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도 꿈을 꾸자

<목사 자녀 비전 투어> ㉗

이번에는 세 번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하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3월 중순, 부모님들이 대전에서 모였습니다. 여행 소감과 평가, 앞으로 바람 같은 것들을 나누었습니다. 아침 11시 30분에 만나서 오후 4시에 헤어질 때까지 긴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대화했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꾸고, 꿈을 키우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도록 하자는 데 다른 의견을 내세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이들만 꿈을 꾸면 다 되는 것일까요. 어려운 형편에 애쓰는 목회자들의 고생에 대한 보상인가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그분들이 목회하는 교회도 꿈을 꾸고, 건강한 교회가 되도록 하는 데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요.

여행하면서 아이들을 겪어 보니까 저마다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부모가 목회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상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부모가 고단한 목회 현실과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서 생긴 상실감, 무기력함, 분노와 짜증 같은 것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변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변해야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한 아이는, 과거에 부모가 자기에게 상처를 준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하더라도 그런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부모가 잘못을 시인한다 하더라도 대화를 거부하겠다니? 깊은 상처가 불신이라는 흉터를 남긴 것입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아이가 집에 돌아가서 부모와 대화한 모양입니다. 비록 퉁명스럽게 말을 주고받은 것 같기는 하지만, 다행히 불신의 골짜기는 메운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끼리 가족 수련회를 열면 어떻겠느냐고 부모님들에게 제안했습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고 힘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수련회를 제안했습니다. 대환영이었습니다. 부모님들도 친구가 필요합니다. 자녀 문제로, 목회 현장 문제로 고민하지만, 진심을 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단단한 친구가 되었으니, 부모들이 덩달아 친구 되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어 주문했습니다. 우리가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와 '지역사회를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에 꾸준히 참석하시라고 권했습니다.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는 '교회란 무엇인가', '목사란 무엇인가', '목회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가지고 며칠 동안 멘토들과 고민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에 꾸준히 참여해서 동역자들과 함께 본질에 충실한 목회를 하려고 애를 쓴다면, 현실이 비록 고달프고 버거울지라도, 무력함에 굴복하지 않고 기쁨과 보람으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컨퍼런스가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라면, 워크숍은 구체적인 노하우를 배우는 자리입니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그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교인들만을 위한 교회, 출석하는 사람들만 교인으로 여기는 교회는 갈수록 설 땅이 좁아집니다. 예배당 건물 안을 출입하는 교인뿐 아니라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 교회 교인으로 여기고 목회하는 목사와 교회가 절실합니다. 그런 목회 철학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함께 배우는 자리가 워크숍입니다.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서 아름다운 꿈을 꾸고 노력합니다. 부모님은 건강한 교회, 행복한 목회를 꿈꾸면서 노력합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이러한 꿈을 꾸고 노력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것이 '꿈꾸는 여행'을 통해서 우리가 그리고 싶은 아름다운 그림입니다.