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로는 현재의 경제 위기도, 기후 위기도 해결할 수 없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정의로운 기후 사회'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비상계엄 내란 저지와 대통령 탄핵을 위해 수많은 시민이 광장을 지켰지만, 우리 삶에 밀접한 과제(민주주의·에너지·차별·기후 등)에 대한 논의는 '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듯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고 재난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들이 격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를 논의합니다. 글은 2025 기후 정의 행진이 열리는 9월 27일 전까지 총 11회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5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후보자들이 공개한 공약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장주의를 넘어서 정의로운 전환, 생태-돌봄 사회로 가자"고 제안했다. 지난 3월부터 논의하기 시작한 대선 정책안에는 '성장주의를 넘어서'라는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공개된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서 이를 짚지 않으면 뒤의 이야기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성장 중독에 걸린 한국 사회

유력 대선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초기 공약으로 '주가 5000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코스피라고 부르는 한국의 주가지수는 처음 주식거래소가 설치된 1980년 1월 4일 상장된 기업의 주식 가격 총합을 100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이런 주가지수가 10배인 1000을 돌파한 때가 1989년 3월이다. 그사이 상장된 기업의 가치가 10배나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1870달러에서 5736달러가 되었다. 2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2007년 코스피 지수는 2000이 되었다. 1980년에 비해 20배, 1989년에 비해 2배가 커졌다. 같은 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로, 1980년 기준으로 보면 10배가 된 셈이다.

직관적으로 보면 기업의 가치가 20배 올랐을 때 1인당 국민소득은 그 절반 증가한 것에 불과했다.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주가지수 5000은 이중적인 의도를 보여 준다. 첫 번째는 기업이 성장해야 시민들의 소득이 올라간다는 전형적인 낙수 경제다. 두 번째는 소위 개미 투자자로 불리는 소액 주식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자산 경제다. 낙수 효과는 성장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믿음 중 하나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위쪽에 경제적 부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를 것이라는 생각인데, 경제가 성장해야 분배를 할 수 있다는 말로 설명된다. 당장 기업이 성장을 해야 노동자들의 임금도 높아질 수 있고 지역사회에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는 믿음은, 어떻게 하면 지역에 큰 기업을 모셔 올 것인가와 같은 인식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대규모의 하청 구조를 통해서 그 아래에 있는 기업을 착취함으로써 성장했을 뿐이고, 기업들은 안전 설비나 충분한 인력 대신 노동시간을 늘리면서 성장했다. 주가지수가 2배 오른 1989년과 2007년의 소득 지니계수는 비슷하게 0.3 정도를 보인다. 분배가 아주 잘될 때를 0으로 보고 상위 계층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갈수록 1에 가까워지는 지니계수가 0.3으로 변화가 없다는 건, 여전히 덜 버는 사람은 덜 벌고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버는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일해서 버는 소득이 아니라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의 불평등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인데, 2023년 기준으로 자산 지니계수는 0.6에 달한다. 1989년 당시 자산 지니계수는 소득과 유사한 0.3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주가지수가 1000에서 2000이 되는 동안 임금을 통한 소득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았고, 반면 자산 불평등은 심화해 2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드는 선택을 반복하는 행위는 '중독'이라는 말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대선이나 총선 기간에 언제나 경제 위기였고, 서민들은 살기 어려웠으며, 그 때문에 다른 문제들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성장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 왔다. 사태가 개선되기보다 악화되는 상황을 반복하는 행동은, 성장 중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성장과 기후 위기

문제는 이런 성장이 불평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켰다는 것 외에도 자연 자원을 극단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이 추산된 건 1992년 리우 협약 이후부터인데, 1990년 기준으로 3억 1060만 톤이다. 주가지수로는 1000을 막 돌파했을 때다. 그리고 주가지수가 딱 2배가 되었을 때인 200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6억 2000만 톤이 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2배가 된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상위 10%의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하위 10%와의 차이는 23배에 달할 정도로 탄소 배출의 불평등 역시 심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대선 기간에 등장한 성장 구호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경제 성장이 곧 탄소 배출을 심화해 온 역사적 경험이 놓여 있다.

소위 탈성장이라고 말하는 일련의 흐름은 내부의 복잡한 차이와 태도의 분화가 있지만, 공통으로 현재까지의 경제 성장이 탄소 배출의 증가와 경향적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탈성장을 빈곤, 즉 자본주의적 발전 모두를 부정하는 전-자본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주장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탈-성장이 반-성장이 아닌 이유는, 탈성장주의가 자본주의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탈성장은 인류 보편의 풍요와 행복이 반드시 자본주의적 성장에 의한 '단일한 경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탈성장은 성장하기 위해 불평등, 도시의 빈곤, 지구 생태계의 파괴를 '나중에'로 미루는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반론이다. 탈성장은 빈곤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먹을 것이 넘쳐 나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 모순, 즉 빈곤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성장이 병행해 온 온실가스 배출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불평등 문제를 반대한다는 것이고, 나아가 우리의 상상력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소비 논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이다.

탈성장은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력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다양한 탈성장주의자들의 다양한 입장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그만큼 탈성장의 경로와 그것이 기후 위기 대응에 미치는 영향들을 실증적·기술적으로 정리한 문헌들이 많다. 하지만 대선 기간을 경유하면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경제적 성장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중산층을 살린다는 것도, 개미 투자자들의 자산을 키운다는 것도, 그래서 현재의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망상이고, 그다음에 기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인식은 재앙에 불과하다는 게 바로 '성장주의에 반대한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다. 

김상철 /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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