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편지] 저도 기사를 읽다 보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 청계천 스프링 |
청계천 입구에 있는 '스프링' 조형물을 보신 적 있나요? 처음 봤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해합니다. 거대하고 색깔 진한 다슬기가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서 있는 모양새가 꽤나 생뚱맞거든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서울시가 혈세를 낭비해 수십억 원짜리 이상한 물건을 세워 놓은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어떤 분'에게서 작가와 작품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복의 옷고름이 휘날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작품을 만든 스웨덴 출신 미국 작가 올덴버그(Claes Oldenburg, 1929~)의 말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조형물 예술가인 그는 이 알록달록한 거대 다슬기 'Spring'을 청계천 입구에 설치했습니다. 그는 청계천이 봄(Spring)·용수철(Spring)·샘(Spring)·도약(Spring)이 되어 태극기의 붉음과 푸름으로 상징되는 한국에 큰 활력이 되길 소망했다고 합니다. 이 설명을 듣고 나니, 전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그 '청계천 다슬기'가 새롭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 이 조형물에 대해 물으면 제가 먼저 나서서 설명해 주곤 합니다.
| 언론 |
우리는 언제나 '주류'와 '유행'을 따라 삽니다. 그게 가장 편하고 문제도 적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주류의 시각이 때로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구석진 곳에서 나오는 작은 목소리들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가끔 들리는 다른 의견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심지어는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도 하죠.
그러나 세상은 마치 시각장애인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과 소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언론의 역할이 여기에 있습니다. 각기 다른 철학을 가진 언론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그 목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목소리들이 모여 우리 사회와 문화를 형성해 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엔 주류의 소리, 큰 소리뿐 아니라, 작지만 꼭 들려져야 하는, 불편하지만 진실한 소리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소리를 전하는 것이 바로 진보 언론의 역할입니다. 청계천 다슬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 준 그 '어떤 분'이 제게는 진보 언론과 같은 존재입니다.
| <뉴스앤조이> |
제게 <뉴스앤조이>는 그런 언론사입니다. 솔직히 기사를 읽다 보면 불편할 때가 많아요. 성스럽고 신비롭다고만 여겼던 교회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영 은혜롭지 못하고 때로는 정신없이 시끄럽고 이게 정말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총회장이 되고 목사일 수 있나', '저게 사람 맞나' 싶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뉴스앤조이>가 없었다면, 혹은 앞으로 사라진다면 교회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 대답은 너무나 뻔합니다. <뉴스앤조이> 같은 언론이 없었더라도 이런 일은 여전했을 것이고, 오히려 경각심도 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아니 은밀한 전염병마냥 더 강하게 교회와 순수한 신자들의 목을 조여 왔을 겁니다.
<뉴스앤조이>는 설립 이래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꾸준히 진실한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교회 내 부조리와 불의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해 왔죠.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교회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혁의 길을 걷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실하고 올곧은 교회와 목회자들을 열심히 소개하고, 성경의 가르침이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써 왔습니다. 이는 비단 <뉴스앤조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이 꿈꾸는 바이자 사명일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후원자가 줄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오직 여러분의 자발적인 후원으로만 운영됩니다. 여러분의 후원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닌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계속해서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를 세우며, 사랑을 실천하는 토대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 값의 작은 정기 후원도 큰 힘이 됩니다.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 <뉴스앤조이>는 이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시대에 청계천 다슬기의 진실을 전해 준 그 '어떤 분'과 같은 역할을 묵묵히 감당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