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마지막 날 결의가 유야무야되어서는 안 된다

올해 교계 뉴스 가운데 원탑은 단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전 총회장 김의식 목사의 소위 '불륜 의혹'과 치유하는교회, 그리고 예장통합 109회 총회였을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면서 도덕적 의혹은 사실관계를 떠나 삽시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고, 뭇사람들에게 가십거리가 되었다. 이 사건은 교단과 교회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 기독교 전체를 흙탕물에 빠뜨려 버렸다. 

김 목사는 총회장 임기가 끝난 후 치유하는교회에 돌아가지 않고 사임하는 조건으로 전별금 10억 원을 요구했다. 당회와 제직회는 무엇이 두려웠는지 9억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10월 16일 공동의회에서는 결국 찬반 논란 끝에 출석 교인 475명 중 347명(73%)의 찬성으로 최종 9억 원 중 십일조를 제외한 8억 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교회가 꽤 오랫동안 그 같은 문제로 상처를 받아 왔기에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치유하는교회가 얻은 것은 단지 자기 교회의 불안한 안정뿐이다. 교단장이었던 자기 교회 목사의 의혹 현장을 목격하고 확증할 수 있는 여러 증거들을 수집해 놓고도 공개하지 않은 채, 단지 교회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목사를 쥐 잡듯 겁박하고 타협했던 해당 교회 아무개 장로의 음성이 귓전에서 맴돈다. 교회를 공교회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 교회만 잘되면 된다는 대부분 교회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향후 이로 인해 파생될 후유증이 얼마나 클 것인지를 그들만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목사들 세계에서 회자되는 우습고도 슬픈 얘기가 있다. "은퇴 시점에서 교회가 시끄러워지면 전별금을 많이 챙길 수 있다!" 정말 그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는 것을 치유하는교회가 증명해 주었다는 생각이다. 시간과 물질, 일생을 바쳐서 헌신하고 계신 분들, 교회에서 사례비 한 푼 받지 못하고 분투하시는 목사님들께는 참 송구하지만, 진정 '소명'이나 '사명'이란 명제 앞에서 부끄럽다. 사례가 없이도 목회라는 멍에를 지고 갈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참회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불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의식 목사가 109회 총회를 개회하는 장면.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불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의식 목사가 109회 총회를 개회하는 장면.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직전 총회장에 대한 가시적인 후속 조치를 촉구하며

한편, 지난 109회 총회 말미에 김영걸 총회장이 전 총회장 김의식 목사에 대한 교단적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정식으로 결의까지 마쳤다. 교단은 그 같은 도덕적, 윤리적 문제를 다신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이며, 향후 전도와 선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그 내용은 첫째, 교단과 한국교회 앞에 사과하겠다. 둘째, 전 총회장으로서 갖게 될 각종 위원장 자리는 규칙 사항이지만, 내려놓도록 강력하게 권면하겠다. 셋째, 전 총회장 명부 등재는 법률 사항이 아닌 예우의 문제이다. 넷째, (가칭) 윤리위원회 등을 조직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지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 다섯째, 전 총회장 건은 노회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진행 중인 사건을 총회가 섣불리 결정하면 문제가 생기고 더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으니, 사과하고 모든 직을 내려놓도록 촉구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겐 냄비 근성이 있어 쉽게 끓었다가 식어 버리고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되는 경우들이 왕왕 있기에 다시 한 번 각인시켜 둘 필요를 느끼며 조속한 후속 대책을 촉구한다. 

첫째, 교단과 한국교회 앞에 사과하겠다. 

사과는 늦어지면 실효성이 없어진다. 생뚱맞게 느낄 수 있고, 진정성도 의심을 받을 수 있기에 빠를수록 좋다. 공적인 자리나 회의 석상에서 한두 마디 사과하고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끝낸다면 차라리 안 하니 만 못하다. 가슴에 와 닿도록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 공적 사과는 허물어뜨린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최소한의 일이며, 등을 돌린 교우들과 구원받아야 할 영혼들을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이니만큼 말보다는 언론이나 일간지 등에 사과문을 게재하여 정중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 전 총회장으로서 갖게 될 각종 위원장 자리는 규칙 사항이지만, 내려놓도록 강력하게 권면하겠다. 

직전 총회장은 상임위원회 및 자문 역할, 특별위원회 위원장 또는 위원, 교단 대표 및 외부 활동, 총회장의 업무 지원, 교단 역사를 기록하고 전수하는 역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안다. 이는 총회뿐 아니라 지교회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업무들이다. 혹여 이 같은 활동으로 다시금 교단에 대한 불신이나 부정적인 뉴스 메이커가 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권면하기를 바란다.  

셋째, 전 총회장 명부 등재는 법률 사항이 아닌 예우의 문제이다. 

교단이나 조직 내에서 부정을 저지른 지도자를 명부에서 제외하는 일은 매우 민감한 일이 틀림없다. 하지만 교단 내 헌법이나 규칙에 명확한 기준과 규정이 있을 것이다. 만약 없다면 교단 총회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별조사위원회를 가동해서라도 부정을 명확하게 판단, 처리하여 교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넷째, (가칭) 윤리위원회 등을 조직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지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총회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으로 일을 처리했다. 전임 총회장의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처신하는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생각이다. 분명한 정황과 증거와 자료들이 있음에도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며 엉뚱하게 법적 대응 운운하며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되레 더 복잡하게 꼬여버린 것이다. '법이 관계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교단 내에도 팽배하여 교단법을 신뢰하지 않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성경상 중대한 범죄나 부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서 윤리적 문제나 부정행위가 있을 때 이를 조사하고, 징계 또는 직위 해제, 명부 제외 등 필터링 역할을 통하여 재발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속히 준비위라도 구성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다섯째, 전 총회장 건은 노회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처리하겠다. 

우선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져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법 앞에서 누구라도 엄정하게 판단받게 된다는 법치가 세워져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조속히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교단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김영걸 총회장이 총회 마지막 날, 김의식 목사와 관련한 다섯 가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김영걸 총회장이 총회 마지막 날, 김의식 목사와 관련한 다섯 가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유야무야 시간이 지나면서 사과 등 모든 조치가 낯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총회를 통해서 공적으로 약속하고 가결된 것인 만큼 우선순위에서 가시적이고 실효성 있게 처리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내용을 교단지를 통해 적극 알려서 교단 전체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이행하기를 촉구한다.   

주님이 꿈꾸고 디자인하신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를 다시 생각해 본다. 소위 메가 처치가 주님이 바라시는 교회일까? 주님이 유언으로 남긴 것은 '증인이 되라!'는 것일 뿐, 또한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교회의 주인 되심에 대한 분명한 교회관도 세워 주셨다. 사람이 모이고, 예배당 규모가 커지는 것이 결코 인위적인 것은 아니라지만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복음', '공교회관', '영혼', '하늘나라' 등 본질적인 가치가 더 이상 가려지거나 훼손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주님이 디자인하신 교회의 본질이며,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가 짊어진 사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규모를 키우고, 시스템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 되었고 어느 정도 이루었다 싶더니 그 속에 들어가 주인이 되어 버린 교회와 목사의 모습을 본다. 본질에서 벗어난 결과 썩었고, 그 냄새가 세상에까지 진동하여 역설적으로 교회에서 나는 악취로 세상이 역겨움을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순절을 통과한 120명의 제자들이 세상을 바꿨으며, 5~10%의 기독교인이 4세기 로마를 정복했듯이 신앙의 야성(野性)을 회복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교회와 교단이 되기를 소원한다.

박상기 / 예장통합 빛내리교회 담임목사,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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