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강, 1968> 펴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선임연구위원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무려 17년에 걸쳐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파헤친 영화 '추적'(뉴스타파필름)에는 중요한 제보자 한 사람이 등장한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최승호 PD와 지난한 세월을 함께해 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선임연구위원이다. 김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장면에 등장한다. 30년간 강을 연구한 이 분야 전공자·전문가이면서, 4대강 사업이 강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언론에 전달한 제보자이고, 직접 강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긴 활동가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영화에는 김 연구위원이 직접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에 올라 강 사진을 직접 찍는 모습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드론이 대중화되기 전이라, 항공 사진을 찍으려면 직접 하늘에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려 5년간 4대강이 무너지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4대강과 영화 이야기만 하려는 건 아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6월 <한강, 1968>(혜화1117)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책에 한강이 망가져 간 과정과 복원 중요성이 더 상세하고 알기 쉽게 담겨 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금빛 모래가 가득했던 한강의 아름다운 옛 모습을 보여 주며 '강에게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는 없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김원 연구위원을 9월 3일 서울 중구 필동 희년평화빌딩에서 만나, 그가 왜 이렇게 강을 사랑했는지, 왜 온 몸을 던져 '복원'을 외치는지를 들었다. 여울교회(오현선 목사)에 다니는 김 연구위원은, 복원이 곧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개발을 옹호하고 침묵하는 교회를 향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후 위기를 정말 극복하고 싶다면,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자연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책 <한강, 1968>을 출간했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예전부터 조사를 위해 한강의 과거 자료를 모으는 작업을 계속 해 왔다. 작업을 하다 보니 한강의 원래 모습, 변해 가는 과정이 잘 정리돼 있지 않더라. 강을 연구하는 나조차도 강의 역사를 잘 몰랐다. 창피한 마음도 있어 자료를 모으다 보니 어느 정도 쌓였고 책으로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쓰기 시작했다.

한강의 역사를 글로 정리한 내용은 많이 있다. 일반적인 역사는 글로 써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강의 역사는 글로만 담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다. 사진과 지도를 보여 주기 전에는 아무리 설명해도 감이 오지 않는다. 자료를 찾다 보니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정확하고 좋은 사진이 많이 있었다.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에는 방대한 양의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수집하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은 없었나.

수집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다단했다. 자료가 국가기록원, 서울기록원, 서울역사박물관 등에 파편화돼 있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를 모으는 과정이 힘들었다.

사진을 모으는 작업도 어려웠다. 책에 나오는 측량용 정밀 사진은 정사 사진(Orthophoto·축척이 균일하도록 기하학적으로 보정한 사진)이다. 넓게 찍으면 왜곡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사 사진은 조그맣게 조각 나 있다. 조각 난 사진들은 모자이크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지형의 상하좌우를 모두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여의도 모습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섹터별로, 섹터의 연도별로 수십 장을 붙어야 한다. 책에 실린 사진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사실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 한강을 대대적으로 개발해서 공원을 만들고 도로를 놨다. 시민들은 이미 이 환경에 익숙해져 있어 피해를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할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인가.

강은 도로가 아니다. 안에 온갖 생물들이 살아가는 수생태계의 공간이다. 한강 종합 개발 사업으로 강이 달라졌다. 개발 전 한강 폭이 100이었다면 그중 70~80은 모래였다. 지금은 모래를 다 없애서 수생태계가 완전히 달라졌고, 모래가 지닌 수질 개선 작용도 사라졌다. 강의 원래 역할과 기능을 못 하는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 책의 부제는 '복원의 시대를 위해 돌아보는 1968년 이후 한강 상실의 이력'이다. '복원'은 어떤 과정으로 이룰 수 있을까.

