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걸 부총회장 "109회 총회 장소 이번 주 결정 예정…김의식 총회장은 불참 유력"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전국노회장협의회(심영섭 회장)가 7월 8일 '총회를 위한 전국 노회장 특별 기도회'를 열고 김의식 총회장 불륜 의혹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협의 끝에 채택한 입장문에는 김의식 총회장의 잘못과 책임에 대한 내용이 모두 빠져 있었다.
예장통합 총회 본부가 있는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 믿음실에서 진행된 기도회에는 예장통합 노회장 50여 명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교단지 <기독공보>의 취재만을 허용하고 타 언론사 출입을 막았다.
비공개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기도회 말미에는 전국노회장협의회 입장문을 채택하는 순서가 있었다. 협의회가 처음 준비한 입장문에는 "총회장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자숙하는 진정 어린 책임감 있는 명철한 결단을 요청하는 바입니다"라는 문장이 있었으나, 현장에서 노회장들의 반발로 문구가 삭제됐다.
'총회장'이라는 단어는 '총회'로 바뀌었다. "총회장에게 주어진 직임과 책무는 삼위일체 하나님 앞에 거룩한 응답으로 나타나야 한다", "작금의 총회장은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교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거룩한 교회에 깊은 상처를 안겨 주고 있다" 등 김의식 총회장의 책임을 명시한 문장에서 '총회장'이 '총회'로 바뀌었다.
입장문을 꼭 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A 노회장은 "사실 김의식 목사가 총회장으로 취임할 때 우리가 인정하지 않았느냐. 이제 불과 두 달여밖에 (임기를) 남기지 않았는데, 입장문을 발표한다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인정했던 것을 부인하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기도회로 끝나는 것이 좋지, (입장문을) 발표하게 되면 역사의 기록에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김 총회장의 소문이 있다는 걸 들었지만 교단에서 부총회장도 되고 현재까지 온 건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총회장이 책임이 아니라, 우리 전국 노회장들의 이름으로 바꾸어 입장문을 채택하면 찬성할 수 있다"면서, 협의회가 준비한 입장문을 그대로 채택한다면 본인의 노회는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 노회장은 "이런 일이 생기면 총회 임원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총회장을 보호하고 입장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침묵했다. 우리 노회장들이 여기서 기도하고 있는데 총회 임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렇게 되면 화살을 받는 건 우리다. (입장문 발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노회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C 노회장은 "목회하는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물어본다. 교회가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는데 우리가 뭐라고 답변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단체에서는 이미 입장 표명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노회장들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 노회장도 "이 정도의 입장문을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입장문은 발표하되, 노회장들이 총회장에게 책임을 촉구하는 내용은 빠지게 됐고, 이는 투표 없이 박수로 채택됐다.
| 김영걸 부총회장 "임원들 뭐하냐고? 임원이기에 더 어려웠다" |
기도회 설교는 김영걸 부총회장이 맡았다. 그는 총회 현안 문제를 두고 임원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김 부총회장은 김의식 총회장 사건이 터져 슬프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때로는 임원들이 뭐하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임원이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거다. 교단의 질서도 지켜야 하고 아파하는 마음들도 헤아려야 했다"고 말했다.
김의식 총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라면서 곧 금식 기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걸 부총회장은 "(김의식 총회장이) '교단에 미안한 마음도 있고 총회가 잘 개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총회에는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게 마음을 표현해 주시고 결단해 주셨다"며 "총회 임원들은 총회가 정한 날짜에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총회 장소는 이번 주에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총회 장소가 가지는 상징성과 정치적 해석, 여러 갈등과 문제로 차기 총회 장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왔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소망교회와 좋은 의견을 나누고 있는 가운데 총회장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소망교회는 다 내려놓을 수도 있는데 우리 교단의 앞길을 걱정하고 교단을 좋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장소를 제공해 주겠다는) 입장을 주셨다. 이제 소망교회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당회가 결정해 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회장들은 △국가 안정과 사회 정의 △제109회 총회 개회 및 총회 혁신 △총회장의 리더십과 명철한 결단 △성령의 능력으로 부흥하는 전국 노회와 지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기도회에 출입하지 못한 기자들이 전국노회장협의회 회장 심영섭 목사에게 질문하자, 그는 입장문으로 대신하겠다며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
제108회 전국노회장협의회 입장문 최근 모든 교회가 염려하는 총회의 현안에 대하여 전국 69개 노회를 대표하는 우리 모두는 심각한 우려를 표현하며 가슴 아픔을 통감합니다. 우리는 시대적인 사명을 감당하며 신뢰를 세워 가야 하는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다는 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머리를 숙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단 총회장은 총회장이 되는 순간부터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지켜 내야 하는 교단의 대표이며, 동시에 우리 교단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총회에 주어진 직임과 책무는 삼위일체 하나님 앞에 거룩한 응답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또한, 총회는 교단의 헌법을 수호하고 교회를 보호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펼쳐 나가길 원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내는 신앙고백과 순종을 나타내야 합니다. 그런데 작금의 총회는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교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거룩한 교회에 깊은 상처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회를 대표하는 제108회 전국노회장협의회는 더 이상 교단과 교회와 세상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전국 69개 노회 노회장들의 마음을 모아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우리 교단은 시대적인 과제 앞에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와 노회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모두가 함께 뼈를 깎는 마음으로 각성하고 회개하며,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서 세상에 희망을 주는 지도력을 세워 나가는 계기로 삼기를 촉구합니다. 2024년 7월 8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