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회장 불륜 의혹 사태에 목소리 낸 목회자·교인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유례없는 총회장의 불륜 스캔들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구성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김의식 총회장은 '불륜 의혹'을 부인하며 109회 총회 참석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예장통합 구성원들은 김의식 총회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며, 총회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는 그들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심정과 수습 방향에 대해 물었다.

용천노회 원인섭 목사(현저교회)와 대전노회 서경기 목사(영광교회)는 김의식 목사 사태 이후 '부끄러움'을 이유로 노회 공직에서 사퇴했다. 원인섭 목사는 노회 교육자원부 총무와 기소위원회 서기를 사임했고, 서경기 목사는 총회 파송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과 총회 사회봉사부 사회선교위원직을 사임했다. 

원인섭 목사는 예장통합의 자정 능력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8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를 쭉 지켜보면서 실망을 많이 했다. 교회가 그런 일이 있으면 자정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잘못을 회개하고 사죄하면 될 문제를 왜 이렇게 하는가. 목사로서 이런 문제도 바로잡지 못하면서 어떤 부서를 맡아 직무를 감당할 수 있겠나. 나 자신이 부끄럽고 더 이상 대외적인 일들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사임했다"고 말했다.

서경기 목사(영광교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가 무기력하고 무능한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고 했다. 서 목사는 9월 3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문제가 있으면 상위 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고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으로 총회가 무기력과 무능에 빠졌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를 모든 총회원들이 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인섭 목사(사진 왼쪽. 사진 출처 현저교회 유튜브)와 서경기 목사(오른쪽). 뉴스앤조이 최승현
원인섭 목사(사진 왼쪽. 사진 출처 현저교회 유튜브)와 서경기 목사(오른쪽).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의식 목사가 속한 영등포노회에서도 김의식 목사의 불륜 의혹을 제대로 치리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영등포노회 소속 목회자와 장로 70명은 '거룩한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회장을 배출한 노회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노회와 총회가 이 어려움을 올바르게 수습하라는 내용이었다.

입장문 작성에 동참했던 제갈원광 장로(영도교회)는 9월 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에서는 간통법이 없어졌지만, 성경에서는 남의 아내를 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사회 법보다 성경의 가치를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제갈원광 장로는 치리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것에 암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사람은 항상 실수한다. 그러나 (목회자의) 실수가 있을 때 노회나 총회는 성경적 가치로 권징해야 한다. 총회장이건 그렇지 않건 문제가 발생했으면 교회 안에 성경적 가치를 세워 가는 절차를 밟아야 되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진행될 소망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제갈원광 장로(사진 왼쪽)와 김은정 사무총장(오른쪽). 뉴스앤조이 경소영
제갈원광 장로(사진 왼쪽)와 김은정 사무총장(오른쪽). 뉴스앤조이 경소영

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협의회 김은정 사무총장은 9월 4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총회에서 제정한 '목회자 윤리 강령'을 인용하며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했다. 예장통합 목회자 윤리 강령은 '△나는 높은 도덕 수준을 유지하는 순결한 삶을 추구한다 △나는 자신의 성적 자아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회중이 자신에 대해 성적 감정을 갖고 있거나, 반대로 본인이 회중을 상대로 성적 감정을 갖고 있을 때 바르게 대처한다 △나는 성적인 순결함에 있어서 죄 된 성적 행위나 부적절한 연루를 피하고 유혹을 이기기 위해 성에 대하여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를 갖는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김은정 사무총장은 목회자들이 이번 총회장 불륜 의혹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부족한 성 인지 감수성과 관련 교육의 부재로 봤다. 그는 "총회장 한 사람의 과오로 덮고 지나갈 문제가 아니라 공교회성에 위협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교계에서는 성 비위 문제가 터지면 당황스러워하고 어떻게 다뤄야 될지 모르겠다며 매번 여성 단체를 쳐다본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아니다. 왜 본인들이 저지른 일을 여성 단체에 넘기는가. 목회자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너무 부족하다. 성과 관련한 교육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데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이번 문제의 심각성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회개하고 부족한 부분을 배우는 것, 배워서 알게 되는 것을 실천해 달라"고 했다.

이근복 목사(사진 왼쪽)와 김종미 공동대표(오른쪽). 뉴스앤조이 경소영
이근복 목사(사진 왼쪽)와 김종미 공동대표(오른쪽). 뉴스앤조이 경소영

김의식 총회장 사퇴와 총회의 치리를 촉구하는 서명을 주도한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이근복 목사는 이번 사태를 불륜 의혹이 아닌 '간음 의혹'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8월 29일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한 이근복 목사는, 김의식 목사가 총회장 자문위원회의 직무 정지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김의식 목사의 행보는 이미 교단을 이탈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종미 공동대표는 '치유'를 외쳐 왔던 김의식 목사가 오히려 한국교회를 망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9월 3일 인터뷰에서 "총회장이 잘못을 했을 때 탄핵할 수 있는 법과 교단 내 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및 내부적인 제도들이 마련돼야 한다. 부총회장에서 총회장으로 선출될 때도 자격을 묻고 가는 검증 절차들이 필요하고 증경총회장의 자격도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제도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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