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IVP,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북 클럽 첫 번째 시간
간절한 마음은 끝내 길을 찾아, 꼭 닿아야 할 곳에 닿고야 만다. 기다리는 이가 있다면, 먼 거리도 높은 장벽도 그 앞에서 의미를 잃는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랑하는 딸 머피의 이름을 부른다. 그 간절함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머피에게 끝내 가닿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간절함에서 비롯한 글은 누군가의 삶에 동력이 되고 소망이 된다. 그렇게 믿는다.
김혜령 교수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뉴스앤조이>에 연재하고, 그 글을 모아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IVP)라는 책으로 출간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간절한 마음은 책이 되어 길을 찾아 곳곳으로 향한다. 출판은 그런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반드시 사람들과 함께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북 클럽을 시작했다. 첫째 날인 2월 18일,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참가자 중 한 분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도록 돕는 데이케어센터 노동자였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궂은 일을 감당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그는 먹는 행위도 잊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정성껏 밥을 짓고 그들이 밥상에 앉아 먹기를 애타게 기다린다고 했다.
바쁜 일터에서 시간을 쪼개며 책을 탐독한 또 다른 참가자는 알츠하이머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와 노래방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머니는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는 고단했던 삶의 애환을 녹여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해 노래방에 쉽게 갈 수 없었다. 딸은 오랜만에 어머니와 노래방에 갔다. 해방의 시간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마땅히 노래할 자유를 누리게 해 주고 싶었다고 상기되어 말했다. 어디서 난 체력인지 어머니는 한 시간 내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고, 집에 오는 길에 이렇게 말씀했다고 한다. "목에 답답한 것이 사라졌다."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저자를 꼭 만나기 위해 춘천에서 먼 길을 달려온 참가자도 있었고, 간호사로 오래 일하다가 은퇴한 한 참가자는 혹시나 모임 장소를 찾지 못할까 염려돼 며칠 전 눈이 소복이 쌓인 날 미리 답사를 했다고 했다. 그렇게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품고 함께 책을 읽었다.
간절한 마음은 끝내 길을 찾아, 꼭 닿아야 할 곳에 닿고야 만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통해 서로를 만났다. 책을 읽는 일은 단순히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또 내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번 모임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읽었고, 함께 나누었고, 결국 서로의 이야기에 닿았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마음속 울림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함께한 이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닿아 길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책이 우리를 서로의 간절함에 이어 준 것처럼 말이다.
오인표 / IVP 마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