 교인 수 조항 때문에 한동안 격한 논쟁이 오갔다. 지난 회기 총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회장·부총회장 출마 자격에 '세례 교인 500명 이상 교회 시무자'를, 이외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에는 '세례 교인 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을 신설했다. 97회 총회는 셋째 날 9월 19일에 선관위의 보고를 축조한 후 수용한 바 있다.

▲ 선거법개정위원회 서기 고광석 목사는 "97회 총회가 세례 교인 수 조항을 수용한 다음 날 절충형 방식을 채택하면서 선거법 전면 개정을 위임했다"며 "후결의 선결의에 앞선다"고 주장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선거법개정위 서기 고광석 목사는 세례 교인 수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고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7회 총회가 셋째 날 세례 교인 수 조항을 받기로 했지만, 다음 날 총회 선거 방식을 절충형(제비뽑기+직선제)으로 채택하면서 선거법개정위를 구성해 선거법을 전면 개정하라고 결의했다는 것이다. 지난 회기 선관위 서기였던 문세춘 목사는 "세례 교인이 500명 이상인 교회는 교단에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90%를 배제하느니 조항을 없애는 게 낫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일부 실행위원들은 총회 결의를 실행위가 번복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 목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형만 목사가 "세례 교인 수 조항은 97회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고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총회 황규철 총무도 "세례 교인 수 조항과 절충형은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선거법개정위는 절충형만 다루면 되는데 왜 세례 교인 수 조항을 건드리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황 총무는 법과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총회 결의 당시 비디오를 시청하자고까지 말했다.

정준모 총회장이 논쟁의 골자를 잘 모르겠다며 회의를 10분 정회시켰다. 속회에서는 웬 일인지 개정안 수용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중헌 목사가 계속해서 총회 결의는 총회에서밖에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노회 헌의를 통해 98회 총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묵살됐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몇몇 실행위원들은 "오늘 실행위 결정은 98회 총회에서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에는 세례 교인 조항 대신 '총회 활동 경력'이 들어갔다. 총회장·목사부총회장은 △총회 임원 △상비부장 △공천위원장 △총회 산하 기관장(총회신학원·총신대학교 운영·재단이사장, 기독신문사 이사장·사장, 총회세계선교회 이사장) △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한 사람이 출마할 수 있다. 장로부총회장과 이외 임원들도 상비부 임원, 공천위 임원, 총회 산하 기관 임원 경력자가 입후보할 수 있다.

발전 기금 하향 조정…선거 규제 강화

총회 임원과 산하 기관장이 입후보할 때 납부하는 발전 기금은 이전보다 조금씩 내렸다. 원래 선거 규정에는 금액을 명시하지 않고 해당 연도 선관위가 결정하고 공고하는 식이었다. 개정된 선거 규정은 △총회장·목사부총회장 7000만 원, 장로부총회장 5000만 원 △이외 임원 2000만 원 △상비부장 200만 원 △공천위원장 500만 원 △기관장 2000만 원으로 금액을 명시했다. 97회 부총회장 발전 기금은 8700만 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조금씩 내린 셈이다.

선거법개정위는 총회 선거 규정 제6장 선거에 대한 규제를 전면 개정했다. 전에는 제26조에 모두 포함되어 있던 규제 규정을 △사전 선거운동 금지 △후보 등록 취소 △선거 규정 위반자 처벌 △당선 무효 및 보선 등 네 가지로 나눠 구체적으로 보완했다.

특히 입후보자와 지지자들의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이전 '3년간 총대권 박탈'에서 '금품 제공자 영구 총대·공직 제한, 금품 수수자 금액 30배 총회에 배상 및 10년간 총대·공직 제한'으로 바꿨다. 이외에도 총회 임원 입후보자는 후보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일까지 언론 광고 및 인터뷰 등을 통해 본인과 소속 교회를 알리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해 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했다.

당선 무효 규정을 받을 때는 이견이 있었다. 선거법개정위는 "당선 확정 후 30일 내 총회 임원회에서 당선 무효에 대한 이의가 제기될 경우, 임원회 2/3 이상의 결의로 당선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개정안을 올렸다. 김준규 전 총회장은 "문제가 있는 사람은 당선 전에 골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기 목사는 "당선 자체를 무효화하긴 어렵다"며 "만약 문제가 제기되면 직무 정지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있으니 그 규정을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소란 중에 원안대로 받자는 동의가 나왔고 실행위원들은 그대로 통과시켰다.

※ 기사 정정 : <마르투스>는 2월 27일 보도에서 실행위원회가 당선 무효 규정을 받지 않았다고 썼는데, 다시 취재한 결과 원안 그대로 받았음을 확인하여 기사를 수정합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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