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청어람ARMC 북 토크 후기
IVP와 청어람ARMC가 2월 7일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IVP) 출간 기념 북 토크를 열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한 이번 북 토크에서는 박현철 팀장(청어람ARMC)이 사회를 맡고, 저자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책을 기획한 이종연 편집장(IVP)이 패널로 참석했다. 1부에서는 책의 주요 내용과 출간 과정, 주요 메시지에 집중하고, 2부에서는 독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나누며 풍성한 대화를 이어 갔다. 한파에도 불구하고 현장과 온라인으로 70여 명이 참석해 책이 던지는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 같이 사는 경험을 신학으로 풀어내다 |
김혜령 교수와 이종연 편집장은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같이 사는 신앙의 경험을 신학으로 풀어낸 책"이라며, 치매라는 질병을 개인 이야기로 한정하지 않고, 신학적 통찰과 철학적 해석을 담아낸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종연 편집장은 "삶을 새롭게 해석하게 해 주는 책"이고, "돌봄과 약함의 의미를 확장하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원래 저자가 제안한 '슬프지만 유쾌하게'를 수정한 제목이다. 편집 과정에서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가 말한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존재"라는 표현에서 영감을 받고 제목을 결정했다.
제목에 있는 '유쾌함'은 저자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음이 분명한 유쾌한 삶의 태도와 맞물려 있다. 김 교수는 치매를 불행이나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치매를 새로운 관계와 의존 형태로 해석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며, 삶의 유쾌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치매 환자가 잃어 가는 삶의 즐거움을 다시 찾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제목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의존적인 존재 방식은 유쾌한 창조다"라는 필리스 트리블의 말을 인용하면서 돌봄이 주는 유쾌함을 강조했다. 이종연 편집장은 책 제목의 '유쾌함'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하나의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삶을 기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 교수는 집필 과정에서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지만 치매 환자와 돌봄을 바라보는 기존 시각을 새롭게 해석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개인 수기가 아니라 신학적 실용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고 했다.
이 편집장은 "저자의 연재 첫 글을 읽자마자 출간을 제안했다"고 했다. 치매라는 주제를 신학과 연결한 점이 신선하고 유의미했다는 이유다.
숨겨진 출간 과정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 책이 기독교인이 아닌 다른 일반 독자에게도 소개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했다. 초기에는 IVP 인프린팅 브랜드 '온뜰'에서 출간할지 논의했으나, 신학적 통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IVP에서 출간하고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홍보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 돌봄이란 무엇인가 |
돌봄은 시혜적 행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인 과정이다. 김혜령 교수는 "돌봄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돌봄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가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치매 환자가 그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시사한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돌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했다. 한 독자는 "치매 가족을 둔 입장에서 이 책이 큰 위로가 되었다"며, 돌봄 과정에서 겪는 감정적 혼란과 신앙적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돌봄의 현실과 치매 환자의 존엄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독자는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나누며, 안락사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존엄성은 자율성과 독립성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치매 상태에서도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돌봄의 과정이 존엄성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의 심리적 부담과 교회의 역할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저자는 "교회가 시혜적 돌봄에서 벗어나 상호 주체적 돌봄 공동체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돌봄을 받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신학적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라고 했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단순히 치매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돌봄과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삶의 해석학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북토크를 통해, 이 책이 돌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신학적 사유와 실천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인사를 소개한다.
"약해진 자들과 그들과 동행하며 약해진 자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유쾌한 위로가 죽을 때까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