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교회 교인 "이름만 바꾸면 뭐하나…근본적 변화 필요"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김의식 전 담임목사의 불륜 의혹으로 혼란에 빠진 치유하는교회(한경국 목사)가 교회 명칭을 바꾼다. 치유하는교회는 2월 19일 공동의회를 열어 교회 이름을 '화곡동교회'로 되돌리기로 결의했다.

화곡동교회는 치유하는교회의 원래 이름이다. 2000년 6월 11일 당시 화곡동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의식 목사는 "치유와 개혁(계 21:1)"이라는 교회 표어를 내걸고, 치유를 강조하면서 2011년 교회 이름을 바꿨다. 한 교인에 따르면 당시 반대하는 교인이 많았음에도 김 목사가 밀어붙였다고 한다.

교인들은 불륜 의혹으로 교단과 교회를 혼란에 빠뜨린 김의식 목사를 내보내고, 김 목사 흔적 지우기에 들어갔다. 지난 11월 3일 주보에서 "10월 29일 제113회 영등포노회 김의식 위임목사 사임안이 결의됐다"고 광고하면서 주보 맨 앞에 나오는 김의식 목사의 이름을 삭제했다. 현재 주보나 교회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김의식 목사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전별금 9억 원만 지급한 채, 그에게 원로목사 추대 등 어떠한 예우도 하지 않았다. 

주보 맨 앞에 김의식 목사의 이름을 삭제했다. 치유하는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주보 맨 앞에 김의식 목사의 이름을 삭제했다. 치유하는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후 교회는 2월 16일 주보를 통해 지난 11월 당회 결정 사항으로 교회 명칭을 변경하겠다면서 등록 교인을 대상으로 교회 이름 후보 공모를 실시했다. 후보 250여 개 중 '화곡동교회'가 55.6%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2월 19일 수요 예배 후 진행된 공동의회에서 화곡동교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참석자 260여 명이 모두 찬성했다. 

치유하는교회 장로 A는 2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 목사가) 화곡동교회라는 이름이 화가 나고 뭐 어쩐다면서 교인을 설득하고 세뇌시켰다. 당시 (치유하는교회로 이름을 바꾸는 걸) 반대했던 사람들이 많다. 교회 명칭 문제를 두고 원로장로와 교회 재판까지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김 목사가 불륜 의혹을 일으켜 뉴스에 오르내리는 등 교회가 망신을 당하면서 교인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고 했다. A는 "김의식 목사 이야기가 나올 때 치유하는교회 김의식 목사라고 알려지니까 명칭에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다. 명칭을 바꿔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예전 교회 명칭이었던 화곡동교회로 하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교인의 뜻이었다. 당시에는 김의식 목사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고 나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지난 10월 중 사임 처리가 되고 1월 초에 퇴직금이나 모든 문제들이 끝났기 때문에 공모를 하고 공동의회를 해서 명칭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회 평생 '치유'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던 김의식 목사는 교회와 교단에 큰 치유는커녕 상처를 안긴 채 퇴장했다. 치유하는교회 교인 B는 김 목사 사건을 명확히 처리하지 못하는 이상, 이름을 바꾸는 건 눈 가리고 아웅식 처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인텔교회나 숲속의궁전교회로 바꾸지 그러느냐. 교단이 불륜 사건을 기각하는 것도 그렇고, 기독교가 완전히 썩어 문드러진 것 같다. 교회 이름만 바꾸면 뭐하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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