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판결과 새로운 세상 위해 기도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4월 3일, 서울 도심 일대에서는 주요 교단과 에큐메니컬 단체들이 연달아 시국 기도회를 열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선고를 촉구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박상규 총회장)는 3일 3시 30분 종각역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긴급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기장 목회자·교인 230여 명은 비장한 표정으로 "헌법재판소는 헌정 파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12·3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 음모 막아내고 민주주의 꽃 피우자"고 외치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이 땅의 정의가 선포되고 진정한 민주주의와 국민이 주인인 세상이 다시 시작되는 기점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여신도회전국연합회 부회장 이시정 권사가 "헌법재판소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 다시는 이 땅에 어떤 악행도 자행되지 못하게 해 달라. 하나님의 명령으로 윤석열을 탄핵하고 하나님의 정의·평화·생명의 은총을 통해 훼손된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실현되도록 이 나라를 지켜 보호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서 설교를 맡은 김경호 목사(강남향린교회)는 "내일은 '대한민국 종말의 날'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출발의 날이 될지하는 갈림길의 선택이다. 당연히 만장일치로 인용이 나오길 기대한다. 인용 되더라도 소수 반대 의견이 남는다면 그것은 극우 지지자들이 준동하는 빌미로 삼아 대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손에 손잡고 나오는 광장, 시민의 힘만이 진정한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진리이다. 이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삼 총무도 "내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출발하는 날임과 동시에 기장 교인들이 역사 속에서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해 주심을, 살아계신 주님이 우리 인생과 역사의 주인이심을 체험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영걸 총회장) 소속 목회자들로 구성된 교회와사회대전환을위한예장모임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을 위한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4시 30분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기도회에는 목회자 30여 명이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설교를 맡은 강지연 목사는 "대통령 파면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값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갔지만 허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다시 회개했고,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게 됐다"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쉽게 단정하며 대적하고 분노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화해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서로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걸어가자"고 말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이상진 목사는 "이 땅의 반민주·반평화·반생명의 세력을 물리치고 진정한 민주·생명·평화 공동체를 세울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이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김종생 총무도 내일이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날이 되기를 기도하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12월 3일 이후 격주 토요일마다 시국 기도회를 열어온 기독교시국행동에서도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기장 총회, 예장통합 목회자들에 이어 오후 5시에 열린 시국 기도회에는, 앞선 기도회 참석자들을 비롯해 윤석열 탄핵과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그리스도인 250여 명으로 가득 찼다.
큐앤에이 서다은 간사는 한국교회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빼앗는 극우 세력의 대명사가 된 것을 회개한다면서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를 주장하기보다 보수 개신교가 세력화 되게 한 교회의 구조와 반성을 성찰해, 한국교회에서 차별과 배제는 하나님의 언어가 아니라고 선언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여성과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등, 우리는 서로를 통해 다른 삶을 배웠다. 이 목소리가 변화한 사회에서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차별과 배제를 지워가는 일에 앞장서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현장아카데미 이정배 목사는 더 넓고 보편적이며 다양한 측면에서 정의로운 것이 하나님의 정의라고 했다. "시민사회에서 펼치는 생태 운동, 노동자 운동, 부채 탕감 운동, 성소수자 차별 금지 운동, 장애인 이동권 투쟁 운동, 도시 빈민 생존권 운동은 특히나 이 시기에 더 중요하다. 우리의 희생과 참여 없이 이루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금의 현실을 구원의 때로, 기독교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님의 정의를 가슴에 품고 떳떳하게 기독교인이 시민혁명의 주체로 나서자"고 말했다.
기도회에는 주요 교단 목회자·교인들과 교계 단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각 단체의 깃발을 들고, 비상행동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안국역까지 행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외쳤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함께 "윤 대통령을 파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기독교시국행동 공동대표 이종건 전도사는 "시국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테지만 '윤석열 탄핵'이라는 이름으로, 내란에 맞서는 기도회는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계 인사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일인 4월 4일 10시부터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선고 생중계를 시청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