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실행위원회가 2월 27일 통과시킨 개정 선거법이 개정 전보다 교단 목사들을 더욱 배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행위는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 중 97회 총회 결의였던 '세례 교인 수 500·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을 삭제했지만, 대신 들어간 '총회 활동 경력'이 오히려 입후보 문턱을 더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마르투스 이명구

개정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선거법 중 총회 임원 입후보 자격에 추가된 '총회 활동 경력' 조항에 부합하는 인사가 1%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회 실행위원회는 2월 27일 대부분의 교단 목사들을 배제한다는 이유로 97회 총회 결의였던 '세례 교인 수 500·300명 이상 교회 시무자' 조항을 빼는 무리수까지 뒀지만, 대신 들어간 총회 활동 경력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제외한 셈이 됐다.

총회 활동 경력 조항에 따르면 목사부총회장 후보는 총회 임원, 상비부장, 공천위원장, 선거관리위원장, 총회 산하 기관장(총회신학원·총신대학교 운영·재단이사장, 기독신문사 이사장 및 사장, 총회세계선교회 이사장) 중 하나를 역임한 사람이어야 한다.

<마르투스>는 83회기부터 97회기까지 15년 동안 이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은퇴 목사를 제외하고 지역 구도에 따라 호남·중부 지역에 소속돼 올해 목사부총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75명을 넘지 않았다. 교단 소속 교회를 1만 2000개로 잡았을 때 고작 0.6%에 불과한 숫자다. 이는 삭제된 '목사부총회장은 세례 교인 500명 넘는 교회 시무자여야 한다'는 조항을 충족하는 사람보다 더 적은 수치다.

총회 실행위는 지난 2월 말 세례 교인 수 조항을 삭제했다. 이 조항을 삭제하는 데 동의한 사람들은, 세례 교인 수가 500명을 넘는 교회가 교단의 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90% 이상을 배제한 채 총회장을 뽑자는 것이냐"고 반대했다. 교단 산하 1만 2000교회 중 8%는 960개이고, 3개 지역 구도를 고려하면 매년 목사부총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곳은 300교회 안팎이다.

총회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사람에게 줘야 한다는 이유가 무색해졌다. 세례 교인 수 조항은 이 논리 때문에 한 번 시행되지도 못한 채 사장됐지만 총회 활동 경력 조항은 오히려 입후보할 수 있는 문을 더욱 좁혔다. 실제로 교단 내에서 건실한 교회 목회자로 인정받는 한 목사는 올해 목사부총회장에 도전하려다가 총회 활동 경력 조항이 인정하는 공직을 맡은 적이 없어 후보 등록이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시행되는 절충형(제비뽑기+직선제) 선거제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후보로 등록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선거법 개정의 의미였다. 97회 총회 당시 절충형 선거법을 제안한 김기철 목사는 "발전기금을 3000만 원 정도로 대폭 낮추고 경력 조건을 완화해 많은 사람이 후보로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목사부총회장 후보의 경우 발전기금은 7000만 원으로 여전히 높고 더 까다로운 경력이 적용돼 오히려 문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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