강이 수천 년간 망가졌으니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에 나오듯 한강이 망가진 건 1968년 이후다. 비교적으로 봤을 때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니므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또한 우리 세대가 망가뜨렸으니 우리가 책임지고 원래대로 최대한 복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다고 전부 순식간에 다 때려 부수자는 말이 아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뜻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선임연구위원. 뉴스앤조이 안디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원 선임연구위원. 뉴스앤조이 안디도

- 4대강의 진실을 알리는 데 제보자로서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강의 기록을 오랜 기간 사진으로 남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추적'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에 운하를 한다고 했다가 4대강 살리기로 갑자기 말을 바꿨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는 사실상 운하 건설 과정이었다는 진실을 알고서는, 너무 힘들었다. 더군다나 개인의 거짓말이 아니라 국가의 거짓말, 대통령의 거짓말이고 강이 전부 망가지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지 않나.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거창한 목표가 있던 게 아니었다.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망가지기 전 강 상태를 잘 남겨 두자, 기록이 힘이다"라고 생각했다. 

- 구체적 목표가 있었나.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4대강이 죽었다고 했는데 죽지 않았다는 걸 증거로 남겨 두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나중에 4대강을 복원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참고 자료를 찍어 놓자는 생각이었다. 세 번째로 <1968, 한강>을 집필했던 이유와 비슷한데, 4대강이 망가지는 과정을 잘 기록하자는 목표도 있었다. 이 목표를 갖고 5년 동안 전국을 굉장히 많이 돌아다녔다.

김원 연구위원은 강을 복원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김원 연구위원은 강을 복원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 4대강 사업 당시 오히려 대형 교회 목사들이 앞장서서 정부를 옹호했던 역사가 있다. 교인으로서 개발을 옹호했던 교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1970년대 한강 개발 목적은 정복과 지배였다. 문서에 그대로 남겨 놨다. 창세기 1장 28절 "땅을 정복하고 생물을 지배하라"는 말씀을 그 사람들이 아주 잘 실현한 것이다. 사실 성경은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은가. 하나님이 지은 세계를 인간이 파괴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도저히 용납도 안 된다. 

기독교 신앙과 철학은 자연을 정복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본다. 경천·경인·경물을 강조했던 동학의 정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회가 (4대강 개발에) 찬동하고 앞장섰다. 이런 행태는 종교의 모습이 아니다. 그저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기 욕심과 욕망을 실현하려 했을 뿐이다.

- 앞서 말한 창세기 1장 28절을 근거로 일부 교인들은 개발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복하고 지배한 결과를 우리가 지금 기후 위기로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구시대적 기조, 개발 시대 논리를 계속 유지하자는 생각은 자해와 다름없다. 스스로 생명을 단축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정복과 지배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자연을 존중하고 보전하는 게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복원의 시대로 가야 한다. 그 길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창조 질서를 최대한 보전하는 게 교회의 당연한 역할인데 지금은 도리어 창조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소비 시스템을 향유하고 있다. 많은 교인이 교회에서 위안·위로를 받으면 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편안함 때문에 창조 질서가 무너지고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 위기가 오는 것이다. 

<한강, 1968>/ 김원 지음 / 혜화1117 펴냄. 사진 출처 혜화1117
<한강, 1968>/ 김원 지음 / 혜화1117 펴냄. 사진 출처 혜화1117

-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교회도 적지 않다.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하나.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텀블러를 쓰자"는 정도에 그칠 거라면 종교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종교가 추구해야 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불편함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거나, 소비를 줄이고 음식과 에너지를 줄이면 불편하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여름에 냉방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 힘들 것이다. 하지만 신앙의 힘이라면 불편을 자발적으로 감내하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불편해지자는 운동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기후 위기, 환경 문제 등은 욕망과 편리함에서 시작됐으니 과감하게 줄이자, 불편해지자"고 선언하는 것이다. 교회는 워낙 많고 힘이 크니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지금 한강은 망가진 인공 하천에 불과하다. 교회 언어로 이야기하면 원래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강이 아니라 망가진 강이다. 한강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교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연자로 초청해 주신다면 좋겠다. 우리가 회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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